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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제라블 2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02
빅토르 위고 지음, 정기수 옮김 / 민음사 / 2012년 11월
평점 :
2부의 제목은 ‘코제트’입니다. 당연히 코제트의 삶에 등장하는 사람들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2부의 일곱 번째 이야기 ‘여담’에서 저자는 “이 책은 무한을 첫째 인물로 삼고 있는 드라마다. 인간은 둘째 인물이다.”라고 시작하고 있습니다. 옮긴이는 원문에 쓰인 'infini'라는 단어에는 ‘무한’이라는 뜻 외에 ‘무한한 존재, 절대자, 하느님’이라는 뜻이 있다고 각주를 달아놓으셨습니다. 손오공이 재주를 부려도 부처님 손바닥 안이더라는 이야기처럼 저자는 인간사가 복잡하게 얽혀드는 것이 참 신묘하다고는 하지만 절대자의 뜻에 따라서 펼쳐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1부의 시작에서 디뉴교구의 미리엘주교의 성품을 미주알고주알 설명하고 있는 것처럼 2부의 시작은 엘바섬을 탈출한 나폴레옹이 마지막으로 치룬 워털루 전투의 현장을 그리고 있습니다. 저자가 워털루전쟁에서 나폴레옹의 패배를 꼼꼼하게 기록하는 이유는 왕정을 타도한 프랑스혁명을 계승한 공화정이 나폴레옹의 패전을 계기로 하여 왕정으로 복귀하게 된 것에 대한 시대적 아픔을 바탕으로 근왕파와 공화파의 갈등을 예고하고, 코제트와 엮이게 될 마리우스의 배경이라던가, 1부에서도 등장했던 테나르디에가 이야기의 전체에 걸쳐 등장하는 인물들과 끈질기게 엮여 있다는 점을 설명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보입니다. 한편으로는 워털루 전투의 진행과정을 독자들에게 인식시키려는 생각도 엿보이는데 저자는 나폴레옹의 자랑인 포병이 전투를 앞두고 내린 폭우 때문에 적기에 기동하지 못한 것이 중요한 패전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인상을 받습니다. 천시(天時)는 지리(地利)만 못하고 지리(地利)는 인화(人和)만 못하다고 들었습니다만, 하늘의 뜻을 얻지 못해 패전을 피하지 못했다는 변명이 아닐까 싶습니다.
1부에서 마들렌으로 변장하여 시장으로 활약하던 장발장이 자신의 죄를 뒤집어쓰게 된 샹마티외의 법정에 출두하여 자신이 장발장임을 밝히고 수감되었다가 팡틴이 부탁한 코제트를 구하기 위하여 탈옥하였지만 결국은 다시 체포되어 감옥으로 보내진 것으로 드러나게 됩니다. 1부에서도 느낀 점입니다만, 빵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의 옥살이를 하게 된 것은 수감 중에 몇 차례에 걸쳐 탈옥을 시도하는 바람에 가중처벌된 것인데, 수감생활이 그의 삶에 탈옥을 반복할 정도로 고통스러웠던가 하는 점입니다. 형기를 채우고 출옥하는 편이 더 나은 선택이 아니었을까요?
2부에서도 다시 탈옥에 성공하는 장발장은 몽페르메유로 가서 테나르디에의 여관에서 하녀로 구박받고있는 코제트를 구출해서 파리로 잠입하게 되는데, 자베르의 추격을 받는 탈옥수가 미국과 같은 외국으로 도주하거나 한적한 시골에 파묻혀 지내는 것이 더 안전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파리로 잠입한 것도 의외입니다. 파리로 잠입한 초기에는 허름한 집을 세내어 지내지만 정말 우연히 자베르와 조우하여 쫓기게 되고 시장을 지내던 시절에 구해주었던 포슐르방의 도움으로 수녀원에서 숨어 지낼 수 있게 됩니다. 아마도 어린 코제트가 안정적인 생활과 교육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선택이었던 것일까요?
“그런데 신은 자기의 길을 가고 있다. 수녀원은 코제트처럼, 장 발장 속에 미리엘 주교의 사업을 유지하고 완성하는데 이바지 했다. 덕의 여러 면 중 한 면은 교만에 이르는 것이 확실하다. 거기에 악마가 놓은 다리가 있다. 장 발장은 아마 부지불식간에 그 면에, 그리고 그 다리에 꽤 가까이 있었을 것인데, 그때 하늘의 뜻은 그를 프티 픽퓌스 수녀원에 던졌다. 자기를 주교하고만 비교했던 동안에는 그는 자기가 비천하다고 느꼈고 그는 겸손했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그는 자기를 사람들과 비교하기 시작했고, 교만이 싹텄다. 누가 알랴? 그는 아마 마침내 아주 서서히 증오심으로 되돌아갔을 것이다. 수녀원은 그를 그 비탈 위에 멈추어 세웠다.(449쪽)” 역시 신의 뜻이라는 것이죠.
악은 악을 낳고, 선은 선을 낳는 법입니다. <레미제라블>에 등장하는 인물들 가운에 장발장과 테나르디에가 대표적인 극단의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리엘주교의 감화를 받은 장발장은 쫓기는 죄인임에도 불구하고 꾸준하게 어려운 사람들을 보듬고 선행을 베풀고, 테나르디에는 기회만 있으면 남의 것을 훔칠 궁리만 하는 모습으로 비교되고 있습니다. 장발장은 위기의 순간을 맞아서 그의 도움을 받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위기를 벗어나는 반면 테나르디에의 가족들은 파산하여 파리로 흘러들어와 바닥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 또한 신의 뜻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