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때까지 삶에서 놓지 말아야 할 것들
메리 캐서린 베이트슨 지음, 안진이 옮김 / 청림출판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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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케서린 베이트슨교수의 <죽을 때까지 삶에서 놓지 말아야 할 것들>이 눈길을 붙든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그녀가 문화인류학자 마거릿 미드여사의 딸이고, 어머니를 따라 인류학을 공부하고 있다는 점과, 제목이 끌어당기는 강한 흡인력(?)이었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고 싶은 이유를 다음과 같이 길게 달았습니다.

 

죽음의 순간을 맞을 때까지 소망하는 것이 있다면 건강했으면 하는 것입니다. 건강하면 죽음을 맞는 순간까지도 자신이 제일 잘하는 일을 놓지 않을 수 있겠다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장수가 전쟁터를 떠나면 빠르게 쇠락하는 것처럼 자신이 제일 잘하는 일을 하고 있으면 삶이 절로 흥이 날 것만 같습니다. 일본의 어느 유명한 배우는 무대에서 자신의 최후를 맞고 싶다고 말하곤 했다고 하는데, 그는 정말 무대에서 숨을 거두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도 제가 제일 잘하는 일을 죽을 때까지 놓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의 원제는 <Composing a Future Life>입니다. 그녀의 대표작 <Composing a Life>를 잇는 저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Composing a Life>가 우리나라에 <인생설계하기>로 번역소개 되었으니 <Composing a Future Life>는 <미래인생설계하기>로 했더라면 책에 담긴 내용을 제대로 표현하는 제목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이 책을 옮긴 안진이님이 요약한 책내용을 보면, 저자는 스승인 발달심리학 전문가 에릭 에릭슨의 생애주기이론을 바탕으로 자신이 고안한 ‘제2 성년기’라는 단계를 추가하고, 이 이론은 검증하기 위하여 다양한 인사들을 인터뷰한 결과를 이 책에 담았다고 하였습니다. 제2 성년기 개념은 많은 국가에서 평균수명이 획기적으로 늘면서 사회가 바뀌고, 개개인의 생애주기가 바뀌고, 나아가서는 인류라는 종이 변화하고 있다고 규정하고, 나이든 사람은 지금 무엇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를 이해하고 새로운 의식을 계발해야 제2 성년기를 성공적으로 지낼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즉 ‘죽을 때까지 삶에서 놓지 말아야 할 것들’이라는 제목이 의미하는 보편적인 무엇을 도출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마다의 생각과 여건을 고려하여 제2의 성년기를 어떻게 보낼 것인지 제대로 설계해야 할 것이라는 의미가 될 것 같습니다.

 

다양한 인연으로 만나게 된 나이든 사람들의 삶의 전주기를 인터뷰하여 기본자료로 삼고 그들의 삶을 정리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기 때문에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가 잘 들어나지 않는 인상을 줍니다만, 모두 열한개의 장마다 중심이 되는 인터뷰이의 삶에서 공감할 수 있는 삶의 방식을 도출해내고 있습니다. 제6장에 등장하는 뉴욕 세인트존 디바인 대성당의 수석 사제인 제임스 모튼의 삶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대학에서 건축학을 공부하던 그는 엄격한 뉴턴교수의 방침 때문에 건축의 역사를 공부하고 싶은 마음을 접어야 할 상황에서 만난 쿨리지교수의 조언으로 하버드 미술대학의 건축사로 전공을 바꾸는 선택을 하게 되고, 졸업논문을 쓰기 위하여 케임브리지대학 감독교파 신학대학원에서 강의를 듣게 되고 결국은 신학에 대한 관심이 커지게 되면서 사제가 되는 길을 선택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사제로서 임무를 마치고 은퇴한 다음에는 뉴욕세계종교센터를 설립하여 뉴욕 시내의 다양한 종교공동체들이 협력 프로그램을 통해 각자의 편의를 증진하고 서로 사귀면서 신뢰를 쌓는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합니다. 즉, 그의 삶의 전주기를 통하여 축적된 경험과 책임을 활용하여 서로를 도와주는 새로운 모델을 창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저자는 은퇴한 다음 새로운 삶을 구상하여 추진하는 사람들을 인터뷰하여 그들의 생각을 정리하여 이 책에 담은 것입니다.

 

여기 등장하는 분들은 저자의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분들입니다. 사회적으로도 안정된 직업에 종사하여 은퇴한 다음에도 적극적인 삶을 살아가는 특별한 사람들이라는 점이군요. 평범한 삶을 살고 은퇴한 보통사람들 역시 은퇴한 다음에 찾아오는 제2 성년기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 설계할 때 벤치마킹하기에는 너무 먼 곳에 있는 분들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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