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대런 애쓰모글루 외 지음, 최완규 옮김, 장경덕 감수 / 시공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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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사는 나라와 못 사는 나라를 어떻게 나누는가 하는 문제를 두고도 다양한 시각이 있어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단순하게는 일인당 국민소득을 비교하기도 하고, 각국의 국민들이 느끼는 행복지수를 비교하기도 합니다. 어떻거나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국민들이 풍요한 삶을 즐길 수 있는 나라가 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잘 사는 나라는 왜 잘 살고 못 사는 나라는 왜 못하는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라마다 시대에 따라 흥성하는 시절이 있는가 하면 국운이 기울어 어려운 시절도 있는데, 다스리는 집권층은 변해도 백성들은 그대로 남아 있기 마련입니다만, 경우에 따라서는 민족이 흩어지는 경우도 있고 멸종하는 경우도 전혀 없지는 않았습니다. 무엇이 한 나라의 성패를 결정하는가에 대한 다양한 이론이 제시되어왔습니다.

 

대표적인 이론은 지리적 위치 가설입니다. 대다수의 가난한 나라가 북회귀선과 남회귀선 사이의 열대지역에 위치한 반면 대부분의 잘 사는 나라가 온대지역에 위치하고 있대서 그럴 듯하게 보이지만 최근 빠르게 경제적 성장을 이룬 싱가포르, 보츠와나와 같은 나라에 적용하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하겠습니다. 제레드 다이아몬드교수가 <총, 균, 쇠; http://blog.joinsmsn.com/yang412/12850611>에서 정리하고 있는 대륙간 환경자원의 분포 차이에서 국가간 불평등이 기인한 것이라는 일종의 지지적 위치 가설 역시 인접한 지역에서 나타나는 불평등 현상을 설명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입니다. 문화적 가설이나 무지설 같은 경우는 인종차별적 시각 아래 만들어진 것으로 논의가치가 없다는 반박도 나오고 있습니다.

 

MIT 경제학과 대런 애쓰모글루교수와 하버드대학교 정치학과 제임스 A. 로빈슨교수는<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를 통하여 잘사는 나라와 못사는 나라가 나뉘는 간단하면서도 중요한 원칙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저자들은 로마제국, 마야 도시국가, 중세 베네치아, 구소련, 라틴아메리카, 잉글랜드, 유럽, 미국, 아프리카 등 전 세계 역사에서 주목할 만한 증거를 토대로 실패한 국가와 성공한 국가를 가르는 결정적 차이는 지리적, 역사적, 인종적 조건이 아니라 바로 ‘제도’의 차이라는 간결한 답안을 도출하고 있습니다. 즉, 나라의 빈부를 결정하는 것은 경제제도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지만, 한 나라의 경제제도를 결정하는 것은 정치제도다. 따라서 정치 및 경제 제도의 상호작용이 한 나라의 빈부를 결정한다는 것인데 권위주의적 정치세력이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하여 착취적 경제제도를 운영하는 나라는 결코 잘 사는 나라가 될 수 없었다는 사실을 동서고금의 사례들을 통하여 입증하고 있습니다.

 

저자들은 우리나라의 발전모델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과거 권위주의적 정권이 경제를 운용한 시기가 있었지만, 당시 착취적 경제제도가 아니라 잘 사는 나라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는 포용적 경제제도를 운용해왔기 때문에 지속적 발전이 가능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저자들은 또한 미국과 멕시코의 접경지역에서 사람들이 사는 형편이 상당한 격차를 보이는 점을 비교하면서 또한 남한과 북한 사람들의 삶의 차이를 비교하면서 바로 착취적 경제제도와 포용적 경제제도가 보이는 차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신문보도를 통하여 야간에 한반도를 찍은 위성사진에서 불빛으로 환한 윤곽을 나타내는 남한과는 달리 어두움에 빠져 있는 북한의 모습이 나타내고 있는 안타까운 사진이 남북한의 경제수준을 극명하게 비교하는 자료로 인용되고 있어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때 러시아가 미국과 비교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소위 권위주의 정치제도가 실시하는 계획경제는 일시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보이는 시기가 있을 수 있으나, 사유재산을 인정하지 않으며 경쟁이 없는 사회는 궁극적으로 몰락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도출해내고 있습니다.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 역시 러시아 모델을 뒤따르고 있는 것으로 경제제도의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면 그 성장세가 꺽이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기도 합니다.

 

책을 읽는 내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이 지속될 것인가 하는 문제에 관심을 두었습니다. 혁신적 경제운영이 가능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 수준이 감당하지 못할 복지수준을 달성하기 위하여 경제발전에 제동이 걸리게 된다면 권위적 정치가 아닌 사회적 요인에 의한 착취적 경제제도가 운영되는 결과에 이르지 않을까 하는 우려입니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유지하기 위하여 복지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704쪽이나 되는 방대한 분량의 책이지만 아주 쉽게 쓰여져 빠르게 읽어나갈 수 있고 이론이 단순하기 때문에 이해가 쉽게 되었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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