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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니나 1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9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연진희 옮김 / 민음사 / 2009년 9월
평점 :
아무래도 새로 나온 책을 중심으로 하여 책읽기를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만, 책읽기를 하는 중에 다른 책, 특히 고전을 인용하여 풀어가는 이야기가 눈길을 끌면 그 책을 읽어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메모를 어디 두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만 지난 해 읽은 책들 가운데 <안나 카레니나>를 인용한 경우가 두어 번 있었기 때문에 필독 도서의 목록에 위쪽에 올려 두었던 <안나 카레니나>를 드디어 읽게 되었습니다. 3월 중에 새로 만들어진 <안나 카레니나>를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해 우리나라에 초연된 뮤지컬 <레 미제라블; http://blog.joinsmsn.com/yang412/12972541>을 보러 갔을 때는 원작 읽기를 마치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등장인물의 성격, 내면상태 등에 대한 정보가 없어 전개되는 이야기를 겨우 뒤쫓을 뿐 뮤지컬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하지만 금년에 극장에서 만난 영화 <레 미제라블; http://blog.joinsmsn.com/yang412/13039357>은 원작을 이미 읽은 다음이어서 배우들의 연기에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는 도스토예프스키, 투르게네프와 더불어 ‘러시아 3대 문호’로 일컬어지는 소설가 그리고 사상가로 꼽히고 있습니다. <안나 카레니나>는 1873년 집필에 착수하여 1978년에 출간한 작품으로, ‘위선, 질투, 신념, 욕망, 사랑 등 인간의 감정과 결혼, 계급, 종교 등 인간이 만들어 낸 사회구조에 대한 톨스토이의 모든 고민이 집약된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민음사에서 출간된 연진희 번역본은 모두 8부로 구성된 이야기를 세권으로 나누었습니다. 1권에서는 1부와 2부를 담고 있습니다.
편집자는 목차에 이어서 열 한명의 주요 등장인물들의 이름과 관계를 요약하고 있어 안상헌님이 <통찰력을 길러주는 인문학 공부법; http://blog.joinsmsn.com/yang412/13062938>에서 귀띔해주는 것처럼 등장인물의 관계도를 만들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이야기는 모스크바에 살고 있는 스티바(스테판 오블론스키)가 아이들의 가정교사와 정분이 난 사실을 아내 돌리(다리아 알렉산드로브나)가 알게 되면서 갈등을 빚는데서 시작됩니다. 두 사람을 화해시키기 위하여 페테르부르그에 사는 스티바의 동생 안나(이 소설의 제목이기도 하고 여자 주인공인 안나 카레니나)가 모스코바로 찾아오고, 비슷한 시기에 스티바의 절친인 레빈[콘스탄친(코스챠) 드미트리치 레빈]이 포크로프스코예에서 돌리의 여동생 키티(카체리나 알렉산드로브나)에게 청혼하기 위하여 모스코바로 찾아 오는데, 키티는 열여섯의 꽃다운 나이로, 모스코바 사교계에 처음 등장해서 만난 무관 알렉세이 키릴로비치 브론스키와 서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상태입니다.
스티바와 돌리는 주요 등장인물들을 서로 연결시키는 고리 역할을 하게 됩니다. 유흥을 좋아하는 스티바는 친화성이 좋은 탓에 신분 고하를 가리지 않고 두루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레빈과 브론스키라고 하는 주요 등장인물이 스티바를 축으로 하여 등장하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레빈과 브론스키 사이에서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하여 크게 상처를 입고 또 다른 사람에게도 상처를 주는 키티와 그 부모는 돌리와 가족관계에 있어 주요 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1권에서는 레빈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당장 브론스키와의 사랑이 진실하다고 믿고 있는 키티가 레빈의 청혼을 거절하여 레빈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는데, 키티 역시 언니 돌리와 형부 스티바의 갈등을 화해시키기 위하여 모스코바에 도착한 안나와 브론스키가 기차역에서 만나는 순간 사랑에 빠지게 되면서 상처를 받게 됩니다. 작가들은 남녀 주인공이 만나는 순간 사랑의 불꽃이 튀는 운명적 사랑을 한다고 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저는 그런 사랑이 존재한다고 믿지 않는 편입니다. 어떻든 정부 고위직에 있는 20살이나 연상인 남편과 아들이 있는 안나가 싱글인 군인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 키티와 교제하는 사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사랑에 빠져드는 것을 보면 운명이긴 한 것 같습니다. 브론스키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 것을 두려워하여 일찍 집으로 돌아가는 안나의 뒤를 따라 페테르부르그로 돌아온 브론스키는 안나와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결국은 안나는 임신하기에 이르고...
처음에는 등장인물들의 러시아 이름이 익숙하지 않아서, 게다가 상황에 따라서 다른 이름으로 등장하는 통에 책읽는 속도가 나지 않았습니다. <안나 카레니나>는 3인칭으로 진행되는 서술입니다. 그런데 3인칭으로 서술하는 시각의 위치가 변화무쌍하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하겠습니다. 등장인물들을 멀리서 바라보기도 하다가 그의 내면을 들여다 보는 미시적 시각으로 견지하기도 합니다. 또 다른 특징은 ‘의식의 흐름’이라는 서술기법입니다. 등장인물의 내면 심리를 생생하게 묘사하여 독자들이 그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생각과 감정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어 등장인물에게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보면 브론스키와 사랑에 빠질 것을 두려워한 안나가 일찍 모스크바를 떠나 페테르부르그로 기차를 타고 가는 동안 빠져든 생각ㅇ르 다음과 같이 그리고 있습니다. “그녀는 무도회를 떠올리고, 브론스키를 떠올리고, 사랑에 빠진 그의 순종적인 얼굴을 떠올리고, 그와의 모든 관계를 떠올렸다. 수치스러워할 만한 일은 하나도 없었다. (…) 불현듯 원인 모를 기쁨에 사로 잡혀 자칫 웃을 뻔했다. 그녀는 자신의 신경이 줄감개에 조인 현처럼 점점 더 팽팽해지는 것을 느꼈다.(223쪽)”
그리고 <안나 카레니나>에 등장하는 인물에 저자가 자신의 모습을 조금씩 비벼 넣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레빈에게서 톨스토이의 냄새를 가장 많이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소로우가 <월든>에서 작가들에게 당부했던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서술하라는 당부가 <안나 카레니나>에서 실현되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