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아르헨티나 작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작품을 소개한 글을 여러 번 읽게 되었습니다. 박종호 선생님의 책 <탱고 인 부에노스아이레스; http://blog.joinsmsn.com/yang412/12847325>에서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보르헤스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제목은 생각나지 않습니다만, 기억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보르헤스의 작품, <기억의 천재 푸네스>가 단편집 <픽션들>에 실려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읽어 보게 되었습니다.
말을 타면 경마를 잡히고 싶어진다고 하던가요? 마침 민음사가 주관하는 민음아카데미에서 울산대학교 스페인중남미학과의 송병선교수를 초청하여 “보르헤스, 문학으로 읽기”라는 강좌를 열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회의와 출장 등이 겹치는 바람에 처음부터 참석하지는 못해서 아쉬웠습니다만, 드디어 26일 저녁에 출판문화센터 이벤트홀에서 열리는 강좌에 참석했습니다. 주위를 살펴보니 의외로 젊은 친구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송교수님의 재미있는 말씀에 빠져드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송병선교수님은 강좌의 주요 텍스트가 되는 <픽션들>은 물론, 저도 읽은 적이 있는 <거미여인의 키스; http://blog.joinsmsn.com/yang412/12115661> 등 다수의 중남미 문학작품을 번역 소개하신 분입니다. 이날은 두 개의 단편집 ‘두 갈래로 갈라지는 오솔길의 정원’과 ‘기교들’을 묶은 <픽션들>을 텍스트로 하여 강의와 토론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서문과 8개의 단편으로 된 ‘두 갈래로 갈라지는 오솔길의 정원’에서는 동명의 단편을 골랐고, 서문과 10개의 단편으로 된 ‘기교들’에서는 ‘죽음과 나침반’을 골라 설명하였습니다.
작품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픽션들>의 리뷰를 통해서 소개하겠습니다만, 두 작품의 공통점은 미로(迷路)가 작품의 중요한 뼈대를 이루고 있는 추리소설이라는 것입니다. 미로에 착안하게 되니 아주 오래 전에 빠졌던 중국무협소설 생각이 났습니다. 미로를 의미하는 기관을 설치해서 사람들을 함정에 빠트릴 수 있다는 이야기는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두 갈래로 갈라지는 오솔길의 정원’이 중국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동시에 중국에서 미로가 발전했을 것이라는 착각을 했는데 그리스 신화에서 이미 정교한 미로에 사람을 가둔다는 이야기와 미로깨기비법이 소개되고 있다는데 생각이 미쳤습니다.
민음 아카데미는 매주 목요일 저녁에 2시간씩 모두 4주 동안 진행이 되는 강좌를 격월간으로 열고 있다고 합니다. 금년 5월에는 헤밍웨이를 다루었다고 합니다. 9월에는 소설가 장석주 선생님이 국내작품을 중심으로 진행하는 ‘근대의 탄생과 경성의 작가들’이 그리고 11월에는 비평가 이현우교수님이 진행하는 ‘로쟈의 애매한 사랑이야기’가 예정되어 있다고 합니다. 주제가 되는 작품 혹은 작가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기회가 되는대로 참석해서 문학의 세계에서 시야를 넓혀나가는 기회로 활용해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