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민음사 모던 클래식 58
모옌 지음, 심규호.유소영 옮김 / 민음사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2012년 노벨문학상은 또다시 우리나라를 비켜 이웃나라 중국으로 돌아갔다고 해서 아쉬워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소문에는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와 접전 끝에 중국의 모옌으로 결정되었다고 합니다. 모옌은 1988년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수상했던 <붉은 수수밭>의 원작자이자 각본가로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고들 합니다. <붉은 수수밭은>모옌의 중편 <홍까오량 가족>을 영화로 옮긴 작품으로 장예모감독과 주연을 맡은 공리가 이 영화를 계기로 세계적 스타로 떠오르게 되었을 뿐 아니라 작가 모옌 역시 세계적으로 주목받게 만들어주었으니 한편의 영화가 가지는 문화적 파워의 영향력을 짐작케 합니다.

 

모옌은 1987년 프랑스로 망명한 다음 2000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던 가오싱젠이나 2010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류샤오보의 경우와는 달리 중국당국으로부터는 환영을 중국정부에 비판적인 그룹으로부터는 비난을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인민해방군 출신 작가이며 중국 당국의 검열읕 염두에 두고 쓴 작품에서 작가정신이 얼마나 반영될 수 있었겠는가 하는 의구심때문이라고 보입니다만, 조선일보의 김태훈 차장은 그의 작품을 읽어보면 “검열에 짓눌려 형편없어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검열의 칼날을 교묘히 피해가며 중국의 원형적 가치를 훼손한 인민공화국을 비판하는 모옌의 솜씨를 볼 수 있다.”고 적고 있습니다.(조선일보 2012년 10월 23일자. [조선데스크] ‘중국 노벨 문학상’ 흉보기) 아마도 모옌이 한국어판 서문에서 “소설을 쓰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사람을 쓰는 것이며, 나는 ‘사람을 똑바로 보고 쓰기’로 했다.”라고 밝히고 있는 것처럼 인성을 중요시하는 그의 창작철학을 고려한다면 그에 대한 비판자의 시각이 다소 편협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모옌의 최신작 <개구리>를 보면 이런 지적이 적절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중국은 남아선호사상이 우리나라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강한 나라입니다. 이런 나라에서 ‘한 가정 한 자녀’를 강제하는 ‘계획생육’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엄청난 반발과 부작용이 있었을 것이란 점을 짐작은 할 수 있지만, 과거 ‘죽의 장막’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을 정도였던 중국의 국내사정이 외국에 알려질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그 실상은 감춰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모옌은 <개구리>를 통하여 ‘계획생육’ 정책이 추진되는 동안 중국사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직설적화법으로 고발하고 있습니다. 세월이 흐른 탓에 중국정부의 검열이 느슨해진 것인지 아니면 <개구리>를 통해서 계획생육정책의 절박함 역시 알릴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1949년 당시 5억 4천만명이던 중국인구가 1969년 8억을 넘어서자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인민을 먹여 살리는 일이 결국은 국가운영의 덫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수립된 정책이 계획생육이라고 합니다. 점진적으로 추진되었던 우리나라의 가족계획정책과는 비교되는 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1950년대 베이비붐을 맞으면서 인구정책의 필요성을 느낀 우리나라는 1961년 사단법인 가족계획협회을 창설하고 60년대 3자녀 운동을 1970년대에는 다시 2자녀로 목표를 수정해서 국가시책으로 추진하다가 1980년대 들어 출산율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어 이제는 다자녀를 권장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지만, 젊은층의 반응은 미지근하기만 합니다.

 

서신체라는 독특한 소설구조에 연극의 극본을 결합한 복합적인 체계를 가진 <개구리>는 노먼 벳순과 함께 팔로군 군의관을 지낸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고모는 산부인과를 전공하여 잘 나가다가 약혼자가 대만으로 탈출하는 바람에 졸지에 입장이 난처해졌는데, 이 무렵 정부에서 계획생육제도를 추진하면서 인공임신중절과 정관수술을 맡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주민들의 뿌리 깊은 남아선호사상은 정부의 감시를 벗어나 사내아이를 가지려 별별 수단을 다 쓰지만 정부 역시 주민들을 이간시키고 폭력도 불사하는 극약처방으로 대응하게 되고 화자의 고모가 가장 일선에서 일을 떠맡게 됩니다. 화자인 커더우 아내 런메이 역시 딸을 낳게 되지 고모의 눈을 피해 둘째를 임신한 다음 몸을 숨기는데, 고모는 집요한 추적 끝에 중절수술대에 올리지만 수술도중 출혈로 런메이가 사망하게 됩니다. 사실 임신말기의 중절수술은 산모가 죽음에 이를 위험이 아주 높기 때문에 시술의사도 기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젊어서는 정부의 앞잡이가 되어 인공중절수술을 도맡아하고 때로는 임신부를 추적하다가 혹은 임신중절수술 도중에 임산부가 사망하는 사건들을 겪으면서도 흔들리지 않던 고모가 은퇴하고서 자신의 손으로 지운 아이들과 자신의 무모함 때문에 세상을 떠난 여인들에 대한 연민으로 흔들리게 됩니다. 커더우는 이런 고모의 모습을 보면서 과거 중국 정부의 계획생육제도의 비참했던 실상을 고발하겠다는 마음을 실행에 옮기게 된다는 내용이 줄거리가 되는데, 화자인 커더우는 작가 모옌의 대리인이라는 것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렇듯 계획생육으로 출산을 통제하던 중국에서 이제는 불법이기는 하지만 대리모를 통해서 아들을 낳아주는 사업까지 벌이고 있는 현실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는 점입니다.

 

작가는 자신의 고향에서 고모를 중심으로 벌였던 계획생육제도 아래 일어났던 불행한 사건들의 전말을 빠뜨림 없이 기록하고 고모의 삶이 변하는 모습을 그리다보니 이야기가 다소 방만하게 흘러간 점이 없지 않은 듯 합니다. 또한 자신의 행적에 대한 고모의 심리적 갈등을 극본의 형식으로 담고 있는데, 독자 입장에서는 읽는 호흡이 갑자기 바뀌는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는 말씀을 사족으로 덧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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