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죽음 문화 - 인도에서 몽골까지
이옥순 외 지음 / 소나무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죽음’은 제게 있어 오랜 과제입니다. 아마도 죽음을 어떻게 맞을 것인가 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일 것 같습니다.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죽음의 형태, 예를 들면, 자살, 사고, 병사 등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고 품위있는 죽음을 맞기 위한 준비 등등... 한 걸음 더 나아가 죽음을 맞는다는 생각을 결국은 삶을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 하는 문제로 귀결된다는 데 이르게 됩니다.

 

죽음에 대한 서구인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에 대한 자료를 꾸준히 읽고 있습니다만, 아시아인들의 생각에 관한 자료는 그리 많지 않은 듯합니다. 그래서 이평래교수님을 비롯한 여섯 분이 인도, 티베트, 몽골, 중국과 중국의 소수민족들, 그리고 한국인들 죽음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해왔는지를 조사하여 정리한 <아시아의 죽음문화>를 읽을 기회를 얻은 것은 참 다행한 일입니다. 유라시아대륙의 동쪽 끝에 있는 나라들이라고는 하지만 대부분 불교의 영향권에 있는 나라들인 것 같습니다.

 

저자들은 집필을 담당한 지역의 문화를 연구하는 분들이라서 죽음에 관한 문화적 배경을 정리하는데 적합한 분들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분들의 기획의도를 옮겨봅니다. “우주의 원리를 깨닫고 그 원리에 따라 살다 간 성인과 성자, 죽음과 주검의 현장에서 죽어야 할 존재로서 인간의 숙명을 숙명으로 체험한 사람,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여 살려고 한 사람들의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을 소개하여 ‘사는 것’에만 눈길을 주는 우리의 본 모습을 확인하는데 보탬이 되었으면 해서 이 책을 내게 되었다.(10쪽)”

 

흰두교와 불교의 강력한 영향 아래 있는 인도 그리고 티베트불교 정신으로 사는 티베트 사람들은 죽음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삶의 시작이라는 생각이 확고하여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죽음을 희망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역시 티베트불교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는 몽고에서는 죽음을 두려워하고 기피하는 대상으로 여긴다는 점도 이례적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중국이라는 나라가 워낙이 넓고 소수민족 대부분 한족들과 섞이지 않고 그들의 전통습속을 유지하고 살고 있어서인지 죽음에 대한 인식도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고구려가 멸망한 다음 고구려유민들이 중국의 남쪽으로 이주한 역사기록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습니다만, 하니족, 이족, 묘족 등 중국의 남쪽 산간지역에 살고 있는 소수민족들은 죽음을 맞게 되면 조상들이 시원한 곳으로 혼령이 돌아간다고 믿기 때문에 화장을 한다는 점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반면에 한족들은 사후세계에 대한 구체적 설명이 없는 유학의 오랜 전통 때문에 삶은 즐거운 것이요, 죽음은 슬픈 것이라서 현세의 삶에 충실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이 굳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도학의 영향을 받은 경우에는 수련을 통하여 자연에 합일하는 경지, 즉 도인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도가의 경우는 죽지만 죽지 않은 지경에 도달하는 것이 최고의 목표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사후세계를 제시하지 않는 경우 종교라고 분류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이유로 도학을 도교라고 부르는 것은 어느 정도 이유가 있다 하겠으나, 유학을 유교라로 부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윤회사상을 믿는다는 종교에서는 지구상의 전체 인류의 숫자가 빠르게 증가해온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의문을 오랫동안 풀지 못했습니다. 이 점에 대하여 흰두교신학자들은 신이 새로운 영혼을 계속적으로 만든다고 가정한다고 하면서도 신이 ‘왜 그러는지’ 속시원하게 답을 주지는 않고 있다고 합니다.(23쪽) 그 점에 대하여 저자는 지구상에 지난 수십년 간 수많은 동식물이 사라졌는데 혹시 멸종한 동식물이 인류라는 종으로 진화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적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니, 윤회사상에서 말하고 있는 환생에서는 인간으로 태어나는 것이 가장 최고의 환생이며 생전에 쌓은 업보에 따라서 다음 생에는 축생 혹은 미물로도 환생할 수 있다고 하는 점을 보면 가능한 설명이 될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일부 저자들은 담당한 지역의 민간설화까지도 광범위하게 인용하여 그들의 죽음문화를 설명하고 있기도한데, 하니족의 기원신화를 읽으면서 깜짝 놀랐습니다. 아득한 옛날 하니족의 조상은 물고기였다는 것입니다. 조상물고기가 큰 바다에 나아갔는데 그곳에 너무 단조롭다는 생각이 들어 만물을 낳기 시작했는데, 하늘을, 땅을, 있음과 없음을, 색깔을, 크고 작음을 낳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조상물고기는 땅이 점차 커지면서 물이 줄어들게 되자 뭍에 올라오게 된 조상물고기가 환경에 적응하여 생존하기 위하여 점차 인간으로 변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117쪽) 지구생물의 전체를 설명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어류에서 인간에 이르는 진화론의 원형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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