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샴 법칙의 나라 - 빼앗긴 이명박 5년의 기록
오홍근 지음 / 이담북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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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슬이 퍼렇던 군사독재시절 동양방송 보도국기자로 언론에 투신하여, 동양방송이 강제 통폐합되고서 중앙일보로 옮겨 활동하던 오홍근 기자님이 인터넷신문 프레시안에 연재하고 있는 동명의 칼럼들 가운데 골라 엮은 책입니다. 중앙경제사회부장시절 월간중앙에 기고한 ‘청산해야할 군사문화’라는 제목의 칼럼이 계기가 되어 군부가 주도한 테러를 당하기도 했던 저자는 국민의 정부 초대 국정홍보처장을 지내기도 했습니다.

 

정권이 바뀌면 아무래도 정권을 재창출하지 못한 아쉬움 때문인지 새로 들어선 정권이 하는 정책들이 미덥지 못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어 비판의 날을 세우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으로 보입니다. 특히 글을 써오던 언론인의 입장에서는 그 강도가 높은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레샴의 법칙의 나라>에는 ‘빼앗긴 이명박 5년의 기록’이라는 부제가 달려있습니다. 모두 48개의 칼럼을 이슈에 따라서 다섯으로 나누어 싣고 있습니다. 검찰과 법원이 권력과 유착되어있다는 점을 비판하고 있는 1부 아 아, 헌법 제1조, 이명박 대통령의 폐쇄적인 인사정책이 타겟이 되는 2부 사설 공화국의 비극,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언론을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3부 최시중씨는 이랬다, 4대강 사업을 비판하는 4부 “망가뜨려라, 파괴하라” 그리고 여야 정치의 헛발질을 싸잡아 비판하는 5부 얼치기들의 비틀 걸음 등으로 되어 있습니다.

 

칼럼은 대체적으로 2010년 여름 무렵부터 시작해서 2012년 4월 총선 무렵의 글까지 2년이 채 안되는 시기에 쓰인 것들이고, 이명박 대통령의 재임기간이 아직도 남아 있는 시점에 출간하면서도 ‘빼앗긴 이명박 5년의 기록’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어 2007년 대선을 통하여 국민의 선출한 정권의 정통성을 송두리째 인정하지 않겠다는 결기를 세우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보면 ‘아 아, 헌법 제1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첫 번째 칼럼에서 대한민국 헌법 제1조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구절을 인용하고 있는데, 아마도 2008년 촛불시위 군중이 즐겨 인용했던 구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당시 시위에 나선 군중이 스스로 주권을 내세워 정부를 압박하는 것이 옳으냐 하는 생각을 했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즉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현하지 않은 대다수의 국민의 주권이 더욱 존중받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이미 선거를 통하여 세운 정부를 일부 시위군중이 나서서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을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었다는 것입니다.

 

현정권에 비판적 시각을 가진 분들에게는 날선 저자의 비판이 속시원하게 들릴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하지만 비판의 논거가 다양한 자료를 인용하고 각각을 비판하고 수용하는데서 나왔다기 보다는 비판의 대상을 코너로 몰기 쉬운 자료만을 인용하는 편향된 시각에서 접근한 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이 남아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에서 생긴 문제점이 과거 정부에서는 없었는지, 있었다면 어떤 차별점이 있어 현 정부에서 일어난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방식으로 접근했어야 하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국민의 정부 그리고 참여정부에서도 있었던 일은 아예 없었던 것처럼 하고 이명박 정부들이 처음 드러난 문제로 심각하다는 식으로 비판하는 내용도 있어 보입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장관과 관련된 특채방식은 과거 정부에서도 흔히 있었던 일이고, 국정감사 등에서 지적받았음에도 구렁이 담 넘어가듯 넘어갔던 투명하지 못한 인사처리방식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2008년 촛불시위의 도화선이 되었다고 단정한 PD수첩의 제작진이 관련된 소송에서도 무죄로 판명되었다는 점만 강조하고 제작 상에 문제점은 거론하지 않고 넘어간 것도 그리 적절하다고 보이지는 않습니다.

 

4대강사업이 대운하를 건설하기 위한 기초작업이라는 주장은 공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이명박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가는 마당에 다음 정권이 4대강사업을 이어받아 대운하를 건설할 것이라고 단정하는 근거가 어디에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기 때문입니다. 이번 여름 오랜 가뭄으로 녹조가 발생한 것을두고 4대강사업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을 보면서 비판을 위한 비판은 아닌지 의문이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늦장마가 들면서 녹조는 사라지고 말았었지요. 임기가 남은 대통령더러 국정에서 손을 떼라는 주장도 현실성이 없어 보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비판의 소리를 외면하는 정권에 지쳐 비판의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도 심각한 문제라 생각합니다. 일부 저자의 글에서 미심쩍은 부분이 있지 않나 싶었습니다만, 분명 타당한 주장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달콤한 말에 일단 쉽게 관심이 쏠리는 것이 인지상정이겠습니다만,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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