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고 트릭 - ‘나’라는 환상, 혹은 속임수를 꿰뚫는 12가지 철학적 질문
줄리언 바지니 지음, 강혜정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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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갑자기 ‘내가 누구인가?’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이와 같은 질문은 개인의 정체성에 관한 질문이라고들 합니다만, 정체성(正體性)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존재가 본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특성. 또는 그 특성을 가진 존재.(다음 사전)”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혹자는 ‘정체성(正體性)’이란 사람이 ‘환경이나 사정이 변해도 자기가 어떠한 변하지 않는 존재인지를 깨닫는 것’ 또는 ‘그렇게 깨달아진 변하지 않고 독립적인 자신의 존재’라고도 하지만, 대상이 개인이 될 수도 있고 혹은 사회집단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정체성이란 다른 의미에서 자신을 타인과 구분하는 특성이라고 한다면 그러한 특성을 형성하는 주체, 즉 자아란 무엇인가 하는 문제로 확대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철학에서 말하는 자아(自我)란 “사고, 감정, 의지, 체험, 행위 등의 여러 작용을 주관하며 통일하는 주체.(다음 사전)”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한편 심리학에서 자아(ego, 自我)란 “기억·평가·계획하고 여러 방식으로 주변의 물리적·사회적 세계에 반응하며 그 속에서 행동하는 부분이다.(다음 브리태니커 사전)”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또한 “발달된 자아는 특히 위협·질병 및 생활환경의 변화 등으로 인해 전생애에 걸쳐 변화할 수 있다.”라고 설명하고 있으니 변하지 않는 특성이라고 한 정체성의 정의와 다소 다른 점이라 하겠습니다.

 

<에고 트릭>은 영국의 대중철학자 줄리언 바지니가 ‘나는 왜 나인가? 나를 나로 만들어주는 자아의 핵심이 존재하는가?’라는 어려운 질문에 대하여 철학뿐 아니라, 심리학, 신경과학, 종교, 사회학 등 다양한 시각을 가지고 사유한 결과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아주 쉬운 예를 들어보면 사랑하는 가족이 치매 혹은 중증의 신경질환을 앓아 기억이나 인식능력 등과 같은 개인의 특성이라 할 수 있는 부분들이 퇴화되어 버린 경우에 현재 질병으로 변한 모습의 이 사람이 지금까지 우리와 함께 했던 그 사람과 다른 사람인가 하는 문제를 두고 고민하는 분들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 이런 분들이 당면하고 있는 의문에 정해진 답은 아닐 수 있지만, 가까운 답을 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자료를 통하여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먼저 자아가 무엇인지를 찾고 있습니다. 자아와 육체와의 관계, 뇌의 구조와 기능을 살펴 자아와의 관계를 따지고 있으며, 나아가 기억과 자아와의 관계, 실재여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영혼과 자아의 관계를 따져보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자아가 형성되는 과정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다중적 성격을 가진 사람들의 문제를 고려하여 다중적 자아라는 개념과 소속된 사회와 자신과의 관계에서 만들어지는 사회적 자아에 대하여도 논의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여기서 올바른 자아관, 즉 ‘자아란 무엇인가?’하는 질문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첫째, 사람의 본질을 담고 있는 어떤 것 혹은 특정 부분은 없다. 사람의 육체, 뇌, 기억은 모두 우리 정체성에 중요하지만 이 중 어떤 것도 사람의 정체성이 머무는 자아의 핵심, 즉 진주가 아니다. 둘째, 사람은 비물질적인 영혼을 가지고 있지 않다. 사람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든, 이는 다른 모든 생물체의 구성요소와 동일한 종류의 것이다. 셋째, 진주 관점을 부인하는 것은 자아의식이 하나의 구조물임에 분명하다는 의미다. 우리를 현재 모습으로 만들어주는 단일한 무엇이 없다면, 결국 우리는 서로 공조하는 몇몇 부분 혹은 사물들로 이루어진 결과물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넷째, 시간이 흘러도 우리가 스스로를 동일한 사람으로 생각하게끔 만들어주는 자아의 통일성은 어떤 점에서는 취약하고 한편으로는 강건하다. (…) 우리의 자아의식은 분명 사회적 환경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아의식 자체는 내면적이고 심리적인 것이지 외부에 뿌리를 두고 있지는 않다.(160쪽)”

 

저자의 이와 같은 주장은 ‘1. 자아의 통일성은 심리적 속임수가 만든 결과물이다. 2. 우리는 물질에 불과하지만 단순한 물질 이상이다. 3. 속성 자체가 변하기에 정체성은 중요하지 않다.’는 세 가지 명제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자아를 보는 두 가지 관점이 있다고 합니다. 하나는 나를 나로 만드는 변함없는 핵심이 존재한다는 ‘진주 관점’이라고 하는 일반적 관점이며, 다른 하나는 자아는 항상 변화하며, 그것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들의 묶음에 가깝다는 ‘묶음이론’이라 불리는 관점입니다. 저자는 ‘진주 관점’의 허점들을 제시하면서 ‘묶음이론’이야말로 자아를 보는 올바른 관점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미래의 자아는 어떻게 될 것인가를 논하고 있습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윤회와 환생이 즉 자아의 생존을 의미하고 기독교에서 말하는 부활은 육체의 지속을 의미하는지 논하고 있으며 기술의 진화가 자아를 다시 구성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비롯하여 장수사회에서 야기될 자아의 문제 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자아’라고 하는 무거운 철학적 주제를 다양한 학문적 영역에서 실제 사례를 인용하여 쉽게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느낌을 얻을 수 있었다는 말씀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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