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들 - 500년 미술사와 미술 시장의 은밀한 뒷이야기
피에르 코르네트 드 생 시르 외 지음, 김주경 옮김 / 시공아트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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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작품에 대하여 잘 알지는 못하지만 외국에 출장을 가게 되면 그 곳에 있는 미술관은 꼭 챙겨서 방문하곤 합니다. 이런 일을 나름대로는 문화적 사치라고 부릅니다만, 그래도 어디서라도 제가 감상했던 그림을 대하게 되면 반갑기도 합니다.

 

시공아트에서 최근 출간한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들>을 감상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이 책은 프랑스 파리에 있는 팔레 드 도쿄의 관장으로 있는 피에르 코르네트 드 생 시르와 그의 아들 아르노 코르네트 드 생 시르가 같이 만들었다고 합니다. 피에르는 프랑스 뿐 아니라 세계 미술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가진 경매인이자 수집가이고, 아르노는 아버지와 함께 경매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책에 수록되어 있는 100여점의 미술작품들은 모두 경매에 나왔던 작품들이고 거의 대부분이 개인컬렉션에 포함된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유명한 화가의 작품이면서도 미술관에서 본 기억이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들을 경매가 순서로 늘어놓으면 피카소의 작품이 무려 17점이나 포함되어 있고, 베이컨이 11점, 크림트가 7점, 모네, 모딜리아니, 반 고흐, 세잔 그리고 워홀이 각각 5점씩으로 이들 8명의 예술가 작품이 무려 60점이나 된다고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들>을 모아놓은 지상 미술관에서는 예술가 당 한 두점의 작품만을 선정하여 독자들이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작품들은 시대별로 고딕 미술-근세 미술, 인상주의 미술, 근대 미술, 현대 미술 등 네 그룹으로 나뉘어 수록되어 있습니다. 앞서도 말씀드렸습니다만 여기 수록된 작품들이 대부분 개인컬렉션인 까닭에 저도 처음 보는 작품들이 대부분입니다. 다만 근세에서 인상주의를 거쳐 근대기에 활동한 예술가들의 작품들은 그들의 화풍을 잘 알고 있는 탓인지 마치 이미 잘 알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지상미술관이라고 불러도 될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들>은 검정색 하드커버를 채택하여 품격을 갖추고 있고, 두터운 아트지에 채색이 섬세하여 미술관에서 그림을 감상하는 것만큼이나 밀착해서 그림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일반 미술관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작품에 대한 해설을 그림의 반대쪽에 수록하고 있는 점도 지상미술관만이 갖출 수 있는 강점입니다. 그림 설명에는 작가와 작품에 관한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을 뿐 아니라 경매에 얽힌 특별한 사연이 소개되기도 하여 다른 도록과 차별되는 점이라고 하겠습니다.

 

경매를 통하여 개인의 손으로 들어간 작품들은 황당한 상황을 맞는 경우가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이 책에 수록된 반 고흐의 <의사 가셰의 초상>과 르누아르의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를 낙찰받은 일본의 제지업계의 대부호 료에이 사이토는 자신이 죽으면 두 작품을 불태워서 자기 시신과 함께 매장시키겠다고 공언하여 예술계를 경악케했다고 합니다. 세상에 이런 오만이 어디있습니까? 다행이 귀물(貴物)은 스스로를 지키는 힘이 있는 모양입니다. 사이토의 사업이 고전을 면치 못하게 되면서 다시 경매시장에 나와 구매가격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팔려갔다고 합니다. 주인이 주인다워야 귀물을 지킬 수 있는 것이겠지요.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의 설명에는 빠져 있습니다만, 제가 듣기로는 이 작품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의 시선이 모두 제각각인 점이 특징이라고 합니다.

 

물론 이미 유명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어 경매시장에 나올 수 없는 작품들이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작품들보다 훨씬 더 비쌀 수도 있기 때문에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그림들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들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들>에 담은 그림들이 얼마나 비싼 그림인가 하는 것보다는 쉽게 만날 수 없는 작품들이라는 점에 더 관심이 가는 것 같습니다. 여기 이 가상의 미술관을 통해서 쉽게 만날 수 없는 세기의 명화들을 즐기고 가까이 소장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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