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의지는 없다 - 인간의 사고와 행동을 지배하는 자유 의지의 허구성
샘 해리스 지음, 배현 옮김 / 시공사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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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샘 해리스 박사는 <자유의지는 없다>를 통하여 ‘인간의 사고와 행동을 지배하는 자유 의지의 허구성’을주장하고 있습니다. 저자에 따르면, 자유 의지란 ‘앞으로 일어날 일련의 행동을 상상하고, 그 행동들을 선택한 자기 나름의 논리를 심사숙고하며, 이러한 심사숙고에 비추어 자신의 행동을 계획하고, 모순된 욕망들에 직면하여 행동을 통제하는 역량의 집합’이라고 보고 있습니다(53쪽). 이와 같은 자유 의지의 관념은 “1. 우리 모두는 과거에 자신이 했던 것과 달리 행동할 수도 있었다. 2. 지금 우리가 하는 사고와 행동의 의식적 원천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13쪽)”라는 두 가지 가정에 근거하여 만들어진 것이라고 보는데, 저자는 이 두 가지 가정 역시 틀렸다고 보는 것입니다.

 

그 이유로 저자가 인용하는 과학적 데이터는 “뇌파검사(EEG)와 기능성 자기공명영상장치(fMRI)를 통해 확인한 결과, 스스로 내린 결정을 인식하기도 전에 뇌의 운동피질이 활동하고 있더라는 것‘입니다. 즉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하려고 결정을 내리기도 전에 우리의 뇌에 있는 신경세포는 이미 우리가 무엇을 할지 결정하는 신호를 내보내더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뇌 신경세포가 내보내는 신호를 파악하면 인간의 행동을 미리 예측할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은 우리가 우리 행동의 의식적 주인이라고 일반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사실이 잘 못 알고 있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자유 의지는 저자가 이 책에서 연결하여 논하고 있는 것처럼 도덕, 법률, 정치, 종교, 공공정책은 물론 사적인 관계, 죄책감 등 우리의 모든 일상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것입니다. 특히 도덕적 책임의 한계를 규정하는 사법적 판단을 함에 있어 자유 의지의 개념이 분명하지 않다면 우리 사회가 혼란에 빠질 것입니다. 저자는 인간의 폭력성을 나타내는 다섯 건의 살인사건을 예로 들고 있습니다. 피해자는 모두 젊은 여성인데, 네 살배기 사내아이가 장전된 아버지의 총을 가지고 놀다고 오발하는 바람에 젊은 여성이 사망한 경우, 학대를 받고 있는 열두 살짜리 사내애가 자신을 괴롭히는 젊은 여성을 총으로 쏘아 죽인 경우, 유년기에 학대를 받았던 젊은이가 자신을 버리고 다른 남자에게 간 젊은 여성을 쏘아 죽인 경우, 별다른 문제없이 성장한 젊은이가 그저 재미있다는 이유로 젊은 여성을 쏘아죽인 경우, 별다른 문제없이 성장한 젊은이가 별다른 이유없이 젊은 여성을 쏘아 죽였는데, 그 청년의 뇌의 전두엽에 종양이 발견된 경우 등입니다. 개별 사례를 동일한 무게로 판단하여 죄를 물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는 가해자의 자유의지의 여부에 따라서 책임의 정도를 달리 볼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만, 자유 의지의 존재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라고 한다면 이들 모두 같은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부분에 대하여 저자는 “자유 의지와 도덕적 책임의 관계를 바라보는 방식 중 하나는, 우리가 대개 처벌로 억제할 수 있을 만한 행동에 한해서만 사람들이 그런 특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것이다. 나는 당신이 도저히 통제하지 못할 행동에 대해 당신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73쪽)”고 적고 있는 점을 참고할 만 합니다.

 

결론부분에서 저자는 “우리가 자유 의지를 경험한다는 것은 대단한 미스터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주장이다.(81쪽)”라고 적었습니다. 어떤 사람의 행위에 대해 그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면, 이른바 사회적 정의의 실현은 불가능하다는 생각 때문에, 아직도 많은 이들이 자유 의지가 없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거나, 그것이 가능하다면 니힐리즘과 절망을 불러일으킬 거라고 믿을 수 있다고 저자는 이야기하면서 ‘자유 의지가 존재하지 않을 때 우리는 더 자유로울 수 있다.’는 역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스캇 펙 박사 역시 자신의 환자가 자살한 사건을 두고 “그것은 하워드의 뇌에서 비자발적인 화학물질의 변화가 일어난 차원이 아니었다. 그것은 의식적인 선택이었다.(스캇 펙 지음, 이제 죽을 수 있게 해줘, 122쪽)”라고 적고 있습니다. 저 역시 우리가 인식하기 전에 신경세포가 활동을 하더라는 뇌신경생리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여 저자가 ‘자유 의지는 없다’는 결론을 도출한 것에 대하여 다소 성급한 판단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뇌과학이 풀어내지 못하고 있는 영역이 아직도 무한하다고 보기 때문에 뇌신경세포의 네트워크를 돌아서 우리가 인식하기까지의 시간은 특정 영역의 신경세포가 활성화되는 시간보다 늦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100쪽 정도의 짧은 책입니다만, 어떻든 인간의 자유 의지의 존재에 대한 좋은 가설을 바탕으로 한 철학적 접근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저자의 이론을 뒷받침하거나, 이에 반대하는 주장이 나와서 좋은 토론의 장이 열리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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