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낮은 데서 피는 꽃 - 쓰레기마을 톤도에서 발견한 희망의 교육
이지성.김종원 지음, 유별남 사진 / 문학동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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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톤도의 파롤라 마을은 세계 3대 빈민 도시의 하나로 꼽히는 곳이라고 합니다. 한눈에 다 들어오지 않을 정도의 거대한 쓰레기산이 마을 전체를 뒤덮고 있어 ‘쓰레기마을’이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지금은 올림픽 평화공원으로 변신한 난지도의 옛날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것 같습니다. 난지도에서 사시는 분들을 위하여 진료봉사를 나갔던 적이 있습니다.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쓰레기더미를 멀리 보면서 지나다닐 때는 몰랐지만 살기에는 너무 열악한 환경인데도 그곳에 사람이 살고 있었습니다.

 

우리 주변에도 아직 어렵게 살고 있는 분들이 적지 않은 형편임에도 <가장 낮은 데서 피는 꽃>을 쓰신 이지성, 김종원님과 사진작가 유별남님이 톤도를 찾은 것은 이곳에서 12년이 넘게 톤도 아이들을 보살피며 봉사하고 있는 한국인 김숙향 선교사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김숙향 선교사는 가난한 이들에게 빵만 주어서는 안 되고, 인간적인 삶과 미래에 대한 꿈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사업을 병행하는 것이 진정한 빈민구호 활동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2000년부터 톤도에 건물을 짓고, 가난과 무지 속에 방치된 톤도 아이들을 모아 교육하는 일을 해왔다고 합니다. 이런 김선교사님의 톤도교육센터가 재정적으로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은 세 분이 도와드릴 방법을 찾기 위하여 방문했던 것인데, 정작 이곳에서 자신과 세상을 참되게 바꾸는 교육을 보고 감동을 받게 되었다는 말씀을 전하고 있습니다. 톤도 교육센터는 세 가지 특별한 교육 철학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첫째, 배움의 기회에서 차별을 주지 않는다, 둘째, 우등생이 아니라, 인간을 만든다, 셋째, 동반성장 학습을 교육 철학으로 삼는다, 라고 합니다.

 

흔히 좋은 대학을 나와 대기업에 입사해 높은 연봉을 받으며 살아가는 것을 꿈꾸는 한국의 학생들과느느 달리 이곳의 학생들의 꿈은 소박하고 열정적인 것 같습니다. 특히 하버드대학으로 유학하여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을 하고 좋은 직장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던 톤도교육센터 출신 살로나 우바스는 자신이 공부한 톤도교육센터로 돌아와 적은 급여를 받으면서도 후배들 교육에 헌신하고 있다고 합니다. 김선교사는 살로나와 같은 28명의 리더를 길러냈다고 하는데, 그와 같은 일이 가능하게 된 데는 “리더십은 바이러스처럼 쉽게 퍼져나가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너희들이 리더가 되어 톤도를 바꿔나가기 시작하면, 너희들의 리더십을 지켜본 아이들 역시 엄청난 리더가 되어 세상을 바꿀 인재가 될 거야. 결국 너희들은 자기 자신을 바꾸는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세상을 바꾸는 일을 하는 거야(123쪽)”라고 리더를 양성하는 교육의 필요성을 설파한 김선교사의 평소 지론이 이들에게 심어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자들은 톤도에서 학생들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가치관교육이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을 직접 경험하고 그것은 바로 조선시대의 자녀교육법과 일맥상통한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고 합니다. 조선시대의 일반적인 교육기관인 서당에서는 천자문을 떼어 책을 읽을 수 있게 되면 교훈적 내용이 담긴 계몽편을 가르쳤는데, 계몽편을 통하여 올바른 생활습관을 몸에 익히게 된 어린이들이 성장하여 세상을 바꾸는 리더가 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본 것입니다.

 

물론 “필리핀 톤도의 많은 소녀들은 열세 살이 되기 전 가출을 한 후, 마음에 드는 이성과 동거를 하곤, 원치 않는 출산을 경험한다. (…) 톤도의 아이들이 꿈과 희망을 잃고, 마음 내키는 대로 살아가는 이유가 무엇일까?(133쪽)”라고 이곳의 실태를 적고 있는 것으로 보아 톤도마을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톤도교육센터의 영향이 미치고 있는 것은 아닐 듯합니다. 그리고 톤도교육센터에서 좋은 결실을 맺고 있는 교육방법들을 우리나라에 적용하기에는 사회적 여건 등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어려울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하지만 가능성은 분명 있다는 점을 적고 있는데, 저자들의 종교적 배경에서 나온 제안도 한계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예를 들면, “한국의 발전에 엄청난 역할을 했던 주일학교가 1990년대0 들어서부터 쇠락하고 있다. 모두가 부모들의 욕심에서 비롯되었다.(272쪽)”는 주장은 기독교가 우리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점은 분명하지만 지나침이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는 느낌 같은 것입니다. 그리고 저자가 지적하는 식탁에서 신문에 빠진 아버지, 핸드폰문자에 빠진 아이들, 드라마에 빠진 어머니라고 일반화시켜 우리네 가정의 문제를 진단하고 있는 것도 동의하기 어려운 점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현행 교육제도나 입시제도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하고, 우리의 전통교육에서 길을 찾을 수 있겠다는 저자의 생각도 고려할 가치가 있겠다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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