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물이다 - 어느 뜻깊은 행사에서 전한 깨어 있는 삶을 사는 방법에 대한 생각들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지음, 김재희 옮김 / 나무생각 / 201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잘 있었지, 예들아? 물이 괜찮아?”하는 질문을 받으면 무어라 답하시겠습니까? 장소에 따라서 다를 수도 있겠습니다만, 젊은이라면 멋있는 젊은이들이 많으냐는 질문으로 생각하고 대답을 준비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나이든 물고기가 물속에서 헤엄치고 있는 어린 물고기들에게 이렇게 물어보았다면요? 당연히 “도대체 물이란 게 뭐야?”라고 중얼거렸을 것입니다. 물고기들끼리 주고받은 이 이야기를 사람에게 통역을 한다면 “잘 있었지, 예들아? 공기가 괜찮아?”라고 옮겨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공기를 마시면서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공기가 맑다 커니 혹은 탁하다 커니 할 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무슨 소리인지 모를까요?

 

이 이야기는 ‘20세기 100대 영문소설’에 뽑힌 <한없는 웃음거리>를 쓰고 20세기 후반 가장 영향력 있고 창조적인 작가 중 하나라는 찬사를 받은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가 2005년 5월 케니언대학의 졸업식에서 한 주제강연문을 시작한 에피소드입니다. 월리스는 물고기 이야기를 “지극히 당연하고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중요한 현실이 사실은 가장 힘들고 논하기 어렵다는 점(14쪽)”을 전하기 위하여 인용한 것이라고 설명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이 대학에서 인문교육을 받은 졸업생들에게 인문교육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새겨보라는 의미였던 것입니다. 즉 인문교육이란 학생의 머리를 지식으로 가득 채우는 것이라기보다는 ‘학생들에게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다.’는 점을 깨닫게 하려는 의도였습니다. 연자 역시 젊어서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생각하는 법을 배운다’는 말이 진정으로 뜻하는 바가 ‘어떻게 생각하는가’와 ‘무엇을 생각하는가’에 대해 선택하는 방법을 배운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는 말을 전하고자 하였던 것입니다.

 

조금 더 설명해서 “성인으로서의 삶을 그저 편안하고 순조롭게, 그럴싸한 모습으로 죽은 사람같이 살지 않는 방법, 무의식적인 일상의 계속이 아닌 삶을 사는 방법, 또한 자기 머리의 노예, 허구한 날 독불장국처럼 유일무이하며 완벽하게 홀로 고고히 존재하는 태생적 디폴트세팅의 노예가 되지 않는 삶을 살아나가는 방법을 배우는 것(66쪽)”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보면 저의 전공을 고려하여 보았을 때 저의 삶은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출근하여 책상 위에 올려진 슬라이드를 판독하여 진단을 결정하는 일이 매일 반복되는 것이었을 겁이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일탈이라고 해보았자 새로 나온 사례를 책을 통하거나 다른 의사들의 경험을 공유하여 공부하거나, 임상의사들과 사례검토회의를 통하여 저의 진단을 확인하고 실수를 줄여나가려 노력하는 정도였을 것 입니가. 그런데 그런 생활을 십여년 지나오다가 어느 날 울타리를 넘어 세상 밖으로 나선 것이 결국은 다양한 세계를 경험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입니다. 다른 세상을 만날 때마다 최선을 다해서 배우고 배운 것들을 바탕으로 최선의 선택을 해온 것인데, 시간이 지나 익숙해질 만하면 새로운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을 맞곤 했던 것이니 이날 까지 도전이 반복되는 삶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자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누리게 될 개인적 자유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습니다. 세상에는 다양한 종류의 자유가 있겠지만, “진실로 중요한 자유는 집중하고 자각하고 있는 상태, 자제심과 노력, 그리고 타인에 대하여 진심으로 걱정하고 그들을 위해 희생을 감수하는 능력을 수반하는 것입니다. 그것도 매일매일 몇 번이고 반복적으로, 사고하고 하찮은 대단치 않은 방법으로 말입니다. 그것이 진정한 자유입니다.(128쪽)”라고 적고 있습니다.

 

이러한 자유를 선택하는 것 또한 생각하는 법을 배운 사람들의 몫일 것이므로, 진정한 교육의 진가는 우리 주위에 환히 보이는 곳에 있지만 그래서 오히려 잘 보이지 않는 숨어있는 현실, 매일 끊임없이 그 존재를 스스로 깨우쳐주지 않으면 발견하지 못하는 그런 현실, 그런 현실을 알고 살아가는 법을 깨우치기를 희망하는 메시지를 담은 것입니다. 그래서 “이것이 물입니다.”라는 함축적인 메시지로 담아낸 것이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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