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결정은 왜 세계에서 가장 빠른가 - 일본의 7대 기업을 따돌린 삼성전자의 성공 비결
요시카와 료조 지음, 엄예선 옮김 / 중앙경제평론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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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발주자가 선두그룹을 쫓아가는 효과적인 전략으로 ‘미투(me too) 전략', 즉 따라하기가 있습니다. 선두주자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따르다 보면 선두 아래까지 쫓아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산업화 과정이 늦었던 우리나라의 대부분 기업들이 과거에 채택했던 전략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따라하기의 한계는 절대로 선두를 앞지를 수 없다는데 있습니다.

 

현재 삼성전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이면서 전자업계에서는 글로벌 선두기업이기도 합니다. 전자관련업과는 관계가 없는 분야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언제 글로벌 선두에 올라서게 되었는지는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지 못합니다만 분명 전환점이 있었을 것이며, 삼성전자를 글로벌 선두로 치고나갈 수 있는 동력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삼성의 결정은 왜 세계에서 제일 빠른가>는 바로 삼성전자가 글로벌 선두로 치고나갈 수 있었던 동력이 무엇인지를 분석하고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그것도 우리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일본인의 시각에서 말입니다. 이 책을 쓴 요시자와 료조씨는 삼성전자에서 CAD/CAM 시스템구축을 담당하기 위하여 이건희회장이 직접 나서 스카우트한 분으로 삼성전자의 상무까지 지냈다고 합니다. 저에게는 생소한 개념입니다만, CAD는 컴퓨터를 통해 설계 작업을 하는 것이고, CAM은 컴퓨터로 제조하는 것을 말하는데, CAD/CAM은 이 두 가지를 통합한 시스템의 총칭이라고 합니다.

 

앞서 적은 것처럼 삼성은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일본기업의 제품을 모방하는 전략을 취했는데, 이 방식으로는 무한경쟁의 시대에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한 삼성그룹의 이건희회장은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통하여 삼성그룹의 체질을 바꾸는 대개혁에 착수하게 되었고, 그 결과가 오늘날 글로벌 전자업계에서 삼성전자의 현주소로 나타나게 된 것이라는 것입니다.

 

저자는 글로벌 선두를 달리던 일본의 전자업계들이 자기들끼리의 경쟁이기 때문에 현실에 안주하는 동안 삼성전자가 그들을 추월하게 된 강력한 동인(動因)을 ‘의사결정의 속도’로 보았습니다. 일본기업의 의사결정과정은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기본적으로 신중함을 바탕으로 실패할 경우의 대책까지도 꼼꼼히 생각하는 경향이지만, 한국기업들은 일단 필요하다면 썩은 다리라도 건너고 건넌 뒤에는 그 다리를 부수는 적극적인 기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돌아갈 곳이 없는 배수의 진을 치고 시작하는 경쟁은 혼신을 다할 수밖에 없어 없던 전력도 보태지기 마련이겠지요. 바로 글로벌 경쟁이 리그전에서 토너먼트전으로 전환하고 있는 시기에는 한판 한판이 그야말로 막판이라는 생각으로 사력을 다해야 한다는 것입이다.

 

저자는 경쟁이 치열한 글로벌 기업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빠른 의사결정’ 없이 생존할 수 없는 시대라는 점을 인식하고, 의사결정속도와 정보관리로 비즈니스를 제압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삼성이 바로 이런 시류에 정확하게 올라탈 수 있었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건희회장의 모습에서 위기 시의 리더와 조직의 역할이 무엇인지 읽어내고 있습니다. 이어서 글로벌화 시대의 ‘제조업’의 현주소를 읽고 마지막으로 일본기업이 나아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 조언으로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저자가 마무리부분에 정리하고 있는 일본인의 ‘세 가지 오만’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바로 ‘경영자의 오만’, ‘기술자의 오맘’ 그리고 ‘소비자의 오만’입니다. 경영자가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오만함과 기술자의 경직된 사고 때문에 일본의 기술이 답보를 면치 못하게 되었고, 신사에 몰입하는 일본 소비자의 경향이 일본기업이 국내용에 머물게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한 나라의 경제수준을 몇 개 기업의 활동으로 재단할 수만은 없겠습니다만, 우리기업의 변화된 모습과 위상에 대하여 자부심을 가지고 성원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사족 같습니다만, 최근 출판계의 변화가 느껴지는 책이었다는 점을 덧붙입니다. 내용을 콤팩트하게 요약하여 볼륨을 줄여 읽는데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곧 저의 책을 개정하는 작업을 시작할 때 반영하도록 해보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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