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고전을 읽는가
이탈로 칼비노 지음, 이소연 옮김 / 민음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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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같이 일하는 부서의 워크숍에서 제가 교양강좌를 맡게 되었습니다. 책읽기를 주제로 하고 “책은 왜 읽는가?”라는 제목을 정했습니다. 참석자들의 80% 이상이 여성이고, 가사도 책임져야 하는 분들이 적지 않기 때문에 책읽기에 대한 갈망은 있으나 마음의 혹은 시간적 여유가 없는 형편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책읽기가 삶에 도움이 된다는 점과 분량이 많지 않아도 효율적인 책읽기요령, 그리고 시작하는 방법 등에 관하여 저의 경험을 중심으로 40분 정도 말씀을 드렸습니다. 준비기간이 불과 열흘 정도밖에 되지 않아 자료를 충분하게 모아 활용할 수 없었던 점이 아쉬웠습니다만, 그동안 읽었던 몇 가지 책들이 크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정혜윤님의 <삶을 바꾸는 책읽기; http://blog.joinsmsn.com/yang412/12856103>, 오르한 파묵의 <소설과 소설가; http://blog.joinsmsn.com/yang412/12935937>, 안상헌님의 <통찰력을 길러주는 인문학 공부법; http://blog.joinsmsn.com/yang412/13062938>, 등입니다.

 

고전읽기에 관해서는 이탈로 칼비노의 <왜 고전을 읽는가>에서 많은 도움을 얻었습니다. 이탈로 칼비노의 아내 에스테르 칼비노가 붙인 서문에 “독자들은 칼비노가 ‘자신만의’ 고전을 비롯해, 자신이 인생의 각 단계들을 거치며 영향을 받았던 작가나 시인, 과학에 관심을 두었던 작가들에 대해 썼던 평론과 논문들”을 두루 수록했음을 밝히고 특히 20세기 작가들의 경우는 칼비노가 특별하게 존경한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뽑았다고 했습니다. 출판사 리뷰에서는 “보르헤스, 마르케스와 함께 현대 문학의 3대 거장으로 꼽히는 작가 이탈로 칼비노가 호메로스, 오비디우스 등의 고대 작가에서부터 스탕달, 톨스토이, 플로베르, 발자크를 비롯해 마크 트웨인, 찰스 디킨스, 헨리 제임스, 보르헤스 등의 현대 작가에 이르기까지 30여 명의 고전 작가들과 그 작품들에 대해 쓴 개인적인 독서기”라고 요약하고 있습니다. 우리말로 옮긴 이소연님은 “거창한 비평 용어 없이 때로는 노골적인 경배와 때로는 치밀한 문체분석이, 또는 역사적 관점에서 주제를 직시하는 혜안이 공존하는 에세이”라고 적었습니다.

 

안타깝게도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 보르헤스의 <픽션들> 정도만 읽은 책일 뿐, 처음 들어보는 작가들도 적지 않은데다가, 이름도 친숙한 스탕달, 발자크, 디킨스, 플로베르, 톨스토이, 마크 트웨인, 헤밍웨이 등의 작품도 아직 읽어보지 못한 것들을 다루고 있어 당혹스러웠습니다. 그리고 보면 고전이라고 부를만한 작품들에 대한 저의 관심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교양강좌에서 인용한 부분은 프롤로그라고 할 수도 있는 “왜 고전을 읽는가”였습니다. 칼비노는 ‘고전이란’ 질문에 대한 모두 열네 가지 답을 내놓고 있습니다. 모두 공감이 가는 고전의 정의라고 하겠습니다만, 특히 “고전이란, 사람들이 보통 ‘나는 …를 다시 읽고 있어.’라고 말하지, ‘나는 지금 …를 읽고 있어.’라고는 결코 이야기하지 않는 책이다.”라고 한 첫 번째 정의에서 빵 터지면서 크게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저자의 말대로 ‘다시’라는 전제를 단 것은 아직 읽지 않았음을 부끄러워하는 사람들의 궁색한 위선이 드러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청소년기부터 열심히 책을 읽어도 고전의 반열에 드는 작품들 가운데 미처 읽지 못한 책들이 무수히 많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라는 해석과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책을 읽게 되면 고전에 담긴 더욱 세밀한 부분과 다양한 면모, 또 그 의미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는 해석이 더욱 마음에 와 닿았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그리고 “고전이란 다시 읽을 때마다 처음 읽는 것처럼 무언가를 발견한다는 느낌을 갖게 해주는 책, 우리가 처음 읽을 때조차 이전에 읽은 것 같은, ‘다시 읽는’ 느낌을 주는 책, 독자에게 들려줄 것이 무궁무진한 책(12쪽)”이라는 정의야 말로 정곡을 찌르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작가가 인용하고 있는 에밀 시오랑의 글을 굳이 들지 않더라도 “고전은 무언가에 ‘유용하기’ 때문에 읽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인정할 수 있는 단 한 가지 사실은 고전은 읽지 않는 것보다는 읽는 것이 낫다.(20쪽)”는 저자의 권고를 새겨두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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