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이재익, 크리에이터 - 소설.영화.방송 삼단합체 크리에이터 이재익의 거의 모든 크리에이티브 이야기
이재익 지음 / 시공사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솔직히 이런 책 읽으면, 일단 울컥하게 됩니다. 그리고 ‘참 대단하다!’하는 독백이 이어지게 됩니다. 울컥하는 이유는 ‘왜 나는 이렇게 못할까?’ 자조(自嘲)하는(?) 느낌이 들어서입니다. 그런데 이 책 <나 이재익, 크리에이터>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나는 방송국에 출근하는 평일 5일중에 이틀은 집에서 생활하고 사흘은 작업실에서 지낸다. 퇴근하면 바로 작업실로 가서 잘 때까지 작업을 한다. 대신 집에서 지내는 이틀은 온전히 가족과 함께 지낸다. 주말도 마찬가지. 여행을 가지 않는 한, 토요일에는 가족과 함께 온종일 있고, 일요일은 종일 글을 쓴다.(115쪽)” 이렇게 해서 이재익 작가는 한해 평균 4~5권씩의 소설을 낼 수 있었던 것이고, 틈틈이 시나리오를 쓰고 SBS FM의 간판프로 <두시탈출 컬투쇼>의 프로듀서를 맡고 있는 것입니다. 작가처럼만 한다면 반정도는 따라갈 수 있을까요?

 

그렇습니다. 이재익 작가는 한 가지도 힘들다는 창작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소설가, 시나리오작가, 그리고 방송사 PD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런 분야에서 일하는 분을 ‘크리에이터’라고 한다고 하는데, 다음 사전에 나오는 “① 창조자 ② 조물주 ③ 신”으로 해석되는 creator의 뜻이 딱 떨어진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서인지 크리에이터라고 적은 이유를 알듯 하기도 합니다.

 

<나 이재익, 크리에이터>의 성격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이재익 작가가 살아온 방식을 정리한 자전적 에세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만, 창작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분야에 뜻을 세우고 있는 분들에게 훌륭한 안내서 역할을 할 수 있겠다 싶기도 합니다. 실제로 작가는 프롤로그에서 ‘어떻게 당신처럼 될 수 있죠?’라는 의미를 담은 질문을 받다가 별 생각없이 살아오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자신만의 세계를 정리할 수 있게 되었다고 고백하면서, 자신이 받고 있는 질문에 답이 될 수도 있겠다 싶다고 합니다.

 

그리고 크리에이터라는 직업에 대한 개념을 잡고, 이어서 자신이 지나온 실전경험을 필드 매뉴얼 형식으로 구성하고 있어 읽다보면 나름대로의 전략을 짤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제 경험과 비교하면서 공감했던 두 가지를 적어보겠습니다. ‘소설가도 자격증이 있나요?’라는 작은 제목으로 적고 있는 소설가 되는 길에서는 일단 소설을 쓰는 일도 중요하지만 완성된 원고를 어떻게 활자로 만들어내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공모전에 원고를 출품하는 방식은 엄청난 경쟁을 뚫어야 하기 때문에 만만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에 이어서 “이름하여 무작정 문 두드리기. 출판사에 직접 원고를 투고하는 것이다.(51쪽)”라고 적었습니다.

 

사실 저도 몇권의 책을 세상에 내보낸 저자입니다. 처음 쓴 원고가 치매를 일반에게 쉽게 알리기 위한 원고를 하루에 10시간 씩, 일주일에 4~5일씩 쓰기를 4달 정도 매달린 끝에 탈고를 한 다음에, 유명한 일간지 출판국 세곳에 목차를 담은 기획서를 보내고 하회를 기다린 끝에 동아일보사에서 연락을 받고서 바로 계약에 성공하게 되었습니다. 1996년의 일이었는데 출판국장님께서 당시 분위기로 보아 치매가 곧 사회적 이슈가 될 것으로 예견하셨던 것이지요. 개인적으로 집안에 치매에 걸린 가족이 계셨다고 들었습니다. 출판을 위하여 에디터와 원고를 다듬는 작업은 원고를 새로 쓰다시피 할 정도로 힘들었지만 결국은 집필을 시작한지 10개월 만에 <치매, 나도 알면 고친다>가 나올 수 있었습니다.

 

‘크리에이티브한 마인드를 갖기 위한 좋은 방법은 없나요?(68쪽)’라는 질문에 대하여 작가는 나름대로의 ‘레퍼런스 라이브러리’, 쉽게 말하면 일단 관심을 둔 주제에 관한 자료를 꾸준하게 모으는 데, 더 좋은 것은 나름대로 자신의 의견을 요약하여 두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저자의 조언에 역시 어줍잖은 제 경험을 덧붙인다면, 자료를 모으는 장소로 블로그를 활용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벌써 8년째 되어가는 제 개인 블로그에는 치매, 죽음, 보건정책 등에 관한 자료들을 모아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자료들은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공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숙제에 필요한 자료를 찾는 학생들도 애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뿐 만 아니라 정책을 연구하시는 분들도 자료를 구하러 방문하시기도 합니다. 저 역시 블로그에 모아둔 자료를 바탕으로 칼럼을 쓰기도 하고, 이런 칼럼들을 모아 책으로 묶어 내기도 한 바 있고, 자료를 토대로 또 다른 책을 세상에 내놓기도 했으니 자료모음은 글쓰기에 있어 일종의 기초공사와 같은 것입니다.

 

제 블로그 친구분들 가운데는 장편소설을 쓰시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분 들의 작품을 읽으면서 솔직한 느낌을 전하기도 합니다만, 그분들이 <나 이재익, 크리에이터>를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꼭 소설쓰기가 아니더라도 글쓰기나 창작에 관심이 계신분들에게도 도움이 될 내용을 많이 담고 있는 보물창고 같다고 할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