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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제라블 3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03
빅토르 위고 지음, 정기수 옮김 / 민음사 / 2012년 11월
평점 :
3부의 제목은 마리우스입니다. 마리우스에 대한 설명으로 이야기를 시작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1831년 당시 파리의 거리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떠돌이 생활하는 청소년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파리 변두리의 성긴 모퉁이나 음산한 담모퉁이에서 얼굴이 핼쓱하고 흙과 먼지투성이의 남루한 더벅머리 소년들을 쉽게 만날 수 있는데, 이들은 가난한 집에서 뛰어나온 소년들이라는 것입니다. 테나르디에부인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딸은 귀하게 키우면서도 아들에게는 관심을 두지 않을뿐더러 어린 아이들을 남에게 주어버리는 짓까지도 하는 모습을 보면 당시 파리사회는 남존여비사상이 뿌리 깊던 동아시아 사회와는 정반대의 현상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자는 파리가 우아한 도시인 것처럼 그리려 하고 있지만, 그가 스케치하고 있는 거리풍경은 민중들의 삶이 불안하여 사회가 동요하고 있음을 눈치챌 수 있습니다. 그 말미에 이 긴 이야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거리의 아이 가브로슈가 처음 등장하고 있습니다. 뒤에 밝혀지게 되지만 가브로슈는 테나르디에의 큰 아들입니다만, 부모의 냉대를 견디다 못해 거리로 뛰쳐나온 부모가 있으면서도 고아인 소년인 셈입니다. 오죽하면 “이 아이는 거리에서만큼 기분 좋은 때가 결코 없었다. 포도는 그에게 제 어머니의 마음보다 덜 냉혹했다.(43쪽)”고 했겠습니까? 그래도 가끔은 고르보의 누옥이라고 부르는 50-52번지의 집에 들를 때가 있는데 이 집은 바로 장발장이 파리에 잠입했을 때 처음 몸을 숨겼던 곳이기도 하며, 3부의 주인공 마리우스가 거처하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보면 작가들은 가급적이면 같은 장소에 등장인물들을 모아 사건을 전개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파리 거리의 아이들에 대하여 한바탕 설명을 늘어놓은 끝에 3부의 주인공 마리우스의 배경에 대한 긴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2부의 첫 번째 이야기였던 워털루전투의 끝장면에 등장했던 퐁메르시 대령이 바로 마리우스의 아버지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퐁메르시 대령은 왕당파 질노르망 노인의 둘째 사위인데 공화주의자인 그는 장인과 결코 화해할 수 없는 사이였고, 아내가 죽은 다음 아들 마리우스를 노인과 처형에게 내주고는 외롭게 살다가 죽음을 맞게 됩니다. 할아버지의 배려로 아버지의 사후를 수습하게 된 마리우스는 퐁메르시 남작의 유언을 읽고서 공화주의자로 변신하게 되고, 종국에는 질노르망 노인에게 들통이 나면서 집을 나가게 됩니다. 이 또한 코제트와의 만남을 위한 신의 섭리라고 보아야 할까요?
저자는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의 흐름을 전하고 있습니다. “이 시대(1831년)에는,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았으나 어떤 혁명적인 떨림이 은연중에 흐르고 있었다. 1789년과 1792년의 심층에서 되돌아온 숨결이 공중에 감돌고 있었다. (…) 시계 문자판에서 가고 있는 바늘은 사람들 마음속에서도 역시 가고 있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걸어가야 할 걸음을 앞으로 걸어 나아가고 있었다.(131쪽)” 그것은 1932년 혁명으로 분출되기 위하여 에너지를 축적하는 과정이었던 것입니다.
마리우스는 자연스럽게 뮤쟁다방의 뒷방을 근거지로 하여 뜻을 모으고 있던 청년들의 모임에 들어가게 되면서도 운명은 그의 발길을 코제트와 장발장 그리고 테나르디에와 에포닌과 얽히도록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작가는 본격적인 만남이 있기 전에 우연히 조우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마리우스는 뤽상부르공원의 인적이 드문 통로에 있는 벤치에서 쉬고 있는 한 남자와 아주 어린 처녀와 반복적으로 만나게 되는데, 그러다 보니 관심을 가지게 되는데 이들이 우연히 같은 50-52번지에 살고 있는 종드레트(사실은 테나르디에가 사용하는 여러 가명 가운데 하나입니다.) 가족들이 돈많은 노인과 어린 처녀를 위협하여 돈을 빼앗을 음모에 말려들게 되면서 그들이 바로 뤽상부르공원에서 만난 사람들이라는 것과 종드레트가 바로 아버지의 유언에 나오는 테나르디에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입니다. 범행도 막아야 하겠고, 아버지의 은인을 도와야 하는 갈등을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마리우스는 진행되는 음모를 경찰에 신고하게 되는데, 그 경찰이 바로 자베르형사라는 점도 우연이 연속되면 필연이라는 공식을 깨닫게 합니다. 사건현장에서 자베르형사와 조우하게 된 장 발장은 현장이 혼란스러운 틈을 타서 탈출할 수는 있었지만, 자베르 형사의 마음 구석에 의구심을 남기게 됩니다.
3부는 1,2부와는 달리 등장인물도 많고 이들이 서로 얽히는 모습을 그리고 있어서 등장인물의 관계를 파악하는데 다소 집중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프랑스 혁명 이후의 파리의 하층민들의 삶과 공화정 이후 왕정복고 시절의 사회적 분위기를 파악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