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칙한 경제학 - 세상을 움직이는 힘에 관한 불편한 진실
스티븐 랜즈버그 지음, 이무열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이벤트를 통해서 <경제학자 철학에 답하다; http://blog.joinsmsn.com/yang412/12818853>를 읽고서 저자 스티븐 랜즈버그에 매혹되어 읽게 된 것이니 책읽기에도 우연이 많이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섹스를 많이 하는 편이 더 안전하다?’라고 표지에 쓰여 있는 유혹적인 문귀('More sex is safer sex'라는 원제목을 그대로 인용한 것일 뿐입니다)에 오히려 가볍게 버릴 수도 있었는데, ‘세상을 움직이는 힘에 관한 불편한 진실’이라는 부제가 강하게 마음을 움직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경제학자 철학에 답하다>에서도 예감한 것처럼 <발칙한 경제학>에서는 저자의 자유롭고, 대담하며, 발칙하기도 한 사유의 무한도전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지금까지 제가 쥐고 있던 화두들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 제안을 받아두고 망설이던 칼럼연재를 수락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자는 머리말을 다음처럼 시작하고 있습니다. “상식은 이렇게 말한다. 문란한 성생활이 에이즈를 확산시키고, 인구증가는 번영의 적이며, 구두쇠가 사이 나쁜 이웃들을 만든다고. 나는 당신의 상식을 공격하기 위해서 이 책을 썼다.(6쪽)” 견고하게 굳어있는 상식을 깨부수는 것이 얼마나 힘이 드는 일인지 잘 알 터인데 어떻게? 하는 생각을 하는 순간 “나의 무기는 증거와 논리, 특히 경제학 논리다. 논리가 우리들로 하여금 세계를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바라보도록 자극하며 도전할 때 논리는 가장 계몽적이다. 그리고 분명 재미있다.”는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정말 흥미로운 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모두 열여섯 꼭지의 글을 성격에 따라서 네 그룹으로 나누었습니다. 1부의 제목은 공공하천의 원리입니다. 개인의 행동이 그 개인이 속하는 사회의 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 우리는 어떠한 선택을 해야 하는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 첫 번째 화제가 바로 제목이기도 한 섹스를 더 많이 하는 편이 안전하다는 주제인데, 도덕적인 젊은이가 섹스를 기피하는 경우 그 사회에서 에이즈가 확산될 위험이 더 많아진다는 역설(?)을 통계수치를 바탕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쉽게 이해하면 사회의 에이즈확산 위험은 저감되나 개인의 에이즈 감염위험은 높아질 수 있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두 번째 주제인 출산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특히 저출산문제로 고심하고 있는 우리 사회가 고민을 해결할 결정적 한 방이 여기에 있다는 생각입니다. 우리사회가 지금 수준의 출산율을 유지하게 되면 한 세기 이내에 지도상에서 사라지는 최초의 나라가 될 수도 있다는 우울한 예언이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벌써 결혼을 기피하는 남녀들로 국제결혼이 보편화되고 있는 우리사회는 이미 단일민족이라는 표현이 잘못된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형편입니다.

 

저출산문제의 핵심은 육아와 교육이 어려운 현실이라는 당사자들의 주장이 핑계일 뿐이며 자신들이 즐겨야 할 몫을 늘리려는 이기적 사고의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입니다. 그 이유는 현재 출산연령에 있는 세대들이 우리사회가 핵가족화되던 시기에 태어나서 부모의 과보호 아래서 부족한 것 없이 누리며 성장해온 세대라는 점입니다. 사실 한 사회는 허리가 되는 청장년들의 왕성한 생산력으로 바탕으로 그들을 키워낸 노인세대를 지원하고 자라나서 신세를 질 어린 세대를 키워내는 것이기도 합니다. 출산을 기피하고 있는 지금의 청장년들이 노인세대가 되면 그들이 낳은 많지 않은 청장년들이 만들어낸 재화로 그들을 부양해야 하는 만큼 그때의 청장년들은 허리가 휘게 되겠지요.

 

복지가 화두가 되는 사회이기도 합니다. 노인층이 두터워지면서 노인복지 또한 관심을 끌게 됩니다. 복지라고 하면 형평성을 따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만, 평생 사회에 부담을 둔 사람과 사회를 위하여 봉사한 사람이 같은 복지서비스를 받는 것은 분명 옳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남이 흘린 피땀을 공짜로 즐길 수는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노인복지는 그 사람이 사회에 기여한 바에 따라 최소한 자녀의 숫자에 따라서 즐길 수 있는 복지의 수준을 결정한다면 육아와 교육의 어려움을 잘못된 사회라는 핑계로 기피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왜냐구요? 저자가 제2부에서 논하고 있는 인센티브의 효과는 대단한 무기가 될 수 있거든요.

 

저자의 거침없는 논리전개가 아주 흥미롭습니다. 다이어트에 관한 저자의 재미있는 주장은 다음 기회에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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