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투자은행 1
구로키 료 지음, 최고은 옮김 / 펄프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금융분야 역시 빠르고 복잡하게 발전하고 있어 수박 겉핥기식으로 이해하는 수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년전에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의 버블이 깨지면서 일어난 금융위기가 미국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가하고 세계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쳤는데, 그 효과는 지금도 남아 있다고 합니다. 일본 역시 세기말 일었던 버블경제가 무너진 여파가 여전히 남아 경제력이 예전만 못하다고 합니다.

 

일본작가 구로키 료의 <거대투자은행>은 1980년대 중반부터 미국 월 스트리트의 금융가와 일본 금융계를 무대로 대기업과 금융기관이 얽혀있는 투자와 기업합병이 일어나는 과정을 기본 줄거리로 진행되는 금융맨들의 숨가쁜 하루하루를 엿볼 수 있습니다. 은행, 증권 회사, 종합상사에 23년간 근무하며 국제 협조 융자, 프로젝트 파이낸스, 무역 금융, 항공 파이낸스 등에 종사한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금융현장을 실감나게 그리고 있어 두터운 볼륨에도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금융분야의 전문용어들이 많이 나오지만 독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충분한 설명을 덧붙이고 있어 읽는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제목이기도 한 투자은행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투자은행의 업무는 전통적 투자은행 업무와 세일즈 및 트레이딩,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전통적인 투자은행 업무란 기업고객의 재무상태를 파악해 어떤 타이밍에 어떤 투자를 하면 좋을지 다양하게 조언하고, 자금조달(주로 증권발행)와 인수합병을 하는 것이다.(93쪽)”

 

미국의 금융시스템이 세계를 지배하는 이유를 저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기도 합니다. “최고 수준의 급여로 끌어모은 동부 아이비리그 중에서도 손꼽히는 인재들이 보스의 호령 한 마디에 일치단결해 거래성사를 위해 온 힘을 기울였다. 거래 성사를 위해 사내의 모든 인적, 물적 자원이 최고효율로 투입되는 기업문화와 조직, 일본의 금융기관은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리라.(108쪽)”

 

연말에 성과를 나누는 것을 ‘그해의 사냥감을 배분하는 투자은행의 직원들은 마치 수렵민족 같다.’고 표현하는 것처럼 저자는 아주 흥미로운 비유를 적절하게 사용하기 때문에 읽는 재미가 더한 것 같습니다. 로버트 드니로와 메릴 스티립이 주연한 영화 <폴링 인 러브>에 나오는 장면을 찍은 카페에도 가보는 것처럼 독자들은 저자의 안내에 따라서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다양한 나라들을 같이 여행할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금융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수익을 내기 위하여 앞뒤 가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금도(襟度)를 지키는 품위를 엿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M&A 자문의 본래 역할은 앞뒤 가리지 않고 거래를 성사시키는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최선의 조언을 하는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한달에 10만 달러 이상의 자문료를 받는 것(442쪽)이라고 하는 장면이나 증권투자에 경험이 별로 없는 기관에 복잡한 형태의 파생상품의 판매를 거절하는 장면(447쪽)의 경우입니다.

 

생소하다 싶은 금융분야의 현장을 다루는 소설입니다만, 거품경제, 걸프전, 9.11 사건 등 실제 있었던 역사적 사건들이 배경으로 등장하고 있어 현실감을 더해주는 것 같습니다. 일본의 도도은행을 퇴사하고 뉴욕의 투자은행 모건 스펜서로 자리를 옮기는 주인공 가쓰라기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게 됩니다만, 살로먼의 류진 소이치와 후지사키 등이 적절하게 등장해서 분위기를 전환시키거나 긴장을 높이고 있습니다. 650쪽에 달하는 1권을 마치고서 700쪽이 넘는 2권에 바로 도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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