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제라블 4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04
빅토르 위고 지음, 정기수 옮김 / 민음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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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의 제목은 ‘플뤼메 거리의 서정시와 생 드니 거리의 서사시’입니다. 전체 5부작 가운데 인명이 없는 유일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플뤼메 거리는 장발장과 코제트가 사는 집이 있는 거리입니다. 뤽상부르 공원에서 처음 만나고서 몇 차례 조우한 코제트의 거처를 찾아 헤매던 마리우스가 에포닌의 도움으로 플뤼메 거리의 집에서 코제트를 만나 사랑을 시작하기 때문에 두 사람의 사랑을 ‘플뤼메 거리의 서정시’라고 표현한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장발장입장에서는 코제트가 타인과 만나 사랑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상정한 적이 없기 때문에 새로운 위험요인이라는 판단을 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보호를 구실로 이곳저곳을 전전하면서 숨어사는 것이 과연 코제트의 인생에 어떤 보탬이 되는 것인지 저자가 유념하였는지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쫓기는 삶을 살아야 하는 운명에 있는 장발장이 코제트를 독점하여 자신의 삶의 동반자로 삼으려는 생각은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생 드니 거리는 레 미제라블의 후반부를 구성하는 1832년 6월 5일의 왕정에 항거하는 시민폭동의 무대가 되는 곳으로 앙졸라를 중심으로 하는 ABC의 벗들이 주동하여 바리케이트를 쌓고 근왕군에 대항하여 전투를 벌이는 곳입니다. 당연히 공화정주의자들의 혁명배경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고 이들의 항전심리에 대하여 섬세한 묘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빅토르 위고는 나폴레옹 황제의 휘하에서 장군이었던 부친을 따라 유럽 각지를 따라다녔으면서도 성장하면서 전통 왕정을 찬성하는 입장에 섰다가 1948년 2월 혁명 이후에는 민주주의자가 되었고 공화제를 지지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루이 나폴레옹이 쿠데타에 성공하여 황제가 된 다음에는 국외로 망명하였다가 1870년 쿠데타로 나폴레옹3세 황제가 물러난 다음에 귀국하여 왕성한 작품활동과 정치활동을 하였다고 합니다. <레 미제라블>은 망명 중에 쓴 작품으로 군주제를 반대하고 공화제를 찬성하는 그의 사상이 반영되고 있는 것입니다.

 

4부에서는 3부에서 장발장을 옭아서 한밑천을 장만하려다가 마리우스가 개입하는 바람에 자베르형사에게 붙잡혀 감옥에 갇힌 테나르디에가 탈옥하는 과정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면 당시 프랑스의 교정행정이 치밀하지 못하였던 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여러 차례 탈옥에 성공하는 장발장의 사례나 테나르디에의 사례를 보면 그런 추측이 무리가 아닐 것 같습니다. 테나르디에의 탈옥과정에서 곁들이는 곁말에 대한 저자의 장황한 설명은 소소한 읽을거리로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고, 나아가 당시 프랑스 사회가 사용하던 언어학적 기록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국어사전에서는 “똑바로 말하지 아니하고 다른 말로 빗대어 하는 말”이라고 곁말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곁말은 말의 직접적인 창조와 비유 그리고 임시방편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기왕 사용하고 있는 언어를 바탕으로 하여 형용이 풍부한 말이 창조되고 있어 신비롭기까지 하다는 것입니다.

 

<레 미제라블>을 읽다보면 선문답에 가까워 이해가 쉽지 않은 문구를 읽을 수 있습니다. 곁말에 대한 설명을 담은 부분에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가운데 적은 다음 구절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알 때도 사랑할 때도 그대는 괴로워한다. 빛은 눈물 속에서 태어난다. 밝은 사람들은 설령 그것이 어두운 사람들 위에 지나지않는다 할지라도 눈물을 흘린다.(286쪽)”

 

이 작품의 후반을 장식하고 있는 1832년 6월 5일의 혁명은 민중의 큰 지지를 받아오던 라마르크장군의 사망과 장례식이 계기가 된다고 하였는데, 생 드니 거리에서 세워진 바리케이드를 지키는 민중은 불과 50여명, 이들이 규모를 알 수 없는 근왕군과 처절한 전투를 벌이게 되는 것인데, 아무리 민중혁명이 자생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산발적일 수밖에 없는 민중을 통일된 힘으로 이끌어가는 구심점이 없이 투쟁을 벌인다면 이는 분명 의미없는 희생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는 것입니다. 당시 프랑스 민중운동이 실제로 이랬다면 그들은 불속으로 뛰어드는 하루살이와 같이 무모한 사람들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치열한 전투가 예상되는 긴박한 순간에도 남녀 간의 사랑은 어쩔 수 없는 것. 오해는 상황을 극단으로 몰아가지만 끊어질 듯 이어지는 인연은 새로운 상황을 만들어내는 법, 에포닌이 개입하여 끊어질 것 같던 코제트와 마리우스의 인연은 마리우스의 비장한 마무리에 의하여 반전을 가져올 것으로 보입니다. 생 드니 거리의 바리케이트에서 기다리는 처절한 전투의 결말과 긴 이야기의 결말을 어디로 향할 것인가 궁금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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