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6 - 게르망트 쪽 2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6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창석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1998년 2월
평점 :
절판


전편에 이어 당시 프랑스 사회에서 중요한 문화적 요소였던 살롱을 통하여 사교계 활동을 그리고 있습니다. 프루스트가 사교계를 통하여 얻은 다양한 경험들을 녹여낸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술을 파는 장소의 이름으로 왜곡되어 전해졌습니다만, 살롱은 프랑스 상류층이 명사들을 집으로 초대하여 여는 사교적 집회를 이릅니다. 조선시대 우리 사회에 널리 자리잡고 있던 사랑방이 이에 흡사한 기능을 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사랑방에는 주인과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 모이기도 하였지만, 지나는 과객에게까지도 열려있던 공간이었으나 살롱은 초대받지 못한 사람은 참석할 수 없었던 폐쇄적 문화로서 살롱에 초대된 명사의 면면에 따라 살롱의 수준이 결정되었기 때문에 명망있는 살롱에는 초대받기 위하여 연줄을 대려 기를 쓰기고 하였고, 수준이 낮은 살롱에는 초대를 기피하는 경향을 보인 것 같습니다.

 

왕족의 경우는 다음과 같은 구절을 보더라도 그 신분의 고귀함 때문에 자질은 차치하고서라도 살롱에 초대하기 위한 섭외 영순위였던 것 같습니다. “게르망트 공작 부인의 집에 초대되기를 원하는 사람의 지위가 높으면 높을수록 지능과 매력의 필요계수는 낮아지고, 두각을 나타내는 왕족의 경우일 때는 영(제로)에 가까운데, 이와 거꾸로 왕족의 수준에서 내려가면 내려가는 만큼 계수는 높아진다.(178쪽)”

 

가벼운 다과를 놓고 그날의 화제를 교환하거나 혹은 만찬을 열기도 하는데 화제는 당시 사교계의 가십거리에서부터 공연, 미술, 음악, 문학 등과 같은 광범위한 예술분야에 대한 지식을 교환하기도 하고 정치 외교문제까지도 토론하기도 하여 유럽문화사에 기여한 바가 크다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살롱을 유지하기 위하여 소요되는 경비가 만만치 않았음을 시사하는 대목도 있습니다. “쿠르부아지에네 사람들이 경험 못 한 그 소문난 사치, 부유한 또는 반쯤 파산한 게르망트네 사람들이 마구 사용해 친지들을 즐겁게 하는데 뛰어난 그 사치는, 내가 생 루와 함께 여러 번 경험했던 바와 같이 물질적인 사치만이 아니라,…(3001쪽)”

 

‘꽃피는 아가씨들 그늘에’에서는 스완씨집에 출입하는 정도에 머물던 내가 ‘게르망트쪽’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살롱에 초대되는데, 이는 아마도 그의 문학적 자질이 사교계에 알려지게 된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특히 ‘게르망트쪽’이라는 제목처럼 게르망트 일가의 살롱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친분을 쌓게 되는데는 부친의 명망과 게르망트 일족인 친구 생 루의 존재가 기여하였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게르망트쪽’의 후편에서는 전편의 말미에 예고된 할머니의 병환이 더 나빠지면서 결국은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당시만하더라도 상류층 인사가 아프게 되면 병원을 찾는 것이 아니라 집으로 의사를 불러 왕진을 받는 것이 관례였던 것 같습니다. 당시만 해도 서양의학의 수준이라는 것이 특수한 의료장비가 개발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서 관장이나 사혈을 처방하는 경우도 있으나, 진단에 따라 적절한 약제를 처방받아 복용하는 것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환자가 극적으로 회복되는 경우보다는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보살피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의사의 사회적 지위도 요즘과는 차이가 있었기에 몰리에르 등의 희극에서는 의사를 희화적으로 그려 조롱하는 경우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할머니의 병환은 요독증이라는 진단으로 산소를 흡입하는 등의 처치를 받는 것으로 그려지고 있는데, 나의 어머니의 간호에 대하여 할머니가 이유없이 화를 내는 장면이 여러 차례 그려지는 것으로 보아 할머니는 치매를 앓게 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당시만해도 나이든 환자에서 나타나는 노망이 의학적으로 치료되지 않는 병으로 인식하고 있었을 터입니다만 요독증과는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던 시기라는 생각입니다.

 

내가 게르망트 공작댁의 살롱에 초대되면서 게르망트 부인과 만나게 되는데, 나는 이미 게르망트 부인에 대한 연심을 접게 된 시점으로 묘사되고 있어 전편에서 잠시 언급한 것처럼 여성에 대한 나의 관심은 지구력이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 장편소설을 주인공 중심으로 끌고가기 위한 설정일 수도 있지만, 프루스트의 성격이 반영된 것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게르망트 공작댁의 살롱에서는 게르망트 일가에서 시작해서 당시 유럽 명문가의 족보를 따지는 장면도 나옵니다. 우리네 족보에서는 여성쪽의 계보는 간단하게 기록되는데 반하여 유럽 명문가들은 귀족의 칭호가 여성 쪽으로도 승계되고 여성 역시 일가의 재산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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