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이성을 마비시키는 그럴듯한 착각들
실뱅 들루베 지음, 문신원 옮김, 니콜라스 베디 그림 / 지식채널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2008년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었던 제2차 광우병파동의 소용돌이의 한 가운데 있었던 인연 때문인지 사회심리학에 관심이 큰 편입니다. 그래서인지 <당신의 이성을 마비시키는 그럴듯한 착각들>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에 쉽게 이끌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특히 목차는 더욱 눈길을 잡아끄는 힘이 있습니다. ‘무엇이 사람들을 패닉에 빠지게 하는가?’, ‘유언비어는 어떻게 널리 퍼지는가?’, ‘틀린 줄 알면서도 왜 다수의 의견에 따를까?’, ‘완벽해 보이는 그들이 어리석은 결정을 내리는 이유’ 등등 2008년 서로 반대되는 의견을 가진 양 진영의 시각에서 보면 이해되지 않는 상대진영 사람들의 논리나 행보에 대한 분명한 해답을 줄 것이라는 느낌이 드는 책입니다.

 

사회심리학은 사회학과 심리학이 결합된 학문인데, “가상으로든, 은연중에든 혹은 명백하게든 타인의 존재와 그들의 특징 그리고 우리 주변에서 주어지는 다양한 사회적 자극이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 그리고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을 분석하고, 나아가 개개인이 갖고 있는 심리적 요인들이 사람들의 사회적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과학적 연구영역”이라고 합니다.(8쪽) 저자는 심리학 분야에서 이루어진 다양한 실험적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시람들이 저지르는 말도 안되는 어처구니 없는 행동이 왜 일어나는지에 대한 답을 독자들에게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그러한 실험들의 상당수는 비교적 오래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심리학의 고전영역에 속하는 것들로 보인다는 점과 이러한 고전적 실험에 대하여 비판적인 실험들이 제시되지 않고 있는 점이라 하겠습니다.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패닉에 빠지는 대표적 사례로 1938년 10월 30일에 미국에서 있었던 라디오방송에 대한 시민들이 공포에 빠진 사건입니다. 허버트 조지 웰스의 소설 <우주전쟁>을 각색한 라디오 드라마가 방송을 탔는데, 화성인이 지구를 습격하여 인류가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는 상황을 그려내 수백만명의 미국 청취자들이 실제상황으로 오인하고 공포에 떨어야 했다는 것입니다. 공황에 빠진 사람들은 암시에 쉽게 걸리는 사람들이었는데, 이런 사람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모를 난감한 상황에서는 냅다 뛰기 시작하고, 이를 본 사람들 역시 덩달아 뛰기 시작하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게 흘러가게 된다는 것이 집단패닉이 발생하는 기전이라고 합니다.

 

유언비어, 소위 루머란 “사실의 진위를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 자료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사실인 것처럼 전해지는 일반적 주장”이라고 설명되는데(55쪽), 전달내용이 조금씩 변질되는 ‘단순화 과정’에서는 구조가 단순화되면서 기억하기 쉬워지고 다른 사람에게 들려주기도 쉽게 되고, 여기에는 ‘강조 과정’이라는 보완적 기전이 작용하게 됩니다. 본질적인 내용은 유지되면서도 두드러지는 몇 가지 사항이 선택되어 강조되면서 날조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는 ‘동화 과정’을 밟게 되는데, ‘없는 사실을 첨가시키거나 왜곡시키고, 망각하고 또는 부풀려 과장하는 것은 개인들이 연이어 정보를 전달하면서 자신들이 갖고 있는 가치와 규범 그리고 행동체계에 그 정보를 감정이입하면서 동화시키게 된다는 것입니다(59쪽).

 

소포클레스 원작의 그리스 비극 <안티고네>를 보면 모두가 ‘네’라고 할 때 ‘아니오’라고 하기는 정말 어렵다는 말을 합니다만, 저자 역시 “모두가 ‘네’라고 할 때 ‘아니오’라고 외칠 수 있는가?”라고 묻고 있습니다(67쪽). 뻔히 틀린 줄 알면서도 다수의 의견에 따라가는 이유는 다수의 환심을 사려는 심리, 개인이 스스로 남들과 비슷해지기를 바라는 동일화 심리, 그 집단에서 버림을 받을 까 두려워하는 내향성 심리 등이 작용한다는 것입니다.(80쪽)

 

이러한 사례들 가운데 맹목적인 믿음과 인지 부조화로 인하여 생기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 왜 우리는 어처구니없는 짓을 할까요? 1930년대 초반에 인도의 비하르 주에서 강진이 발생한 적이 있는데, 주민들은 지진이 발생하고도 한동안 세상으로부터 고립된 채로 지낼 수밖에 없었다는 것입니다. 주민들은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혹시라도 여진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지 등에 관한 구쳊적 정보를 얻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하자 급기야는 스스로 정보를 만들어내서 온갖 소문을 퍼뜨리면서 자신들이 처한 주변 상황과 주변 세계를 통제하고 있다고 믿고 싶어 했다는 사례가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서 저자는 이성적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인간 행동의 밑바탕에 깔린 심리적 원인들을 이해하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저지르는 실수나 어리석은 짓의 근원적인 문제를 자연스럽게 파악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즉, 독자들이 사회활동을 하면서 흔히 만나는 인간관계로부터의 갈등을 이해하고, 이를 해결하는 심리학적 방법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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