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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침팬지
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 문학사상사 / 199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총균쇠; http://blog.joinsmsn.com/yang412/12850611>를 읽고서 제레드 다이아몬드교수의 전작 <제3의 침팬지>에 관심이 커졌습니다. 박물학을 바탕으로 하여 다윈이 제시한 <진화론>은 분자생물학의 발전에 힘입어 과학적 근거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유인원 중 인간에 가장 가깝다는 침팬지와 인간의 유전적 차이는 불과 1.6%에 불과하다고 하는데, 인간이 동물과 다른 발전의 궤적을 따라가도록 만든 핵심요소는 무엇이었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자는 이런 의문에 가장 근접한 답을 구하기 위하여 다양한 학문적 성과들을 종합하여 검토하고 있습니다. 모두 5부로 구성된 <제3의 침팬지>에서 1부는 수백만년 전부터 1만년 전 경까지 인류가 유인원의 계통을 떠나 독립적인 개체로 성립되어 농업을 시작할 때까지의 경과를 다루고 있습니다. 2부는 2세가 출생하면 먹이고 키워 독립할 수 있도록 돌보는 일처럼 인류가 동물들과는 다른 점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즉, 1부와 2부에서는 인류의 문화가 번영해 가는 생물학적 기반을 검토하고 있는 것입니다. 3부에서는 언어, 예술, 기술, 농업 등과 같이 인간이 동물과 확연히 구별되는 문화적 특징을 비교하고 있습니다.
3부에서는 약물남용을 비롯하여 독성화학물질에 의한 환경오염과 같은 인류의 어두운 면도 짚고 있으며 4부로 넘어가면서 부족간 혹은 국가간 전쟁과 같은 사회적 갈등을 그리고 있으며, 앞서 지적했던 대규모 환경파괴와 함께 생물체의 멸종을 가속시키고 있는 인류의 행태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제3의 침팬지>를 냉정하게 평가해보면, 저자가 한국어판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밝힌 것처럼 인류의 위기가 코 앞에 닥치고 있음을 경고하면서 핵전쟁을 비롯하여 대규모 환경파괴와 생물체의 멸종을 가속시키고 있는 인류의 행태에 대한 대책마련을 촉구하려는 생각을 담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내가 이 책을 쓴 동기는 우리 인류가 직면해 있는 생존에 대한 위험, 즉 환경파괴와 대량 살육, 그리고 약물남용이 이미 위험수위에 이르고 있는 데 대한 경각의 마음을 널리 갖게 하고자 하는 열망에서 비롯됐던 것입니다.(8쪽)”
지금과 같은 인류의 행태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제3의 침팬지로서 인간이 지니는 폭력성이 인류의 몰락을 초래할 것”이라는 경고를 담고 있다 하겠습니다. 일단 다양한 영역의 학문적 성과를 집대성하여 500쪽이 넘는 방대한 양임에도 불구하고 이해가 쉽게 설명하고 있어 책읽기가 수월하다는 점이 저자의 장점이라 하겠습니다. 다만 같은 내용이 몇 차례씩 반복되는 것들이 눈에 띄기도 합니다. 또한 현생인류에 이르기까지 변곡점, 예를 들면, 유인원과 원인(猿人), 네안델타르인과 크로마뇽인으로 대체되는 과정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분명하게 정리되지 않은 것은 아마도 고고학적 성과가 아직 충분하지 않기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4부에서 다루고 있는 야생의 식물과 동물의 재배와 가축화에 관하여 정리한 저자의 생각은 확대보완되어 <총,균,쇠>로 다듬어진 것 같습니다. 제노사이드를 정리한 부분은 다카노 가즈아키의 소설 <제노사이드; http://blog.joinsmsn.com/yang412/12853780>에서 인용하여 충분하게 검토한 바 있습니다만, 저자가 검토하지 않은 채 묻힌 제노사이드의 사례가 더 있었을 것이란 생각입니다. 하지만 유럽인에 의하여 자행된 테즈메니아인의 멸종과정은 충격이 아닐 수 없었고, 중세 교회가 저지른 과오에 대하여 교황성하께서 사과의 말씀을 하셨던 것처럼 누군가 책임을 이어받은 사람이 사죄의 말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하긴 일본의 우익들은 이미 세상이 다 알고 있는 전쟁범죄가 아예 없었던 것처럼 호도하는 뻔뻔함을 보이고 있어 더 얄밉다고나 해야 할까요?
저자는 쿠루병으로 유명해진 포레족이 살던 파푸아 뉴기니에서도 조류에 관한 연구를 위하여 누비고 다녔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사라진 병이 된 쿠루병은 지금은 프리온이라고 하는 단백질이 감염원인이 된다는 설이 유력하지만 저자가 이 책을 썼던 1993년만 하더라도 가쥬섹에 의하여 제안된 슬로우 바이러스가 원인일 것이라는 바이러스설이 주도하던 시절인지라 쿠루병을 바이러스질환으로 적고 있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최근에 나온 쇄에서 프리온설에 대한 주석을 달아주는 센스는 없었을까 아쉽습니다.
전반적으로 보면 인류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강하다 보니 인용된 자료의 해석 역시 긍정적 해석보다는 부정적인 방향으로 해석하고 있지 않은가 싶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