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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죽을 수 있게 해줘 - 스캇 펙 박사가 현대인에게 던지는 자살과 안락사에 대한 메시지
M. 스캇 펙 지음, 조종상 옮김 / 율리시즈 / 2013년 1월
평점 :
제목을 달리 해서 헷갈렸던 것 같습니다. 스캇 펙의 <이젠, 북을 수 있게 해줘>는 <Denial of the soul>을 원제로 하여 1997년에 출간된 책입니다. 우리나라에는 2001년에 민윤기님의 번역으로 <영혼의 부정; http://blog.joinsmsn.com/yang412/6647855>이란 제목으로 김영사에서 나왔지만, 지금은 절판된 상태입니다. 불과 6년 전에 읽은 책인데 번역이 다르다는 이유로 같은 책을 읽고 있다는 느낌이 없었으니, 아무래도 저의 책읽기에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아주 오래 전에도 제목이 달라진 책을 샀다가 다른 책으로 바꾼 적이 한 번 있습니다. 그 덕분에 지금의 아내와 결혼도 하게 되었으니 인연이란 참 묘한 것이란 생각도 합니다.
이 책은 안락사와 자살 같이 자연의 순리에 따르지 않는 죽음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안락사의 문제는 벌써 15년도 전의 생각이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많은 발전을 이루고 있는 현재의 안락사의 개념이 반영되어 있지 않은 한계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전혀 새로운 책을 읽은 느낌이 들었다고 말씀드렸던 것처럼 리뷰 역시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 것 같습니다.
먼저 저자는 자살은 물론 자비로운 살인이라고 미화되는 의사조력자살, 나아가 적극적 안락사에 이르기까지 반대하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1950년 14살의 나이로 죽음에 대하여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고백이 웬지 낯설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1장 ‘플러그를 뽑다’에서는 젊은날 그는 아직은 뇌사라고 판단할 수 없다는 다른 의사의 견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생명유지장치를 꺼서 죽음에 이르도록 한 경험이 있었다고 고백하고 있는데, 이는저자가 적극적 안락사를 찬성하는 것처럼 읽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환자들이 해결 불가능한 고통을 느끼고 죽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이 안락사라는 말은 아니다. 내 말은 어디까지나 이미 유용한 방법들을 활용하여 육체적 고통을 완화하는 의료적 행위의 연장선상에서의 개선을 지칭할 뿐이다.(89쪽)”라고 적고 있어 안락사에 대하여 회의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1938년에 설립된 미국 안락사협회에서 안락사를 ‘심각한 육체적 고통을 끝낼 목적으로 통증 없는 수단을 통해 인간의 생명을 끊는 행위’라고 정의한 것이 ‘지극히 부적절한 정의’라고 단정하고 있습니다. 저자의 입장에서는 “진정한 안락사는 현재 앓고 있는 치명적인 질병의 마지막 단계에서 육체적인 죽음에 처한 경우, 고유한 생존적, 정서적 고통을 피하기 위해 타인의 도움을 받거나 또는 도움 없이 자살하는 행위다.(173쪽)”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내 삶은 내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어. 내가 내 삶의 창조자니까. 나는 자 자신을 파괴할 권리도 있다.”고 하는 자살하는 사람들의 주장이 매우 교만한 생각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자신의 창조자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 책의 2부는 ‘인간의 영혼은 존재하는가’입니다. “영혼은 하느님이 창조하고 기르시는 고유하며 발전적인 영원한 인간 정신이다.(196쪽)”라고 정의하고 있는 것처럼 영성에 대한 깊은 믿음은 저자가 쓴 <저 하늘에서도 이 땅에서처럼; http://blog.joinsmsn.com/yang412/12617702>에서 잘 읽을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심지어 죽음이 배움과 영혼의 성장을 위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영혼을 논하는 가운데 저자는 다음과 같이 주장하고 있습니다. “누군가 (죽음의) 그 고통을 피하기 위해 안락사를 선택하는 건 이해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락사는 결국 영혼의 성장과 학습의 기회를 차단하는 일이다. 안락사를 선택함으로써 바로 인간의 존재의 의미 그 자체를 부정해버리기 때문이다.(225쪽)”라는 저자의 주장은 ‘안락사는 신으로 향하는 길을 단절시킨다. 뿐만 아니라 그렇게 함으로써 하느님을 속이고 훨씬 더 중요하게는 우리 자신을 속인다.’는 결론에 이르고 있습니다.
저자는 안락사를 재생산하는 것, 적어도 불필요하게 적용하는 것을 막기 위하여 이 책을 썼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안락사 대신에 집에서 호스피스의 간호를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