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루스트가 사랑한 작가들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가는 열 갈래의 길
유예진 지음 / 현암사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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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드 보통의 <프루스트가 우리의 삶을 바꾸는 방법들; http://blog.joinsmsn.com/yang412/13086857>을 읽으면서 문득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는 다양한 방법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예스24 메인에서 프루스트에 관한 도서를 검색했을 때 저의 눈길을 끈 책입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완독하면서 당시 프랑스에서 주목받던 작가와 작품들이 적지 않게 등장한다는 점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유예진교수님이 쓰신 <프루스트가 사랑한 작가들>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가는 열 갈래 길’이라는 부제가 시사하듯 프루스트가 활동했던 당시 프랑스 문단을 지배했던 작가들을 활동 시기에 따라 소개하여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새로운 시각에서 읽을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프루스트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는 화가, 작가, 음악가, 건축가 등 예술가 100여 명의 작품 200여 점을 인용하고 있는데, 유예진교수님은 그 가운데 허구의 인물인 베르고트를 포함하여 17세기에서 20세기까지 다양한 시기에 활동한 소설가, 시인, 극작가, 문학평론가 열 명을 골랐습니다. 이들은 프루스트와 직간접적으로 깊은 관계를 맺고 있었다고 하며, 그러한 영향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녹아들어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실존했던 작가들과 그들의 문학 작품들이 프루스트가 창조한 허구의 인물과 스토리와 엮여있어 그 실마리를 풀어가는 것이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재미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유예진교수님은 17세기 작가인 세비녜 부인과 라신을, 19세기 작가로는 발자크, 상드, 플로베르, 공쿠르 형제, 말라르메를 그리고 20세기 작가로는 지드와 바르트를 다루고 있습니다. 프루스트의 사후에 활동했던 바르트를 제외한 대부분의 작가들은 당시 프랑스 문단을 지배했던 문인들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합니다. 유예진교수님은 이들 문인들의 글과 사상, 그리고 그들의 작품에 대한 설명뿐 아니라 이들이 주고받은 서간까지 인용하여, 문학 작품에 얽힌 일화, 당시 시대 상황이나 사건, 소설 밖에서의 프루스트의 삶을 알게 해 주는 전기적 내용까지 다루고 있습니다. 부록으로는 그동안 소개되지 않았던 세비녜 부인의 편지, 공쿠르 형제의 일기, 상드와 플로베르, 프루스트와 지드가 주고받았던 편지를 수록하고 있는데, 이들 자료는 프루스트의 면모를 들여다볼 수 있는 귀한 것 들입니다.

 

책의 말미에는 작자가 인용한 외국의 문헌목록을 덧붙이고 있어 국내에서는 처음 소개되는 내용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느낀 점과 차이가 있는 점도 있는 것 같습니다. 작가는 라신의 작품 <페드르>가 미친 영향에 관하여 ‘사라진 알베르틴’편을 인용하여 질베르트가 너무 높은 곳에 있는 존재로 인식하고 소유하려는 노력을 하기도 전에 미리 한 걸음 물러났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질베르트 역시 마르셀에게 우정이 아닌 사랑을 느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꽃피는 아가씨 그늘에(1)’에서는 질베르트에 대한 사랑을 키워가다가 그녀의 의외의 모습에 놀라 사랑하는 마음을 접었다고 되어 있습니다. 즉, “질베르트는 확실히 외딸이었다. 그러나 적어도 두 질베르트가 있었다. 그 부모의 두 성질은 단지 그녀의 몸 안에 섞여있는 것만이 아니었다. 두 성질은 서로 다퉈 그녀를 빼앗고 있었다.(200쪽)”라고 적어, 마치 현대 정신의학에서 해리성장애로 정리되는 성격의 단면을 드러냈다고 보았던 것입니다(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3; http://blog.joinsmsn.com/yang412/12855068).

 

작가가 맨 마지막 등장인물로 프루스트 사망당시 일곱 살이었던 롤랑 바르트를 인용한 것은, <텍스트의 기쁨>에서 “프루스트는 나를 찾아온다. 내가 부르지 않았는데도 말이다.”라고 할만틈 프루스트를 경외한 바르트가 프루스트를 어떻게 분석하고 있는가를 주제로 논하기 위해서입니다. 즉 바르트식 프루스트 읽기를 독자들에게 소개하기 위한 것이라 하겠습니다.

 

그밖에도 저자가 인용하고 있는 문인들의 작품들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어떻게 녹아 있는지 구체적인 구절까지 인용하고 있어, 아쉽게도 우리나라에 소개되지 않은 작품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만, 이들의 작품을 읽고 확인해보고 싶다는 의욕이 생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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