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탄생 - 윌리엄 캘빈이 들려주는 인간 지능의 진화사 사이언스 마스터스 12
윌리엄 H.캘빈 지음, 윤소영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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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캘빈교수의 <생각의 탄생>을 읽기 시작하면서 든 의문은 “생각이란 무엇일까?”였습니다. 옮긴이는 “이 책은 뇌에서도 특히 대뇌 반구와 관련있는 생각 그리고 지능이 어떻게 기능하는가 하는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다.(5쪽)”고 적고 있어 쉽게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부풀리게 만들었습니다. 실제로 2장 ‘만족스러운 추측의 전개’에서는 제임스 굴드와 캐럴 그랜트 굴드가 쓴 <동물의 마음>에 나오는 “선천적인 정보 처리과정, 본능적 행동, 내적 동기와 본능적 욕구, 선천적으로 유도되는 학습, 이 모든 것은 분명 동물의 인식 능력 범위에서 가장 본질적이고도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생각이나 판단, 결심과 같은 우리 정신활동의 보다 심원한 영역을 이루고 있다고는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생각은 무엇일까?”라는 구절을 인용하고 있지만, 생각이 무엇인지 똑 떨어지는 답을 찾을 수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저자가 에둘러 설명하고 있는 인간의 지능과 언어능력, 기억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 생각일까요?

 

몇 가지 힌트를 모아보면, 2장을 통하여 저자는 인간의 지능이 다른 동물과 다른 점은 학습속도가 빠르다는 점, 유연성과 창조성이라는 점, 논리적으로 추론한다는 점, 미래에 대하여 세세하게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점 등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3장에서 “자신이 보았다고 생각한 것의 일부는 실은 기억으로 채워진 것이다.(85쪽)”는 구절을 읽을 수 있습니다. 5장의 제목은 '지능의 토대로서의 통사론‘입니다. 여기에서 저자는 “통사론이 사람다운 지능을 판가름한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통사론이 없다면, 우리는 침팬지보다 영리할 것이 없다.(128쪽)”고 잘라 말하고 있습니다. 즉 언어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이며, 생각의 경계를 확산시키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것이라고 보는 것 같습니다.

 

‘끊임없이 진행되는 진화’라는 제목의 제6장에서 저자가 남겨놓은 결정적 단서를 놓칠 뻔 했습니다. “사고는 감정과 기억의 조합으로 나타난다. 아니, 어떻게 보면 생각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그리고 어쩌면 결코 일어나지 않을) 움직임이다. 생각은 대부분 순식간에 덧없이 흘러가 버린다.(211쪽)” 그리고 보면 저자가 사용한 사고(思考)라는 단어가 바로 생각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여기에서 기억에 대하여 강조한 부분이 있습니다. “우리는 장기기억이 ‘시’공패턴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 공간패턴이 시공패턴으로 전환되는가를 가르쳐 주는 많은 사례를 알고 있다. (…) 단기 기억은 활동중인 시공패턴(심리학 문헌에서 ‘일하는 기억’으로 일컬어지는 것)일 수도 있지만, 순각적이며 공간적이기만 한 패턴 일 수도 있다.(215쪽)”

 

제7장 ‘지적 행동의 진화에서는 대뇌 피질의 뉴런의 활동으로 기억이 저장되는 과정을 상당한 분량을 할애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에게는 지능과 언어의 비약적 발전을 불러일으켰을 후보들을 가지고 있다. 다윈기계 그리고 피질과 피질 사이의 연결이 그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약 25만년 전, 혁신이 어려운 호모 에렉투스 문명이 호모 사피엔스의 끊임없는 변화하는 문명으로 진화하도록 한 동인이었을 수 있다.(281쪽)” 즉 신경세포가 담겨 있는 대뇌피질의 용적이 커지고 신경세포들 사이의 네트워크가 복잡해져 상호작용의 종류가 다양해진 것이 결정적이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는 설명입니다.

 

정리를 해보면, 저자는 인간의 삶이 다른 동물들과 달라질 수밖에 없었던 근본적인 원인, 즉 ‘생각’이란 지적 활동이 탄생하게 된 원인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인문학적 자료들을 인용하여 독자의 생각의 날개를 펼쳐나갈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혹시 지나치게 현학적이라는 느낌을 가지는 분도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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