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2/63 - 2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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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정확하지는 않습니다만, 이제는 시간여행의 고전이라고 해도 될 영화 <백 투더 퓨처> 시리즈에서 과거로 시간여행 중인 맥플라이에게 브라운박사는 과거의 사건에 개입하여 운명을 바꾸어 놓지 말라고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스티븐 킹은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신작 <11/22/63>에서는 과거로 가는 시간여행 출입구를 발견한 앨 템플턴과 제이크 에핑이 과거에 일어났던 불행한 사건에 개입하여 바로 잡아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설정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과거의 사건을 바로잡으려는 앨과 제이크의 시도에 대하여 과거가 다양한 형태로 저항한다는 설정과 토끼굴이라고 표현하는 시간여행을 출입구를 통하여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순간 이전에 개입했던 사건들이 모두 원상을 회복한다는 설정을 두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전편에서 앨과 해리가 막아낸 비극적 사건의 결말이 과연 해피엔딩이었을까 하는 의문을 품게 만들었던 점과, 후편의 하이라이트가 될 케네디암살을 저지한 것이 과연 후세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을까 하는 의문을 해결하기 위한 장치라고 하겠습니다. “밑져야 본전이잖아. (…) 상황이 구리게 흘러간다 싶으면 제자리로 돌려 놓으면 돼. 칠판에 적힌 추잡한 단어를 지워 버리는 것만큼이나…(661쪽)”라고 한 앨의 말처럼 토끼굴 출입을 통해서 리셋시키면 된다는 것이지요.

 

어떤 독자도 리뷰에서 링컨암살이 아니라 케네디암살을 저지하는 선택을 했을까 의문을 표시했습니다만, 아마도 시대적 배경으로 고려하였을 때 현대에서 과거 시점으로 돌아가 적응하기에는 세월의 벽이 두터웠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떻든 1958년으로 갈 수 있는 시간여행 출입구를 발견한 앨 템플턴이 1963년 11월 22일 달라스에서 일어난 케네디 암살사건을 저지하려 시도했다가 병을 얻어 더 이상 시도할 수 없게 되면서 주인공 제이크 에핑에게 그 일을 부탁하게 됩니다. 케네디를 살린다면, 베트남전이나 세상을 혼란스럽고 우울하게 만들었던 수많은 일들이 사라지고 세상은 더 나아질 것이라는 이유였습니다.

 

사실 케네디 암살사건 만해도 리 오스왈드가 범인이라고 합니다만, 여러 가지 가설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물론 앨이 먼저 시도하면서 꼼꼼하게 조사한 자료를 가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한 번의 시간여행에서 오스왈드의 저격을 막겠다는 시도가 터무니없어 보기기까지 합니다. 007시리즈처럼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는 남자주인공의 애정행각이 중요한 눈요기가 되기도 합니다만, 아주 오래전에 읽었던 <자칼의 날>이라는 영화에서 대통령을 암살하는 미션을 수행하는 자칼처럼, 이런 종류의 임무를 맡게 되면 아무래도 사건에 집중하기 위하여 남들과의 관계를 최소화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제이크가 5년여의 세월을 과거에서 살아야 하는 상황을 고려했음인지, 아니면 임무수행을 방해하는 과거의 집요한 저항을 고려한 안전장치로 삼기위해서인지 분명하지는 않습니다만, 제이크는 달라스 인근의 작은 마을 조디에서 교편을 잡게 되고 학교에서 새디 호킨스라는 여교사를 만나 서로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조디에서 거점을 만들어 지내면서 한편으로는 오스왈드가 소련에서 미국으로 돌아와 달라스로 들어온 다음의 행로를 따라 미리 감시초소를 만들어 두고 그의 행적을 추적하는데, 그 과정에서 소련의 개입가능성을 넌지시 비치기도 합니다. 물론 뒤에 가서는 리의 배후세력을 지우는 것 같습니다.

케네디 대통령이 달라스에 도착하는 63년 11월 22일을 앞두고 제이크는 과거의 거센 저항을 받아 치명적인 부상을 입게 되지만 새디의 도움을 받아 오스왈드가 케네디를 저격했다는 빌딩으로 가기 위하여 나서는데, 그 과정도 역시 순탄치 않습니다. “과거는 바뀌길 원치 않거든요. 바꾸려고 하면 저항을 해요. 변화의 가능성이 클수록 더 심하게 저항을 하죠.” 우여곡절 끝에 오스왈드의 케네디 저격을 저지하는데 성공하게 됩니다만, 과연 바뀐 과거가 미래에 미친 영향은 저자가 앨 탬플턴을 통하여 그려냈던 환상적인 것이었을까요? 달라스에서 제이크의 개입을 저지하지 못한 과거가 만들어낸 나비효과는 무엇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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