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키 동남아 - 사랑과 행복의 상징 두리안을 찾아 떠나는 힐링 로드
김이재 지음 / 시공사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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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이 자유로워지고 세계가 이웃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외국을 두루 여행할 기회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다른 나라 사람들이 사는 이야기를 담은 책에 관심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해외여행은 대부분 일 때문에 다녀온 것이라서 미국, 일본 그리고 유럽 이외의 지역에는 아직 가본 적이 없습니다. 아마도 여행을 위한 여행이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인지 김이재교수님의 <펑키 동남아>는 충분히 흥미를 끄는 이야기입니다. 주변에 동남아 여행을 다녀오신 분들로부터 들은 천편일률적인 동남아 이야기와는 달리 그곳 사람들이 사는 이야기며 음식에 관한 이야기들을 풀어놓고 있어서인지도 모릅니다. 저자가 돌아본 곳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의 페낭, 태국읜 짜탄부리, 필리핀의 다바오, 인도네시아의 수마트라 섬 등 동남아의 대표적 과일 두리안의 산지인데, 동남아 관광객들이 많이 가는 곳에서 비껴있는 곳이면서도 자연환경과 전통문화가 잘 보존되어 있을 뿐 아니라 축제가 이어지고 있어 볼거리도 많다고 합니다.

 

행복한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행복 밀집 지역’이라고 추천하고 있는데 모계사회 전통이 강해 씩씩하고 멋진 여성들이 많고 어린이가 행복한 곳이라고 합니다. 아마도 페미니스트인 저자에게 우리나라는 여성으로서 살아가기 힘든 나라로 규정되고 있는 듯합니다. “가부장적 질서가 공고한 한국에서 여자로 살아온 지난 인생을 돌아보면 영광과 기쁨보다는 패배와 눈물이 가득하다.(22쪽) (…) 한국의 가부장적 억압과 남성 중심적 문화에 순응하며 ‘남성이 바람을 피거나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괜찮으니 돈만 많이 벌어 오면 좋겠다’라는 농담을 자연스럽게 하는 아줌마들이 꽤 있다.(365쪽)”라고 우리나라 여성들의 신세는 비참 그 자체인 것처럼 생각하고 계신 반면 “싱가포르 여자들은 전생에 얼마나 좋은 일을 많이 했기에 이런 나라에 태어났을까... 눈물나게 부러웠다.(31쪽)고 적고 있어 책을 읽는 여성 독자들을 절망으로 몰아넣는 것은 아닌가 은근히 걱정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두리안을 먹을 수 있는 모양입니다만, 저는 아직 먹어보지 못했으니 마치 천상의 과일인 듯 추켜세우고 있는 저자의 말씀과는 달리 실망하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자가 방문한 지역에서 만난 사람들의 평범한 삶에 대한 기록이나 혹은 그 나라의 여권과 관련한 특이한 사실들이 잘 요약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하지만 일반 독자들이 해당 국가들을 여행할 때 빠트리면 아쉬울 문화적인 장소에 대한 안내가 충분하지 않은 아쉬움은 있습니다.

 

저자께서 본인을 ‘펑키 지리학자’라고 소개한 것도 있었고, <펑키 동남아>라는 책이름도 그래서 ‘펑키’라는 단어의 의미를 찾아보았습니다. 다음 국어사전에 나오는 ‘펑키(funky)'란 “① 재즈 용어의 하나. ② 흑인 특유의 냄새라는 뜻의 은어로부터 나온 말로 재즈, 블루스, 디스코 같은 음악에서 흑인적인 감각과 선율적 특색 등이 강하게 나타나는 것을 이른다.”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국어사전과 다른 의미로 사용한 듯해보여서 궁금합니다.

 

저자는 동남아 국가들을 방문했을 때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많은 사진과 상세한 설명을 통하여 동행하면서 들여다보듯이 실감할 수 있도록 책을 꾸몄는데,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는 이주노동자들이나 결혼 이주여성들을 통하여 만들어진 동남아국가들에 대한 왜곡된 우리의 시각을 바꾸게 되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어쩌면 저자가 돌아본 나라들은 동남아국가들 가운데에서도 우리가 배울이 많은, 저자의 표현을 빌면, 두리안과 같은 속살을 가진 나라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남아에서는 어린이, 청소년뿐 아니라 여성, 특히 어머니들이 참 행복해 보인다. 동남아 문화에서는 임산부를 축복하는 다양한 의식이 발달했고, 동남아 어머니들은 빈부, 종교, 연령에 상관없이 모두 존중받는다.(432쪽)”라고 저자가 아우트로에서 적은 글에서 ‘사랑과 행복의 상징 두리안을 찾아 떠나는 힐링 로드’라는 부제를 달아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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