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로우의 탐하지 않는 삶 - 불멸의 고전 <월든>에서 배우는 충만한 인생의 조건
김선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월든; http://blog.joinsmsn.com/yang412/12281440>을 읽고 난 다음 리뷰를 준비하면서 머릿속에 복잡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어렸을 적 살았던 동네에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작은 집을 짓고 사는 꿈을 회샹하면 쓸 이야기가 샘솟듯 할 것 같아서입니다. 하지만 평소보다 조금 긴 리뷰를 써냈지만 내용은 마음에 썩 들지 않아 못마땅하기만 했습니다.

 

평소 이런 저런 글을 써오고 있는 탓인지 제가 살아온 인생을 정리해보아야 겠다는 꿈을 언젠가부터 가지고 있습니다. <월든>을 읽고서 그 생각이 조금 분명해졌는데, 김선미 작가님의 <소로우의 탐하지 않는 삶>을 읽으면서 형태를 갖추어가는 것 같습니다. 김 작가가 소로우의 다음 글에 시선을 붙들린 것처럼 말입니다. “나는 다른 모든 저자들에게도 남의 생활에 대하여 주워들은 이야기만을 하지 말고 자기 인생에 대한 소박하고 성실한 이야기를 해줄 것을 부탁하고 싶다.(소로우, 월든 ‘생활의 경제학’ 10쪽)”

 

1817년 매사추세츠주 콩코드에서 출생한 헨리 데이빗 소로우는 스무살에 하버드대학을 졸업하고 잠시 콩코드에서 교사로 일하다 스물하나에 진보적인 학교를 설립하여 성공적으로 운영하였습니다. 스물여덟이 되던 1845년 도끼 한 자루를 들고 월든 호수가 숲속에 오두막을 짓고 2년 2개월 동안 생활하면서 기록한 생각들을 서른 일곱 살에 출간하여 세상에 이름을 알리게 되었습니다.

 

<소로우의 탐하지 않는 삶>은 저자가 소로우와 같은 나이에 서울을 떠나 경기도 광주의 끄트머리 야트막한 산기슭에 작은 집을 짓고 남편과 젖먹이를 포함해 어린 딸 둘과 함께하는 10년의 전원생활을 보내면서 얻은 생각들을 마흔이 넘은 나이에 이르러서야 거르고 걸러서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반복해서 <월든>을 읽는 동안 계속 밑줄을 긋게 된 여러 구절들 가운데 뽑은 서른 가지를 바탕으로 하여 자신의 이야기를 녹여낸 것이니 소로우가 말한 대로 ‘남에게 주워들은 이야기가 아니라 자기 인생에 대한 소박하고 성실한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는 셈입니다.

 

‘탐하지 않는 삶’이라는 제목을 달았지만 스스로를 돌아보았을 때 ‘욕심이 전혀 없었을까?’ 되묻고 있는 저자는 정말 탐을 내야 할 것은 월든 호수와 숲보다 소로우의 생활이었을 터인데 자신은 숲과 월든이라는 허상만 탐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고 반성하고 있습니다. 돌아보니 저자가 자신의 월든으로 생활터전을 옮겼던 시기, 우리나라가 IMF파동으로 휩쓸리기 직전에 저는 오히려 경기도에서 서울 강남, 그것도 대치동으로 이사를 했으니 전혀 반대의 선택을 한 셈입니다. 언젠가 제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으면 그 결과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작가는 자신들의 월든 호수가로 생활의 터전을 옮겼다고 했습니다만 월든숲에서 하루를 온전하게 보낼 수 있었던 소로우와는 달리 부부가 모두 하루에 네 시간을 들여 서울로 출퇴근하는 일상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니 무늬만 월든이었을 뿐 오히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힘든 시기가 되었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첫 꼭지에 등장하는 이웃집 여자(이렇게 불러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작가의 호칭에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가 오히려 월든방식의 삶을 제대로 즐기고 있다고 보입니다.

 

직업병이라고 하실 수도 있습니다만, 산업화된 현대축산업이 남긴 재앙을 설명없이 광우병공포와 연결시킨 것도 의아스러울 뿐 아니라, “소로우는 세상을 떠나기 두 해 전 겨울, 숲으로 들어가 나무그루터기의 나이테를 세다가 독감에 걸렸고 끝내 폐결핵으로 악화되었다.(26쪽)”는 작가의 설명은 의학적으로 정확한 것은 아닙니다. 독감은 바이러스가 원인이 되고 폐결핵은 결핵균이 원인이니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해넘이가 먼저 보이는 쪽 마을(95쪽)’이라는 설명도 헷갈리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동쪽 마을은 해가 먼저 뜬다면 서쪽 마을은 해넘이를 늦게 볼 수 있는 것 아닐까요?

 

그래도 작가들 가족이 찾아오는 사람보다 산새나 고라니, 산토끼 같은 방문객들이 더 많은 골짜기에서 칠흑같은 어둠과 함께 지낸 월든 세계는 티없이 자라는 어린 두 딸의 삶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자신의 월든을 만들어낸 작가님의 용감함에 박수를 보내고 여전히 제 마음속에만 존재하는 저의 월든을 언젠가는 현실로 만들어 낼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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