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 클럽 1
매튜 펄 지음, 이미정.장은수 옮김 / 펄프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추리소설을 읽을 때 무대가 되는 장소가 잘 아는 곳이면 소설의 흐름에 쉽게 빠져들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매튜 펄의 <단테클럽>은 1865년 미국의 보스턴을 무대로 하여 일어난 연쇄 살인사건을 뒤쫓고 있습니다. 주요 무대가 되는 하버드대학교와 롱펠로우의 집 그리고 시내의 보스턴커먼과 올드 코너 등, 지난 6월에 보스턴에서 열린 학회를 다녀오면서 돌아보았던 장소(http://blog.joinsmsn.com/yang412/12880647)들이 등장하고 있어서인지 작가의 설명이 금새 머리 속에 그릴 수 있었습니다. 리뷰를 읽으시는 분들도 제가 소개하는 보스턴 시가지를 둘어보시면 <단테클럽>에 대한 관심이 커지실 것 같습니다.

 

연쇄살인사건의 경우 범인은 사건마다 흔적을 남기기 마련입니다. 공통점이 있다거나 심지어는 다음 번 사건을 예고하는 사인을 남기기도 합니다. 그런 점을 유추해서 범인을 좁혀 들어갈 수 있어야 읽는 재미도 더하기 마련인데, <단체클럽>의 경우에서는 특이한 사건전개를 볼 수 있습니다. 저자는 보스턴 지역의 유지라고 할 수 있는 힐리판사와 톨벗목사가 잇달아 살해되는 동안 시인 롱펠로우를 중심으로 하여 단테의 <신곡>을 번역하는 단테클럽과 하버드대학의 집행위원회를 대변하는 매닝교수의 갈등에 대하여 따로 설명해나가고 있습니다. 경찰이 주도하는 사건수사와 단테클럽이 어떻게 연결되어 사건을 해결할 것인가 하는 것도 관전포인트일 수 있습니다.

 

단테클럽은 롱펠로우교수를 비롯하여 번역이 끝나면 출판을 담당할 필즈, 원전해석에 참여하고 있는 단테를 강의하는 로웰교수, 그리고 의과대학의 홈즈교수, 그리고 그린 목사겸 교수 등이 핵심멤버입니다. 참고로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후주에서 설명하고 있는데, 읽어나가면서 후주를 읽는 것이 불편한 독자들은 먼저 후주를 읽어 등장인물에 대한 이해를 갖추면 좋을 것 같습니다.

 

경찰이 오리무중인 범인의 종적을 뒤쫓고 있는 동안 단테클럽은 <신곡>의 번역을 통하여 미국 독서계에 불어닥칠 수 있는 단테열풍을 타고 가톨릭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질 것을 우려하는 유니테리언계 기독교 인사들이 <신곡>의 번역을 저지하려는 노력을 그리고 있습니다. 읽다보면 이들 가운데 범인이 있지 않을까 하는 추측도 해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고전을 전공하는 매닝교수의 입장에서 현대어란 값싼 모방이나 조악한 왜곡에 지나지 않아서 스페인인이나 독일인과 마찬가지고 이탈리아인들 역시 나사 풀린 정치적 열정과 육체적 욕망, 그리고 타락한 유럽의 도덕성 부재를 대변한다고 여겨 외국의 독이 문학으로 위장해서 미국에 퍼지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 <신곡>의 번역을 중지시키려는 노력에 적극 나서게 된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별도의 구조로 전개되던 이야기는 톨즈목사의 주검에 대한 부검에 홈즈가 참여하면서 그를 살해한 방식이 <신곡>의 지옥편에 등장하는 성직매매자에 대한 처벌, ‘발꿈치에서 발끝까지(Dai calcagni a le punte)'을 따르고 있음을 감지하게 되고 결국은 단테클럽이 경찰수사와 별도로 사건수사에 착수하게 되면서 연쇄살인사건이 <신곡>의 지옥편과 연관있음이 드러나게 됩니다. 당연히 범인은 오리무중인 상태라서 독자의 궁금증을 한껏 부풀리고 있습니다.

 

단테가 지옥에서 만난 사람은 자신의 죄목에 따른 콘트라파소(contrapasso), 즉 영원한 형벌을 받고 있는 모습을 그리고 있는데, <단테클럽>에 등장하는 희생자들 역시 롱펠로우의 번역이 진행되는 과정과 흡사한 방식으로 죽음을 맞고 있다는 점이 전율을 느끼게 하는 점입니다. 어느새 살인자는 <신곡>에 나오는 루시퍼로 불리게 되는데, 루시퍼(Lucifer)는 신곡의 지옥편 가운데 가장 깊은 ‘반역 지옥’에 머물고 있는 악마 중의 악마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단테클럽은 진행하고 있는 단테의 <신곡>의 번역작업과 관련이 있는 사람들의 뒤쫓기 시작합니다. 그들은 범인의 그림자를 제대로 따라가고 있는 것일까요? 일단 1부는 범인의 그림자 끝도 밟아보지 못하고 끝이 났습니다.

 

사족입니다만, 우리가 잘 아는 유명한 문인들이 실명으로 등장하는데다가, 보스턴 문단과 뉴욕 문단이 경쟁관계에 있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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