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죽전역 근처에 있는 용인 포은아트홀에서 공연하고 있는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관람하였습니다. 빅토르 위고의 동명의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한 <레미제라블>은 1985년 10월 8일 런던에서 초연된 이래 27년 동안 43개국에서 21개 언어로 공연되어온 작품으로 <캣츠>, <오페라의 유령>, <미스 사이공>과 함께 세계 4대 뮤지컬의 대표작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레미제라블>은 4대 뮤지컬 가운데 이미 라이선스공연으로 우리나라에 소개된 다른 3편의 뮤지컬의 뒤를 이어 마지막으로 초연되는 만큼 뮤지컬 마니아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까닭인지 1층의 천여석을 꽉 메우고 있었습니다.

 

 

 

이윽고 객석의 불이 꺼지고 1815년 쇠사슬에 묶인 노예들이 노를 저으면서 부르는 프롤로그의 합창으로 시작된 공연은 감옥에서 나와 사람들로부터 배척받던 장발장이 디뉴성당의 미리엘주교의 구원을 받게 되는 장면, 다시 세월을 건너 뛰어 1823년 몽트레이유쉬르메르에서 바닥인생으로 굴러 떨어진 팡틴을 만나 그녀의 딸 코제트를 돌봐주겠다고 약속하는 장면, 몽페르메이유에서 힘든 삶을 살고 있는 코제트를 구하는 장면, 또 세월을 건너 뛰어 1932년 오랫동안 들끓어오던 민중들이 봉기를 준비하는 과정에 이르기까지의 1막이 숨가쁘게 이어졌습니다.

 

1막은 주인공 장발장과 숙명적으로 그의 뒤를 쫓는 자베르형사의 연기가 돋보였습니다. 이미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 http://blog.joinsmsn.com/yang412/12121404>에서 그의 연기의 깊이를 가늠할 수 있었기에 기대했던 정성화씨의 장발장 연기는 소름이 일어서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특히 객석의 맨 뒷자리였음에도 불구하고 가사를 또렷하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장발장과 끈질긴 인연을 자랑하는 자베르형사 역의 문종원씨의 연기와 노래 역시 훌륭했고, 자칫 무거운 분위기로 내달릴 수 있는 무대분위기를 띄우는 역할을 맡은 떼나르디에 부부역을 맡은 임춘길씨와 박준면씨의 연기와 노래도 훌륭했습니다.

 

20분의 막간휴식에 이어진 2막은 민중봉기에 가담한 마리우스가 걱정되어 같이한 에포닌이 죽음을 맞는 장면, 코제트의 연인 마리우스가 걱정되어 시민군에 동참하는 장발장이 시민군에 발각되어 죽음을 맞게 된 자베르형사의 목숨을 구해주는 장면, 장발장이 총탄에 맞은 마리우스를 구하는 과정에서 다시 조우한 자베르형사가 장발장을 놓아주는 장면, 시민혁명에 가담한 사람들이 모두 죽어 혁명은 실패로 끝나지만 마리우스는 살아남아 코제트와 결혼을 하게 되지만, 장발장의 정체를 폭로하겠다는 테나르디에의 협박에 마리우스에게 모든 것을 고백하고 두 사람을 떠난 장발장에게 마리우스와 코제트가 찾아와 장발장에게 돌아와주기를 청하지만 장발장은 이미 죽음을 맞아 먼저 떠난 사람들, 팡틴, 에포닌 그리고 시민혁명 과정에서 죽은 사람들의 영혼과 함께 하면서 극이 마무리됩니다.

 

2부에서는 합창의 비중이 조금 많았던 것 같습니다. 조금 아쉬웠던 점은 오케스트라와 좋은 앙상블을 보여 감동을 더한 합창은 그 울림 탓인지 가사구분이 조금 애매하게 느껴졌다는 것입니다. 이번 공연이 데뷔작이라는 코제트 역의 이지수씨의 맑은 음색도 좋았지만 에포닌역의 박지연씨의 연기와 노래가 참 좋았다고 느꼈습니다.

 

정리를 해보면, 포은아트센터에서 공연된 뮤지컬<레미제라블>은 연기와 노래 그리고 오케스트라를 비롯한 스태프들과의 앙상블도 훌륭했습니다. 다만 최근에 민음사에서 나온 무려 25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에 달하는 빅토르 위고의 원작소설을 2시간여의 뮤지컬로 압축하려다 보니 원작의 많은 에피소드가 생략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원작을 미리 읽어야 뮤지컬 장면들의 의미를 따라갈 수 있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덧붙이자면 인간을 구속하는 감옥에서부터 개인의 행복을 구속하는 정부에 대항하여 봉기한 시민군이 전멸한 가운에 살아남은 마리우스와 코제트의 결혼으로 마무리되는 뮤지컬의 결말이, <레미제라블>을 통하여 “한 저주받은 비천한 인간이 어떻게 성인이 되고, 어떻게 예수가 되고, 어떻게 하느님이 되는”지 그려내고자 했다는 빅토르 위고의 집필의도를 어느 정도 구현한 것인지 분명하게 느껴지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아무래도 원작을 모두 읽지 못하고 뮤지컬을 관람한 때문이 아닐까 생각을 합니다. 일독이 마무리되면 다시 한번 관람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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