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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학 - 죽음에서 삶을 만나다
林綺雲 외 지음, 전병술 옮김 / 모시는사람들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퀴블러 로스는 죽음을 ‘성장의 마지막 단계’라고 정의하였습니다. 즉 죽음은 인간의 삶에서 피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죽음으로부터 도피하려 하지 말고 ‘죽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죽음에 대하여 일찍 눈을 뜬 서양에 비하여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국가들은 죽음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부정적인 단계에 머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죽음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충분하기 않은 탓에 일반에게까지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을 뿐 아니라 교육과정 역시 미흡하기 짝이 없는 수준이라 하겠습니다. 우리나라의 자살율은 세계에서 가장 높다고 합니다. 꽃다운 젊은이들이 쉽게 목숨을 버리는 일이 자주 일어나는 것은 죽음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하겠습니다.
<죽음학>은 타이완 동해대학교 임기운교수를 비롯한 여섯 분의 대만학자들이 동양적 시각에서 접근한 죽음에 대한 인식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원저에 포함된 ‘타이완의 삶과 죽음의 의식’에 관한 부분이 우리나라의 현실과 동떨어진 측면이 많아 제외하고 대신에 이화여대의 최준식교수님의 ‘한국인의 죽음관’이란 제목의 글을 대신하였다고 하는데, 타이완에서의 죽음학에 대한 상황을 이해하는 자료로 활용할 필요가 있는 분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겠습니다.
옮긴 전병술교수님의 요약에 따르면 모두 4부로 이루어진 이 책은 제1부에서 죽음교육의 영역으로 죽음학의 범위 및 아동을 포함한 학교에서의 죽음교육을 다루고, 제2부에서는 세계 각 민족의 신화와 서양의 대표적 종교인 기독교 및 동양의 대표적인 종교인 불교에서의 죽음에 대한 인식을 다루고 있습니다. 제3부에서는 죽음과 관련된 다양한 양상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이 슬픔을 극복하는 방법을 다루고 있으며, 제4부에서는 사회적 의제가 되고 있는 호스피스, 안락사 등 의료현장에서 부딪히는 죽음과 관련된 사항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죽음에 대한 중국인의 인식이 잘 정리되어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에서처럼 유가사상의 영향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보는데, 유가의 죽음에 대한 특징은 첫째, 인간의 자연사와 죽음의 필연성에 대한 인식이 분명하고, 둘째, 생사나 귀신에 대하여 가급적 언급하지 않으려는 경향, 셋째, 공리주의적이며 현세주의적 생사관의 영향이 강하며 넷째, 죽은 자에 대한 애도, 상․장례 의식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죽음에 대한 아동의 인식에 대한 논의는 주목할만합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최근 들어 자살하는 아동들이 늘고 있는 현상이 바로 생명존중교육의 부재에 기인하는 것이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아이들이 생명의 가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삶의 의의와 아름다움을 깨닫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학습에 대한 과도한 부담과 적절치 못한 교우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인하여 잘못된 결정을 내리게 되는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흔히 사랑하는 이를 앞세운 사람이 뒤따라 세상을 떠나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고 하는데, 이는 사별에 따른 정서적 스트레스를 제대로 풀어내지 못하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사별한 사람을 위로할 때 지나친 애도가 건강을 해칠 것이라면서 달래는 경우를 흔히 보게 됩니다만, 정서적으로는 실컷 울어서 사별로 인하여 오는 고통을 말끔하게 풀어내는 것이 오히려 자기조절이 쉬워질 수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상실에 따른 슬픔을 어떻게 달랠 것인가를 정리한 ‘상실과 슬픔’에 관한 글도 매우 인상적입니다.
‘의학과 죽음’이라는 제목으로 된 제4부에 담긴 의료현장에서 만나는 의학적 죽음의 정의, 임사체험, 안락사 및 자살, 장기기증과 호스피스 등에 관한 글들은 그동한 많이 읽어온 소재로 개인적으로는 특별하다할 내용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