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행복에 꼭 타인의 희생이 필요할까 - 이기주의자가 되지 않는 기술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 지음, 한윤진 옮김 / 21세기북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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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각박해지고 있다는 이야기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만은 아닐 듯합니다만, 최근 들어 뉴스를 장식하는 국내외 각종 사건사고들을 보면 세상이 각박함이 더 심해지고 있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변화는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들, 즉 이기주의자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는데,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 http://blog.joinsmsn.com/yang412/12583563>를 통하여 이기주의적인 성향이 생물체들의 유전자에 녹아있다고 설명하고 있기도 합니다. 물론 매트 리들리처럼 사회성과 협동성, 신뢰성을 지향하는 인간의 이타성을 주장하는 견해가 맞서고 있기도 합니다.

 

독일 철학자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는 인간의 이기성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통하여 해답을 찾고 있습니다. 현대에 들어 인류사회는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우선 숫자도 빠르게 늘고 있을 뿐 아니라 과학 등 인류의 지적자산 역시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어 사회자체가 복잡해지고 그 사회 안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관계도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과거에 비하여 경쟁이 심화되었고, 성장이 화두가 되면서 남들과 비교하여 더 나은 삶에 도달하기 위하여 타인의 희생도 불사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어 다른 이와 함께 하는 삶도 자신의 이익이 있는 경우에만 가능하게 되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러한 현상에 대하여 <내 행복에 꼭 타인의 희생이 필요할까>라는 강한 의문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이기주의자가 되지 않는 기술’이라는 부제에는 퇴색해서 찾아보기 힘든 ‘협력과 동반’이라는 과거의 아름다운 가치를 회복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기도 합니다. 저자는 ‘도덕이란 무엇인가?’, ‘선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인간의 본성이란 무엇인가?’라고 하는 철학이 오래도록 추구해온 화두에 대한 새로운 관점에서의 답을 구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유의 결과를 이 책에 담았습니다. “무엇보다도 나는 이 책으로 여러분에게 경제, 사회, 정치를 개선할 수 있는 자극을 주고 싶다.  (…) 남을 위해 두 팔을 걷어 올리고 사회에 참여할 것을 촉구한다.(16쪽)” 모두 38개 꼭지의 글을 크게 3 그룹으로 나누고 있는데, 이 책의 1부에서는 인간의 도덕덕 행동의 본질과 근본 원칙을 다뤘고, 2부에서는 개개인의 욕구를 대변하는 심리와 실제 일상의 행동심리 사이의 차이를 보여주는 사례를 중심으로 다뤘으며, 3부에서는 앞으로 우리가 공존하려면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저자는 요약하고 있습니다.

 

각각의 주제에 대한 다양한 사례 혹은 연구성과들을 인용하고 나름대로의 해석을 통하여 설명하고 있는데, 말미에는 전체의 내용을 요약하고, 이어서 논한 내용에서 새로운 문제를 추출하여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다음 장에서 풀어내는 독특한 방식으로 책을 구성하였습니다. 하지만 워낙 다양한 사례 혹은 연구성과들을 인용하고 있어 때로는 그 연결이 모호한 구석도 없지 않아 개념이 정리되지 않은 채 진도를 나가는 경우도 있어 아쉬웠습니다.

 

“(인간은) 어쩌면 행복이라는 감정이 지속되지 않는 동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한시도 멈추지 않고 생각하며 폭정을 일삼는 대단한 두뇌를 소유한 동물이자 동시에 죄책감으로 눈물을 흘리는 유일한 동물이다.(85쪽)”이라는 구절을 담은 ‘눈물을 흘리는 동물’ 편에서는 감정이 실린 눈물에 관한 내용을 기대했지만, 오히려 심리의 본질을 다루고 있어 작은 실망(?)을 느꼈습니다.

 

최근 우리 사회가 직면한 저출산 문제와 관련하여 문제해결이 가능하거나 오히려 동떨어진 주장이 될 수도 있는 구절에서 한참을 새겨 읽었습니다. “영리하게 자시 잇속을 모두 계산하는 이기주의자는 생물학자처럼 자식수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 아이가 많다면 그는 성공한 것이다. 만약 아이가 없거나 적다면 그는 사회라는 체스를 제대로 두지 못한 것이다. (…) 또 존재의 투쟁에서 수백만년 뒤에도 대를 이을 수 있을 만한 상황을 선택한다.(145쪽)”

 

워낙이 다양한 사례들을 인용하여 해설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일상에서 만나는 문제에 대한 해답을 얻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예를 들면, 골드만삭스 독일 지점장 알렉산더 디벨리우스가 한 “특히 시세가 공시되는 민영은행과 금융기관은 공익을 추구해야 할 의무가 없습니다.”말은 “특시 시세가 공시되는 민영은행과 금융기관은 공익을 추구해야 할 의무를 느끼지 못합니다.(394쪽)”라고 해야 올바른 답이었을 것이란 저자의 수정을 읽으면서 의료의 공공성을 강조하는 시민단체의 주장에 대한 해답이 여기에 있지 않을까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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