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죽음을 맞으려면 의사를 멀리하라
나카무라 진이치 지음, 신유희 옮김 / 위즈덤스타일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최근에 의사들이 병을 만들어내고 있고 심지어는 환자들의 죽음을 앞당긴다는 주장을 담은 책이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의료에 관심을 가진 기자가 관련 문헌들을 분석하여 근거로 제시하고 있어 신빙성이 높다는 주장입니다. 이처럼 병원 그리고 의사들이 돈벌이에만 급급한 비도덕적인 집단으로 매도하는 내용을 담은 책들이 가끔씩 발표되곤 합니다. 의학컬럼니스트 린 맥타가트가 쓴 >의사들이 해주지 않는 이야기; http://blog.joinsmsn.com/yang412/12617144>, 강주성님이 환자입장에서 쓴, <대한민국 병원사용설명서; http://blog.joinsmsn.com/yang412/9154961> 등을 읽은 기억이 있고, 백신접종의 문제점을 파헤쳤다는 팀 오시의 <백신 그리고 우리가 모르는 이야기; http://blog.joinsmsn.com/yang412/9621637> 제니 매카시의 <예방접종이 자폐를 부른다; http://blog.joinsmsn.com/yang412/12171623> 등도 같은 부류의 책들입니다. 이들 책들의 공통점은 의학논문들을 통하여 현대의학의 문제점이 드러났기 때문에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고답적이라고 하실 수 있습니다만 역시 의학에 대한 이해의 정도에 따라서 의학논문에 담긴 메시지의 의미를 제대로 읽을 수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의학의 발전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보니 의사라고 하더라도 새로 쏟아져 나오는 의학관련 정보를 꾸준하게 따라가지 못하면 제대로 이해하기는커녕 엉뚱한 해석을 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 저자 역시 1950년대 말에 의학공부를 시작한 셈이니 아주 옛날 식이라서 최신의학을 제대로 이해하고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벤트를 통하여 일본에서 노인요양원의 부속 진료소에서 일한다는 나카무리 진이치씨의 최신작 <편안한 죽음을 맞으려면 의사를 멀리하라>를 읽고나서 리뷰쓰기를 망설이게 됩니다. 책에 담은 저자의 생각들 가운데는 동의할 부분이 있지만, 적지 않은 부분에서 동의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일단 정리를 해보면, 제 4장 ‘죽음에 대한 생각이 삶의 방식을 바꾼다’는 주제로 모은 글들은 품위있는 죽음을 맞기 위하여 미리 준비를 해두는 것이 좋다는 저자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하지만 제5장 ‘건강이란 이름의 환상이 병을 부른다’는 주제에서 ‘의사에게 노인은 소중한 밥줄’이라는 식으로 자신을 제외한 의사들을 비윤리적인 돈벌레처럼 매도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입장입니다. 그밖에도 ‘생활습관병은 낫는 병이 아니라 친해져야 하는 병이다.’라는 주장 역시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그야말로 식습관을 비롯하여 운동 등을 적절하게 병행하면 질병을 예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약물치료와 같은 적극적인 개입치료를 늦출 수 있고, 병증의 진행을 더디게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자도 시립병원에서 근무를 해보았음에도 불구하고 (병원은) “죽는 그 순간까지 온갖 의료조치 때문에 고통스럽고 불편한 순간들을 겪으며 생을 마감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병원은 ‘자연스러운 죽음’을 인정하지 않는 곳이기 때문이다.(5쪽)이라고 적었는데, 뒤에 다시 정리하겠지만 말기암 환자의 경우 암으로 인한 극심한 통증으로 고통받기 때문이 이러한 고통을 완화하기 위하여 적절한 의료처치가 필요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가 개입된 죽음은 고통스럽고 비참한 것(6쪽)“이라는 저자의 확신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의아할 따름입니다.

 

야마자키 후미오 박사 역시 <병원에서 죽는다는 것; http://blog.joinsmsn.com/yang412/5738927>에서 적고 있는 것처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병원에서 죽음을 맞는 것에 대하여 부정적 견해를 가지는 의료인들이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요즈음의 병원 의사들은 모든 치료행위를 환자의 동의 아래 시행하고 있고 환자의 상태에 맞춰 치료를 하는 경향이 자리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노인연령의 의료비가 폭증하고 있어 보험재정을 책임지고 있는 건강보험공단에서는 연명치료에 대한 의료처지에 대한 개념을 재정립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가 시민단체의 극렬한 반대에 부딛혔던 최근의 경험을 기억한다면 저자의 주장에 의문이 들 수 있겠습니다.

 

저자는 암에 걸려 죽음을 맞는 것이 최상의 죽음이라 예찬하고 있습니다. 사실 제가 아는 암치료전문가께서도 비슷한 말씀을 하신 것을 기억합니다. 이는 죽음을 앞두고 충분한 시간을 두고 자신을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제3장의 ‘암은 내버려둘수록 아프지 않다’는 주제는 거의 동의할 수 없는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암검진을 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인데, 그 이유는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심리적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고, 검사를 받는 동안 우발사고가 일어나거나 검진 자체가 100%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심지어는 조기암으로 진단을 받아 치료를 받더라도 일정기간마다 고통이 뒤따르는 검사를 되풀이해야 할 뿐 아니라 나머지 인생동안 재발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살아야 한 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암검진을 받지 않고 살다가 우연히 말기암이 발견되면 운명으로 알고 편안하게 죽음을 맞는 것이 최선이라는 주장인 것입니다.

 

진정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본 것일까요? 대한 대한 암학회에서 주관하여 암에 걸렸지만 꾸준한 치료를 받고 암이 소멸된 환자들의 투병기를 공모하여 엮은 책 <나는 행복한 암환자입니다(http://blog.joinsmsn.com/yang412/4823976>을 보면 암에 걸린 환자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언젠가도 인용한 구절입니다만, 100년 전 미국의 작가 마크 트웨인이 한 “건강에 관련된 책을 읽을 때는 주의하라, 오타로 죽을 수도 있으니까”라는 말을 꼭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건강에 관한 정보를 잘 못 이해하여 건강을 위협에 빠트릴 수 있다는 경구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저자와는 달리 ‘건강을 오래 유지하고 우아한 죽음을 맞으려면 의사와 가깝게 지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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