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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 사유와 인간 - 푸코의 웃음, 푸코의 신념, 푸코의 역사! ㅣ 산책자 에쎄 시리즈 4
폴 벤느 지음, 이상길 옮김 / 산책자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년전에 미셀 푸코의 <광기의 역사; http://blog.joinsmsn.com/yang412/9772557>를 읽었습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서구사회에서 정신병 환자에 대한 인식과 그 환자들에 대한 국가적 대책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역사적 흐름을 뒤쫓고 있는 방대한 저서입니다. <광기의 역사>는 세월이 지나 현직장에서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논리적 배경을 설명하는데 크게 도움을 주었으니 책읽기는 언젠가 보상을 받게 된다는 이야기를 덤으로 해야 하겠습니다.
정신질환과 관련된 업무를 하면서 푸코를 인용하자 남다른 시각을 보이는 분이 계셨습니다. 아마도 푸코가 좌파성향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기 콜레주 드 프랑스의 로마사학자인 폴 벤느교수의 <푸코, 사유와 인간>을 읽기 전까지 저도 그렇게 알고 있었습니다. 옮긴이의 말에 따르면 푸코의 30년 지기인 폴 벤슨이 쓴 <푸코, 사유와 인간>은 철학적인 주해와 전기적인 일화가 유려한 문체 속에 어우러져 있는 책으로 저자는 자신이 이해한 푸코(의 글)과 자신이 잘 알고 있었던 푸코(의 삶과 말)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냈다고 하겠습니다.
저자는 첫마디 ‘아니다’로 글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아니다. 푸코는 구조주의 사상가가 아니었다. 아니다. 그는 이른바 ‘68사상’에 속해 있지 않았다. 그는 상대주의자도, 역사주의자도 아니었다. 그가 이데올로기는 어디에나 널려 있다고 간파해냈던 것도 아니다. 이 세기에 매우 드문 일인데, 그는, 스스로 로백한대로, ‘회의주의’ 사상가였다.” (68사상은 프랑스의 우파 철학자 뤽 페리와 알랭 르노가 1985년에 발간한 68사상에서 유래한 용어로 두 사람은 1968년 5월 혁명과 연대기적으로 가깝고 그와 영향을 주고받았다고 여겨지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지적 사조들-푸코, 부르디외, 데리다, 라캉을 ‘68사상’의 꼬리표 아래 한데 묶었다고 해서 부르게 된 용어라고 합니다.) 따라서 “푸코는 너무 일반적인 모든 진리, 시간을 초월한 우리의 모든 거대한 진리를 의심한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65쪽)”라고 잘라 말하고 있습니다.
회의주의자들은 자연과학의 진리가 영원히 잠정적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우리가 참과 거짓의 대립으로부터 도출한 진리를 새로운 참이라고 믿고자 할 수 있지만, 이는 새로이 등장할 진리에 의하여 폐기될 운명을 배태하고 있을 뿐입니다.
저자는 푸코에 대하여 전투적 행동주의자로서 푸코는 마르크스도 프로이트도 믿지 않았고, 혁명도 마오도 믿지 않았으며, 사적으로는 선량한 진보주의적 정서에 냉소를 보냈다.(187쪽)고 단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란혁명을 완성한 아야툴라 호메이니의 강력한 개성에 매료되어 있었는데, 푸코에게는 새로운 것, 미지의 것에 대한 열린 정신이 있었고, 개인적으로는 모든 저항에 호의적인 편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저자는 생전의 푸코와의 교류를 통하여 자신이 알고 있는 푸코의 신념과 사상을 다시 정리해서 푸코는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부류가 아니라고 단정짓고 있습니다. 푸코는 혁명도 기성질서도 맹목적으로만 믿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파는 그를 싫어했고, 그 반동으로 좌파는 그를 좌파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다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칼 포퍼와는 다른 대접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열린사회를 추구한 포퍼의 자유주의는 우파도 기피하는 경향을 보일 뿐 아니라 마르크스 비판의 영향으로 좌파진영에서도 기피대상으로 분류되고 있는 점에서 말입니다.
푸코는 인간의 본질에 있어서 참인 지식과, 권력에 더하여 인간의 주체에 대하여 고민하였습니다. 인간은 끊임없이 스스로를 구성하여 확립해가는 인간의 주체를 신뢰하였습니다. “인간은 역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스스로를 구성했다. 즉 그는 계속해서 자신의 주체성을 옮겨놓고, 상이한 주체성들의 무한하고 다원적인 연속 안에서 자신을 구성한다. 이 연속은 결코 끝이 없으며, 우리는 절대로 인간이라는 것을 향해 위치하지 않는다.(70쪽)” 이 주체는 윤리적으로 행동해야만 하는 주체인 것입니다.
푸코의 유고가 출간되고, 푸코 이후의 철학자들에 의한 푸코 철학의 해석등이 이어지면서 푸코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고 합니다. “신자유주의 경영기술이나 자기계발 담론의 분석, 이슬람에서의 정치적 영성 문제, 사회보장과 위험의 계보학, 유전공학과 생명공학에 대한 정치적 분석, 대안적인 존재윤리와 언론 자유의 문제, 주변화되고 박탈당한 다중들의 새로운 연대와 사회 운동 등이 푸코의 논의로부터 새롭게 정식화되고 탐구”되고 있다고 하니 관심을 두어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