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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당신을 일하게 만드는가 - 일의 의미를 찾아서
최명기 지음 / 필로소픽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새삼스럽게 “나는 왜 일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봅니다. 이미 직장을 여러 번 옮겼을 뿐 아니라, 하는 일마저도 전공과는 무관한 일을 하고 있으니 학문적 성취를 위해서라는 답은 물건너 간 것 같고, 돈 때문에? 전혀 아니라고는 할 수 없겠습니다만, 정답은 아닌 것 같은데, 막상 손에 잡히는 답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제가 갑자기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일의 의미를 찾아서’라는 부제가 달린 최명기 원장님의 “무엇이 당신을 일하게 만드는가”를 읽었기 때문입니다. 최명기 원장님은 이미 <내 몸은 내가 지킨다; http://blog.joinsmsn.com/yang412/13073430>를 통해서 만나보았는데, 글을 정말 잘 씁니다. 첫째, 영화면 영화, 책이면 책, 다양한 소재에서 글꼭지를 끌어다가 저자의 생각을 엮고 있습니다. 둘째, 사실은 이 점이 중요합니다만, 짧은 글을 잘 씁니다. 글을 쓰다보면 엉킨 생각을 제대로 풀지 못해서 길게 늘어지기 쉽습니다만, 저자는 짧게 끊어 쓰면서도 읽는 호흡이 수월하게 넘어가는 글을 잘 쓴다는 말씀입니다.
저자는 사람들마다 다양한 일하는 이유가 모두 소중하다고 전제를 하고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요도에 있어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을까 싶겠지만, 그래도 무한정 이야기를 끌고갈 수 없기 때문이었는지, 돈, 인정욕구와 과시, 불안과 소속감, 성취감, 재미, 성장, 승부욕, 도전, 명령, 이타심 등의 열 가지 항목으로 압축하여 나름대로의 해석을 풀어내고 있습니다. 특히 저자의 전공인 정신의학분야에서 진료를 하면서 만난 환자 사례도 적당하게 인용하고, 자신의 경험도 진솔하게 풀어내고 있기 때문에 아주 재미있게 읽히고 공감하는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술을 매일 마시던 사람이 건강 때문에 술을 끊게 되면 큰 허전함을 느끼게 된다. 저녁때면 매일 술자리가 있었는데 일단 저녁 시간에 큰 공백이 생기는 것이다. (…) 따라서 술이 없게 되면 텅 빈 삶을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부담이 되어서 다시 술을 마시게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15쪽)” 제가 1년 반 정도 술을 줄이고 있습니다. 아주 끊었다고 할 수 없어 줄이고 있다고 말씀드립니다만, 그래서 저녁시간이 많이 생겼습니다. 이 시간을 이용하여 책읽기를 늘려가고 있습니다. 블로깅을 하는 입장에서 공감할 수도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꼭 책을 내서 대가를 지불받지 않더라도 블그의 글에 수많은 사람이 위로를 얻고 댓글도 달아주면 그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52쪽)” 책을 내게 되면 더 좋은 일이 되겠구요.
저의 삶의 궤적과 관련이 있는 글도 보입니다. “의대 교수가 되기 위해서 몇 년 동안 박봉을 받으며 전임 의사로 일하던 사람 중 의대교수를 포기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부모가 모두 의대 교수인 동료에게 밀리는 이도 있고 병원 내 정치에 떠밀려서 교수가 못 되는 이도 있다.(79쪽)” 참고 버틸 것인가 일찍 포기하고 떠날 것인가를 결정하기 위하여 고민하던 때가 생각납니다.
얼마 전에 읽은 <나는 왜 일보다 사람이 힘들까; http://blog.joinsmsn.com/yang412/13084701>를 읽으면서 크게 공감하던 부분입니다만, 일단 일하는 곳의 분위기가 아주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직장은 일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근무하는 동안에는 제일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좋아야 직장이 즐거워지는 법입니다. 제가 조직을 이끌 때 늘 하던 말이 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즐거운 마음으로 출근하는 직장을 만들기 위하여 모두 같이 노력하자.’였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배신의 아픔을 겪었습니다만, 같이 일할 때는 정말 재미있고 즐거운 분위기였다고 생각합니다.
저자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실상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에 앞서 소개한 다양한 종류의 일하는 이유들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지고 균형을 맞출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