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은 내가 지킨다 - 정부도 병원도 의사도 나를 책임지지 않는다
최명기 지음 / 허원미디어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정부도, 병원도, 의사도 내 몸을 책임지지 않는다’는 부제가 달린 최명기 원장님의 <내 몸은 내가 지킨다>는 우리나라 의료체계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않은 일반인이 제목만 보면 정말 아프면 큰일나겠다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충격적입니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우리나라의 보건의료체계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점이 무엇인지 그리고 현행 체계 안에서 병원을 제대로 이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좋은지에 대하여 이웃집 아저씨가 설명하듯이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전공분야에서 최고하는 전문가들이 제일 어렵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것은 전공에 대한 연구가 아니라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을 일반인에세 쉽게 전달하는 방법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 책은 아주 쉽습니다. 그래서 왜 그런가 꼼꼼히 들여다 보았습니다. 우선 눈에 띈 것은 문장이 짧다는 것입니다. 반 페이지 정도나 되는 여는 글의 첫 번째 문단은 모두 열 줄인데, 여덟 문장으로 되어 있습니다. 어떤 전문가는 한 문단을 하나의 문장으로 구성하기도 합니다. 마주 앉아서 조곤조근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것입니다.

 

이 책은 서로 연관이 없어 보이기도 하는 세 부분으로 되어 있습니다. 1부는 ‘국가는 내 몸을 지켜주지 않는다’는 제목으로 되어 있는 보건의료 정책 현안을 다루고 있습니다. 지난 해 총선과 대선과정에서 뜨거운 이슈였던 보건의료정책들입니다. 한미 FTA의 보건의료부문, 지속가능한 건강보험제도, 의료민영화, 의약품 수퍼판매 등입니다. 이렇듯 민감한 이슈들은 찬성과 반대 가운데 한쪽으로 치우친 주장을 담기 마련입니다만, 저자는 중립적인 시각에서 양쪽의 주장에서 취할 점을 가려 정리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저자가 의사이면서도 미국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특이한 경력에서 나온 열린 시각이라고 보입니다. 대표적인 주장을 정리해볼까요? 부자세를 늘린다고 내 세금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주장을 보면, 정부는 부자들로부터 걷은 세금으로 중산층이 아닌 저소득층을 위해서 주로 쓰이게 되는데, 부자들로부터 걷는 세금이라는 것이 부자들의 소득이 증가하지 않는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들기 마련이고 중산층으로부터 걷는 세금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결국 정부는 부자들과 중산층으로부터 세금을 많이 걷으려하고, 가난한 이들로부터는 적은 세금이라고는 하지만 세금을 쥐어짜서라도 걷기 마련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정부는 국민의 세금으로 유지되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세금은 공무원을 먹여살리는데 쓰이게 되는 부분이 늘기 마련이라는 것입니다.

 

부적절한 표현이라고 정의하고 있는 의료민영화로 국민이 얻을 이득은 거의 없다고 단언하고 있습니다. 즉, 영리법인이 의료서비스를 향상시킬 가능성은 크지 않은데 정부가 영리법인의 도입을 꾀하는 진짜 이유는 부자들의 현금성 투자를 이끌어서 영세한 규모에 머물고 있는 병원산업을 키워야 하겠다는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지난 해 약사회의 극렬한 반대로 지루하게 끌었던 의약품 수퍼판매 건에서도 저자는 재미있는 해석을 달았습니다. 의사, 약사, 제약회사, 정부 등 누구도 이익이 되지 않는 이 제도는 국민들에게도 꼭 유리한 측면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현대의학을 부정적인 시각에서 보는 책이 적지 않습니다. 아마도 백혈병환자가 쓴 <대한민국 병원사용설명법; http://blog.joinsmsn.com/yang412/9154961>가 대표적일 것 같습니다. 오죽하면 제가 리뷰의 제목을 ‘왜곡된 시각으로 의료기관 비판하기’라고 달았겠습니까? <대한민국 병원사용설명서>와는 전혀 다른 측면에서 병원을 제대로 활용하는 팁을 최명기원장님은 독자들에게 정리해주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병의원 사용법’이라는 제목으로 된 2부에는 약 잘 먹는 요령, 어떤 의사가 좋은 의사인가, 의사와 유익하게 대화하는 방법, 입원치료 요령, 입원비 등등 기억하면 병원에 갔을 때 유용한 내용들입니다. 수술 잘하는 병원 고르는 7가지 원칙을 예로 들어보면, 1. 많이 수술하는 의사가 잘하게 마련이다. 2. 수술은 의사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3. 마취과 의사가 상주하는지 확인하자. 4. 광고 많이 한다고 좋은 병원은 아니다. 5. 수술실만큼 중요한 것이 중환자실이다. 6. 수술을 해야 할지 확신이 안 서면 대학병원에 가서 확인하라. 7. 비싸고 새로운 수술방법이라고 해서 꼭 좋은 것은 아니다. 등입니다. 제 입장에서 꼭 소개드릴 정보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수술과 관련된 평가결과를 활용하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마지막으로 ‘건강의 재발견, 우선순위가 중요하다’는 제목의 3부에서는 무심하게 지나칠 수 있는 건강정보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저는 아주 흥미로운 주제라서 인지 단숨에 읽었습니다. 우리나라의 보건의료정책에 관심을 두고 계신분들이나 병원에 가실 일이 있는 분들이 읽어보시면 도움이 되는 내용이 참 많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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