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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책 - 행복할 경우 읽지 말 것!
아르튀르 드레퓌스 지음, 이효숙 옮김 / 시공사 / 2013년 4월
평점 :
품절
좌충우돌하는 것 같아 불안해보이지만, 생각이 열려있는 젊음에서 무한한 발전가능성을 볼 수 있어 좋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말을 주고받는 20대 젊은이들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은퇴를 기다리는 것 말고 다른 해결책들이 있기는 할까? 로또에 당첨된다거나 노숙자가 되는 것 말고.”
“다른 해결책들도 있지” 나는 단언했어. “돈 많은 남자와 결혼하는 것?”
“아니, 여행을 한다거나, 좋은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 것 같은 일들 말이야.”
“여행은 돈이 들어.” “별로 안 들어, 사치를 좋아하지 않는다면야.”
그러자 너는 네가 가진 에르메스 팔찌와 롱샴 필통을 가리켜 보이더구나.
(…)
몇 초 동안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그러고 나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너 자살은 생각해봤니?” “뭐라고”
“네가 네 인생의 향후 45년을 너의 ‘자유’인 ‘은퇴’를 향해 지겨운 과도기 정도로 생각한다면, 그건 네 인생을 오늘 끝내버리는 것과 마찬가지 아닐까?”
45년 뒤의 은퇴를 미리 당겨서 고민하는 20대, 그런 고민을 하는 친구에게 자살을 생각해보았냐고 조언하는 20대를 이해할 수 있을까요? 일자리를 찾기 위하여 오늘도 동분서주하는 우리나라의 청년이 들으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궁금해집니다. 하지만 저자는 친구에게 지나친 조언을 했다는 생각이 들어 이 책을 쓰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표지에 있는 말풍선에 ‘사소한 일상에 대한 철학적 단상’이라는 글귀가 들어 있습니다. 20대 작가다운 ‘튀는 생각’들을 따라잡기에 벅찰 정도입니다. 작가의 생각이 튀는 만큼 편집도 따라서 튀고 있습니다. 빨강, 까망 그리고 여백을 의미하는 하양마저도 글씨가 되고 있고 글씨 크기도 변화무쌍해서 글을 읽는 것인지 그림을 읽는 것인지 헷갈린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저자는 친구의 고민에 대하여 “진짜 문제는 지겨움이 아니라 허영심이라는 것”을 간파하고, 죽음과 삶이 무엇인지를 설명하기 위해서 이 책을 쓴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 허영심을 속여 삶에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볼 속셈인 것 같습니다. 저자는 체사레 파베세의 <삶이라는 직업> 책을 끌어오고 있습니다. 삶을 직업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행복한 독자는 읽을 필요가 없다는 차원을 넘어서 ‘행복할 경우는 읽지 말것!’이라는 말풍선을 달아두었습니다. “행복하십니까? 그러면 이 책을 읽지 마십시오!” 읽지 말라고 하니 더 읽고 싶어집니다.
그런데 책을 읽어가다가 ‘당신은 행복한가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어떤 답을 하실건가요? 행복하지 않다는 생각으로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이니 당연히 ‘행복하지 않아요’라고 대답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저자는 열여덟명이나 되는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들은 답변을 적고 있습니다. 행복에 관한 다양한 생각들 끝에 저자는 “행복하다는 것이 너한테는 어떤 의미니?”라는 질문에 “글세, 날마다 철저히 사는 것, ‘카르페 디엠’ 아닐까?(62쪽)”하는 답변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습니다.
카르페 디엠은 호라티우스의 라틴어 시의 한 구절 “현재를 즐겨라, 가급적 내일이란 말은 최소한만 믿어라(Carpe diem, quam minimum credula postero)”에서 유래한 말이라고 합니다. 미래에 더 많은 시련이 있을 수도 있고, 큰 행복도 있을 수도 있겠지만 포기하거나 미래의 행복을 미리 당겨서 흥청망청 낭비하지 말고 절제하는 가운데 미래에 대한 희망을 지키면서 현재에 충실하라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저자는 여행에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나는 공항이라는 장소를 좋아해.(91쪽)’라는 말이나 자비에 드 메스트르 백작의 <내 방 일주여행>을 인용하는 것을 보면 작가가 알랭 드 보통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여행의 기술; http://blog.joinsmsn.com/yang412/13104741).
저는 저자가 권유한대로 오늘 행복할 수 있는 ‘카르페 디엠’을 골라냈습니다. 불행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아마도 읽고는 바로 답이 손에 잡히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