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하루 - 실록과 사관이 미처 쓰지 못한 비밀의 역사 하루 시리즈
이한우 지음 / 김영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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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대통령선거가 마지막 열기를 더하고 있습니다. 삼권분리를 근간으로 하는 민주주의국가에서도 대통령이라면 막강한 권한을 가지는 것이라서인지 옛날 왕조의 왕이 가지는 권한과 비교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왕손으로 태어났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막강한 권한을 휘두르는 왕좌에 오를 수 있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무슨 일을 했는지도 궁금하기도 합니다. ‘실록과 사관이 미처 쓰지 못한 비밀의 역사’라는 부제를 붙인 이한우기자님의 <왕의 하루>에서 그런 궁금증에 대한 답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번 대통령선거에서는 대통령의 자질을 검증하는 과정이 충분했는가 하는 문제를 제기하시는 분도 계신 것 같습니다만, 조선왕조의 왕들은 왕위에 오르기 전부터, 혹은 사정이 여의치 않은 경우에는 왕위에 올라서도 제왕학이라는 특별한 공부를 했다고 합니다. 제왕학의 핵심 교과서는 진덕수의 <대학연의>였다고 합니다. 선조 즉위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영의정 이준경은 임종을 앞두고 선조에 올리는 유언상소를 통하여 일종의 조선왕 리더십 가이드라고 할 내용을 정리하고 있어 왕이 지녀야 할 기본적 자질이 무엇인지 가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첫째는, 제왕은 학문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는 아랫사람을 대하는 데 위의(威儀)가 있어야 한다. 셋째는 군자와 소인을 분별해야 한다. 넷째는 붕당의 사론을 없애야 한다는 네 가지를 짚었다고 합니다. 저자는 학문이 뛰어났던 조선의 왕으로 태종, 세종, 세조, 예종, 숙종, 영조, 정조 등의 학식이 뛰어나 유학자였던 신하들과 겨룰 수 있었다고 합니다.

 

조선왕조가 시대적 배경이 되는 드라마나 영화가 관심을 끄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화나 드라마는 관객이나 시청자의 관심을 끌만한 장면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그분들의 일상은 어땠을까 궁금하기도 합니다. 저자는 <왕의 하루> 프롤로그에서 아침에 기침하는 시간부터 저녁에 잠자리에 들 때까지 조선왕의 하루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밖에도 왕의 하루 가운데 특별한 날들, 예를 들면, 즉위식, 학문, 결혼, 죽음에 관해서도 정리하고 있습니다. 일상이야 매일 반복되는 일이니 특별할 것이 없기 때문에 역대 왕들의 특별한 날의 특별한 순간을 재구성하여 들려주기도 합니다. 태조 이성계가 고려조를 마감하고 새로운 왕조를 열게 되는 과정, 반정이 일어나던 날 연산군과 광해군이 보냈던 하루의 일정, 그리고 신하와 대립각을 세웠던 태종, 세조, 중종 등의 이야기도 들려주고 있습니다.

 

연산군이 폐위되던 날의 하루는 제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역사와는 사뭇 다른 점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옥새를 내놓고 동궁으로 거처를 옮기라고 했다. 나는 두말 않고 그대로 했다. 박원종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왕좌에 대한 미련이 없었기 때문이다.(62쪽)” 연산은 “나면서부터 영리해 일찍부터 인효의 성품이 현저하고, 총명이 날로 더해가 장차 학문의 공이 융설할 것이니, 마땅히 동궁에서 덕을 기르고 대업을 계승할 몸임을 보여야 할 것이다.(71쪽)”이라고 책문에 기록되어 있고, 부왕인 성종의 기대가 컸던 것으로 보아 좋은 군왕이 될 자질을 갖추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어머니의 비극적 죽음을 뒤늦게 전해듣게 된 것이 계기가 되어 폭정을 일삼게 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사실은 비대해진 신권과 대립하여 왕권을 강화하려는 의지가 강했다는 평가가 있다는 것입니다. “연산군은 아버지를 배신하고 어머니의 죽음을 방조한 신하들을 믿으려야 믿을 수 없었다. 그는 반란의 조짐을 알고서도 적극적으로 대책을 세우지도 않았다. 인간에 대한 신뢰상실은 결국 자기 파멸로 이어졌고, 왕위 폐출은 시간문제였다.(80쪽)”고 저자는 적고 있습니다. 중종반정이 성공할 수 있었던 미스터리는 바로 활폐해진 연산의 심리상태에 있었다는 해석으로 보입니다.

 

전해오는 역사서를 바탕으로 과거를 재구성하기 위해서는 풍부한 상상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상상이 틀을 벗어나게 되면 역사를 왜곡하는 우를 범할 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것입니다. 어떻든 <왕의 하루>는 저자가 풍부한 상상력으로 빚어낸 조선왕조의 흥미로운 읽을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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