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의 탄생/ 즐거운 지식 동서문화사 월드북 114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곽복록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해가 저물어갈 무렵, 니체의 삶과 정신을 재구성한 고명섭 기자님의 <니체극장; http://blog.joinsmsn.com/yang412/12970004>을 읽었습니다. 김선희교수님의 <철학자가 눈물을 흘릴 때; http://blog.joinsmsn.com/yang412/12474996>를 읽으면서 니체에 대하여 조금 더 공부할 생각을 하던 차라서 그의 삶고 생각의 틀을 가늠하는 기회가 되었고, 그의 저작들 가운데 어떤 것을 먼저 읽을 것을 결정하는데도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비극의 탄생>을 제일 먼저 읽게 된 것도 <니체극장>에서 찜해두었던 것에 더하여 최근에 읽은 <그리스 미학기행; http://blog.joinsmsn.com/yang412/13018098>에서 저자께서 그리스에 눈길을 두게 된 이유가 바로 니체의 <비극의 탄생>이었다고 설명하고 있었던 것이 결정적이었습니다. <그리스 미학기행>을 라포르시안에서 소개하기 위해서라도 <비극의 탄생>을 읽어야 할 이유가 되었던 것입니다. <비극의 탄생>은 양이 많지 않은 탓에 니체의 다른 작품들과 함께 소개되는 경향입니다. 여러 판본을 저울질하다가 곽복록교수님이 번역하신 동서문화사의 것으로 골랐습니다. <비극의 탄생>과 같이 묶어진 <즐거운 지식>과 <반그리스도교>는 덤으로 읽게 된 셈입니다.

 

<비극의 탄생>은 니체의 첫 번째 저작이며 그가 전공한 고전문헌학의 틀을 벗어난 작품이기도 합니다. 곽복록교수님은 작품해제를 통하여 “그는 이 작품에서 그리스 비극이 아폴론적인 것과 디오니소스적인 것(전자는 중용, 제약, 조화를, 후자는 거침없는 정열을 표현함)의 결합에서 나왔으며, 소크라테스의 합리주의와 낙관주의가 그리스 비극을 죽였다.(538쪽)”고 주장했습니다. ‘음악정신으로부터 나온 비극의 탄생’이라는 제목의 본문을 ‘리하르트 바그너에게 바치는 서문’으로 시작하고 있는 것처럼 이 책을 쓸 무렵 니체는 바그너에게 심하게 경도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 까닭에 그리스 비극을 극적 요소와 음악적 요소로 구분하여 각각의 의미를 새기고 있는데, 특히 비극을 노래하는 합창 부분에 무게를 더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전승은 우리에게 비극은 비극 합창단에서 발생했으며, 비극은 근원적으로 합창에 지나지 않으며, 합창단 이외의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단호히 말한다.(46쪽)” 더하여 민중으로 이루어지는 합창단에는 민주적 아테네 시민의 영원한 도덕률이 나타나고 있다고 해석하고 있는 것입니다.

 

“예술의 발전은 아폴론 적인 것과 디오니소스적인 것의 이중성과 관련이 있다.(22쪽)”라고 시작하는 ‘음악정신으로부터 나온 비극의 탄생’이라는 제목의 본문에는 “결국 우리는 그리스 비극의 근원과 본질은 서로 얽혀 있는 두 개의 예술 충동, 즉 아폴론적인 것과 디오니소스적인 것이라는 이중성 자체에 있다는 것을 발견(74쪽)”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아폴론적 예술로서의 조형예술과 디오니소시적 예술로서의 음악이 대립하고 있다는 해석에서 음악의 정신에서만 비극이 탄생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입니다. 르네상스를 통하여 그리스 비극은 오페라의 형식으로 유럽 예술로 계승되었는데, 특히 바흐에서 베토벤을 거쳐 바그너에 이르기까지 독일음악에 그리스 음악이 전승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니체가 그리스 비극을 통하여 바그너를 찬미한 <비극의 탄생>은 학계의 거센 비난을 받는 결과를 낳았다고 합니다.

 

‘농담, 음모 그리고 복수’라는 제목으로 된 독일식 압운의 서곡과 모두 5부로 구성된 <즐거운 지식>은 아주 독특한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어떤 것은 짧은 경구의 형식을, 어떤 것들은 엽편소설(葉篇小說)처럼 짧은 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요즘으로 치면 짧은 분량으로 된 칼럼이라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옮긴이는 “이 책은 20세기의 정신을 날카롭게 예측하는, 니힐리즘의 끝을 보여준다기보다는 지적 용기를 북돋워 주는 교훈으로 가득 차 있다.(543쪽)”라고 요약하고 있습니다.

 

<반그리스도교>는 ‘모든 가치의 재평가’라는 제목으로 구상했던 글이라고 합니다. ‘신은 죽었다’고 선언한 니체는 초인의 도래를 예언하고 있는데, 그리스도교는 니체의 그와 같은 관점에 부합하지 않는 면이 너무 많았을 것 같습니다. “약자와 실패자는 몰락해야 한다. 이렇게 말한다면 모두들 놀랄 것이다. 하지만 정말 인간을 사랑한다면 그들의 몰락을 도와야 한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정말 훌륭하게 발전하려면 마땅히 그래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인류애다. 그러므로 약자와 실패자를 동정하는 것은 매우 안 좋다. 그리스도교는 그런 걸 모르고 그들을 한없이 동정한다.(459쪽)” 니체는 유대인의 역사를 기록한 구약성서를 사제들이 왜곡하여 서술하여 신도들을 구속하려 들었다고 통박하기도 합니다. 성서에 대한 앎이 많지 않은 탓에 니체의 견해에 대하여 판단을 유보할 수밖에 없습니다만, 아는 범위에서는 공감이 가는 점이 없지 않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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