희망의 귀환 - 희망을 부르면, 희망은 내게 온다
차동엽 지음 / 위즈앤비즈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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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판도라의 상자 이야기가 있습니다. 프로메테우스가 신들에게서 불을 훔쳐 인간들에게 전한 것에 분노한 제우스신은 프로메테우스는 독수리에게 간을 파먹히는 형벌을 내렸을 뿐 아니라 진흙으로 빚어 만든 여성 판도라를 내려 보내게 됩니다. 판도라에게 제우스는 생명을 주었고, 아테네는 지혜를, 아프로디테는 아름다움을, 헤르메스는 거짓을 말하는 혀를 주었다고 합니다. 제우스는 생명에 더하여 호기심을 더 얹어주었다고 합니다. 한편 제우스는 판도라에게 상자를 하나 주면서 절대 열어보지 말라고 당부하였습니다.

 

인간 세상에 내려와 살게 된 판도라는 결국 날로 커지는 호기심을 이기지 못해서 상자를 열게 되고, 상자에서는 제우스가 넣어둔 온갖 불행의 씨앗들이 튀어나와 인간 세상에 퍼지고 말았던 것입니다. 상자를 열자 쏟아져 나오는 불행의 씨앗들에 놀란 판도라가 엉겁결에 상자를 도로 닫았을 때는 오직 희망만이 상자 안에 갇히고 말았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상자 안에서 튀어나온 온갖 불행의 씨앗들이 때문에 인간 세상에 불행이 퍼지게 되었지만 상자 안에 ‘희망’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모든 인간의 마음에 희망이 남을 수 있었다고 해석하기도 합니다만, 세상에 나왔어야 할 희망이 상자에 갇히고 말아 인간 세상에 널리 퍼지지 못하게 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무지개 원리>로 우리와 친숙해진 차동엽신부님은 근래 우리의 마음의 지형이 심란하기 짝이 없고 예외 없이 거의 모두가 망연자실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20~30세대는 너무 일찍 비정한 경쟁사회의 ‘쓴맛’을 알아버렸고, 40세대는 제대로 용 한번 써보기도 전에 ‘피로 및 노쇠’증후군에 시달리고 있고, 50~60세대는 떠밀리듯 인생 메이저리그와의 결별 고민에 불쑥불쑥 ‘황망’에 빠지곤 하는 것이 오늘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 틀림없다.(19쪽)”고 적고, 절망의 환청을 견디다 못해 악몽을 꾸기도 했다고 합니다. 우리에게 ‘위로’와 ‘힐링’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신부님은 그것이 바로 ‘희망’이라는 답을 얻으셨다고 합니다. 판도라의 상자 안에 갇혀버린 희망을 우리 곁으로 불러주려 하신 것이 바로 <희망의 귀환>입니다.

 

신부님의 작품은 처음 읽었습니다만, 젊은이로부터 나이 지긋한 사람들 모두에게 쉽게 읽히는 평이한 글로 희망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시에서, 때로는 책에서, 심지어는 동서양의 속담에서 뽑아낸 글귀들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우리 삶에 숨어 있는 희망을 발견하고 그것을 영접하여 포옹하기를 청하고, 불끈 도약하는 희망과 함께 춤을 추고, 즐기기를 권하고 있습니다. 잠시 어려운 점은 은근과 끈기로 맞서 이기고 심기일전하여 희망을 키워야 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절망에 빠져 있는 사람들을 부추겨 희망을 가지도록 하려는 마음이 간곡해서였을까요? “멀쑥하게 불편 없이 잘 자란 사람들은 신의 눈에는 별로다. 고통과 역경을 이겨낸 이들, 그 한가운데를 헤쳐 나간 이들에게 훨씬 더 큰 매력을 느끼지 않을까?(159쪽)”라는 저자의 질문에 공연히 삐딱한 답을 달아두고 싶습니다. 온갖 조건을 갖추어서 불편함이 없는 사람들도 모든 것을 가졌다는 생각이 부담스러워 공연히 방황하지 말고 신이 그런 것들과 함께 준 과제를 마치기 위하여 신명을 바쳐야 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매 장의 끝에 붙인 <괜찮다 괜찮다>는 일종의 Q&A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첫 번째 장의 말미에 있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나를 괴롭힌다 극복할 길은?’이라는 제목의 질문에 대하여 저자는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거는 것도 해결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저자의 제안에서 제 나름대로 건져 올린 내용은 이렇습니다. 키에르케고르의 심미적 삶, 윤리적 삶, 종교적 삶의 단계적 전이보다는 ‘공연히 남의 밭, 남의 들판을 기웃거리지 말고,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하여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어 내라는 것(35쪽), 그리고 누구의 인생도 카피하지 말고 스스로 자신의 멘토가 되라(216쪽)’는 쪽에 더 마음이 기운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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