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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로 ㅣ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63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숙자 옮김 / 문예출판사 / 2008년 7월
평점 :
버지니아 울프의 <등대로>의 리뷰를 쓰기 전에 박인희씨의 <목마와 숙녀>를 찾아 듣습니다. 젊었을 적 가을이 되면 음악다방에서 참 많이 듣던 곡입니다. 한잔의 술을 마시고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등대를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가을에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이야기가 안타까워서 였던가? 아니 어쩌면 바람에 쓰러진 술병에 별이 떨어지고 가을바람소리가 쓰러진 술병속에서 목메여 울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박인희씨의 노래로 익숙한 버지나아 울프의 <등대로>를 읽게 된 것은 조나 레러의 <프루스트는 신경과학자였다; http://blog.joinsmsn.com/yang412/12802521>에서 자아의 인식과 의식의 흐름을 화두로 삼아 신경학적 논의를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버지니아 울프는 우울증을 앓고 있었고, 결국은 자살로 생을 마감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아플 때 사람이 어떻게 여러 다른 인물로 쪼개지는가는 신기한 일이다.(조나 레러, 프루스트는 신경과학자였다, 298쪽)”라고 술회할 정도로 자신의 병 덕분에 사람의 마음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이렇게 인식한 사람 마음의 변덕스러움과 다중성을 우리가 알고 있는 ‘의식의 흐름의 기법’이라는 문학적 기법으로 표현하였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3부로 이루어진 <등대로>에서 작가는 19세기 말 근대사회가 현대사회로 넘어가는 과도기의 영국을 시대적 배경으로 런던에 사는 램지가 사람들이 스코틀랜드 서쪽에 있는 헤브리스제도의 한 섬에 있는 별장에서 초대한 손님들과 머무는 동안, 등장인물들이 하는 생각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1부는 램지씨의 별장에서 건너다보이는 등대를 방문할 계획에 들뜬 자녀들에게 날씨가 악화될 것이므로 갈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는 램지씨에 대한 가족들의 반응으로부터 시작됩니다. 램지부인의 비중이 가장 많은데 2부에서는 특별한 설명이 없이 죽었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2부에서는 1차 세계대전 이후에 10년 동안 사회적 변화와 램지가에 일어난 사건 그리고 별장이 변해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다시 3부에서는 남아 있는 가족들 가운데 별장에 모인 램지씨와 제임스 그리고 캔이 등대를 찾아가고 1부에서 등장했던 화가 릴리가 다시 손님으로 찾아와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쓰고 있는 철학백과사전의 Q항목에 묶여 자신의 한계를 절감하고 있는 램지씨와 그런 남편을 보면서 안쓰러운 마음과 평소 엄격한 가부장적 태도를 보이는 남편에 대한 증오 그리고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에 대하여 세심한 배려를 보이는 램지부인의 복잡한 성품이 드러나는 그녀의 생각들이, 마치 등대에서 오는 빛이 집안을 훑고 지나가듯 교차되고 있습니다.
작가는 1부에서 램지부인이 아이들과 함께 등대로 가려는 계획을 들은 램지씨가 날씨 때문에 불가능할 것이라고 단언하는데 장면과 3부에서 드디어 램지씨와 등대로 가는 배 안에서도 막내아들 제임스가 아버지 램지씨에 대한 살해욕구를 가지고 있음을 그리고 있습니다. 별도 설명은 없었습니다만, 버지이나 울프가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제시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시사한다 생각합니다만, 결국은 램지씨가 제임스가 등대로 가는 배를 잘 조종하였음을 칭찬하면서 갈등이 해소되고 있는 것을 보면 램지씨의 엄격한 자녀훈육관의 면모로 자녀들이 아버지로부터 인정(認定)받기에 목말라하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얼마 전에 읽은 <에고 트릭; http://blog.joinsmsn.com/yang412/12873764>에서 줄리언 바지니는 자아의 본질을 정리하면서, 자아는 항상 변화하며, 여러 요소들의 묶음으로 구성된다고 주장하였습니다만, 버지니아 울프는 당시에 벌써 우리의 자아가 영속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단지 한순간 지속될 뿐이며 ‘파도 위의 구름처럼’ 지나가는 것임을 간파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작가에게 ‘등대는 무슨 의미였을까?’를 붙들기 위하여 조심스럽게 읽어갔습니다만, 정작 등대에 갈 계획을 세웠던 램지부인은 가지 못하고 죽음을 맞았고 램지씨와 제임스 그리고 캔이 3부에서 등대에 이르게 되고 이들의 의식 속에 오랫동안 해결되지 못하고 남아있던 의식의 숙제가 풀리게 됩니다. 한편 이들이 등대로 향하는 동안 역시 자신의 그림에 대하여, “인간이란 기계는 그림을 그리거나 감정을 느끼기엔 정말 비참할 정도로 비효율적인 기계(279쪽)”라고 생각할 정도로 고민을 하던 릴리 역시 마지막 순간에 그림을 완성하면서 이야기가 끝이 납니다. “그녀는 캔버스를 바라보았다. 그것은 흐릿해 보였다. 마치 두 번째로 그것을 분명히 본 듯 그녀는 거기 중앙에, 갑자기 온 힘을 다해 선을 하나 그었다. 그림이 완성되었다.(30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