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데이비드 화이트하우스 지음, 정회성 옮김 / 민음사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영국의 신예작가 데이비드 화이트하우스의 처녀작 <침대>를 읽고서, 정말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사람의 체중은 얼마나 될까 궁금해졌습니다. 인터넷을 조회해보니 미국 댈러스에 살고 있는 버스터 심커스씨가 40세의 나이에 무려 1,376kg이나 된다고 합니다. 사실여부를 떠나서 삶을 제대로 유지할 수 있는지 의문이 가지 않을 수 없고, 체중이 그처럼 불어나는 동안 아무 일도 없었는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제 경우는 체중이 85kg를 넘어가면서 몸이 둔해지고 운동이 조금 많아져도 심장박동이 빨라지는 통에 위기의식이 들면서 체중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습니다. 노력이라고 해도 그저 조금 빠르게 걷는 운동과 함께 식사량을 줄이는 노력을 같이 했던 것인데, 처음에는 일주일에 20km정도 걷다가 70km 이상으로 늘려 걸으면서 체중감소효과가 뚜렷해지면서, 체중감소노력을 꾸준하게 계속한 끝에 만 1년 만에 69kg까지 줄이는데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체중이 표준을 넘어서는 분들은 체질상 문제가 있거나 하는 것처럼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만, 20년 동안 침대에서 내려오지 않는 사이에 체중이 630kg에 이르게 된 주인공의 형 에드 멜컴은 도대체 무슨 까닭이 있었던 것이며, 그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엮이고 있는 것인지 책을 읽어가면서도 쉽게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이야기는 벽에 붙은 전자시계가 7483일째를 가르치는 날 주인공과 방을 같이 쓰는 형 멜컴의 모습을 그리면서 시작하지만, 이야기는 수시로 과거로 오르내리기 때문에 주인공이 이야기하는 시점을 파악하는데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특히 이날은 20년간 침대에 머물러온 멜컴이 방송을 타게 되고, 다시 세상으로 나가기로 한 날이라는 사실이 뒤에 밝혀지게 됩니다.

 

멜컴은 어렸을 적부터 보통 아이들과는 달리 튀는 행동을 하곤 했다고 합니다. 특히 장소를 가리지 않고 옷을 벗어 나체가 된다거나, 지붕위에 있는 TV안테나에 매달린다거나, 다른 학생들이 수업을 받고 있는 중에 비오는 운동장에서 비를 홈빡 맞고 있다거나 하는 등입니다. 멜컴의 이와 같은 튀는 행동은 세상에서 제일 처음 그와 같은 행동을 해보아야 된다는 특별한 생각 때문이라는 설명이 뒤에 나오기는 합니다만, 제 아이가 그런 행동을 한다면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를 의심해서 병원에 데리고 가야 하지 않을까 걱정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멜컴의 행동을 막으려는 아버지와는 달리 어머니는 끊임없이 감싸는 모습을 보일 뿐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가운데 운명의 25살 생일날 멜컴은 침대에서 내려오지 않겠다고 선언하게 되고, 침대에서 먹고-자고를 반복하게 됩니다.

 

큰 아들을 끊임없이 감싸고도는 어머니와 갈등을 빚는 아버지는 결국은 다락방으로 거처를 옮기고 어머니는 과체중남편을 돌본 경험이 있는 미국 여인 노마 비가 보내준 트레일러에서 생활하며 끝까지 이름을 밝히지 않는 화자는 형 멜컴과 같이 지내게 됩니다. 주인공은 부모가 형에게 쏟는 관심을 부러워하면서도 별다른 문제행동을 일으키지 않는 평범한 청년이지만, 형을 바라보는 루에 대한 자신의 감정이 사랑임을 드러내지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을 앓는 순진한 구석을 가지고 있습니다.

 

결국은 형과의 관계를 진전시키지 못하는 가운데 어머니가 아버지를 버리고 집을 나간데 충격을 받은 루와 함께 노마 비를 찾아 미국 오하이오로 가서 자리를 잡으면서 결국은 루의 마음을 돌리는데 성공합니다. 초비만인 형을 둘러싸고 돌아가는 집으로부터 탈출에 성공한 것으로 보이지만, 결국은 다시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것이 주인공의 한계인 것 같습니다.

 

주인공은 “엄마는 자신의 지나친 사랑이 우리 모두를 망가뜨리고 있다는 사실을 왜 모를까?”(13쪽)라는 생각을 하지만, 노마 비는 자신과 멜컴의 어머니, 멜컴을 사랑하는 루의 특징을 정확하게 짚어냅니다. 멜컴의 어머니는 멜컴을, 노마 비는 죽은 남편 브라이언을, 그리고 루는 아버지를 걱정하는 유일한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상대를 행복하게 해주기 위하여 무엇이든 가리지 않는 사랑, 대단한 이타주의를 말입니다(324쪽) 하지만 자칫 그 사랑이 상대를 망가뜨릴 수 있다는 점을 깨닫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노마 비는 브라이언이 죽은 다음에야 그 사실을 깨달았던 것이지요. “사랑은 긴 선과 같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해요. 제아무리 사랑이라도 양쪽 끝이 있지요. 그 중 하나는 좋은 끝이에요. (…)하지만 사랑에는 나쁜 끝도 존재해요. 사랑이 우리를 망가뜨릴 수도 있으니까요.(325쪽)”

 

멜컴이 침대에서 나오지 않은 결정을 내리게 된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형이 우리 가족을 망가뜨렸어”라고 질책하는 주인공에 대하여 오히려 “아니야 내가 구원한거야(368쪽)”라고 답합니다. 역설적일 수도 있는 그의 답변에 공감할 수 있을까요? 멜컴은 왜 내가 가족을 구원한 것이라고 강변했을까요? 가족의 의미를 많이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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