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포퍼 인문 예술 총서 11
브라이언 매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82년 5월
평점 :
품절


지인으로부터 소개 받기 전까지만 해도 칼 포퍼교수에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었습니다. 어쩌면 유독 우리나라에서 많이 알려진 분들의 성명 정도를 익히고 있는 것만도 다행아니냐는 변명으로 가름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늦었더라도 이제부터라도 공부해나갈 요량을 하고 있습니다. 포퍼교수의 철학을 담은 다양한 책들 가운데 겁도 없이 <열린사회와 그 적들; http://blog.joinsmsn.com/yang412/12826263, http://blog.joinsmsn.com/yang412/12827865>, 그리고 <추측과 논박; http://blog.joinsmsn.com/yang412/12845276, http://blog.joinsmsn.com/yang412/12845385>을 철학을 전공하신 분들과는 느낌이 다르겠지만, 아는데까지 이해하겠다는 각오로 정말 머리카락을 뽑아가면서 읽었습니다.

 

지난 주에 칼 포퍼를 처음 소개하신 지인을 만나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오래된 책을 한 권 건네 받았습니다. 바로 영국의 중견철학자 브라이언 매기가 쓴 <칼 포퍼>입니다.(중견철학자라고 소개되어 있지만 아마도 이 책을 번역 소개할 당시에 그렇다는 이야기이고 30년생이니 원로라고 해야 옳겠습니다) ‘그의 과학철학과 사회철학’이라는 부제가 달린 만큼 이 책은 칼 포퍼의 삶과 철학을 요약하고 있어 포퍼교수에게 헌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의 사회적 분위기와는 다소 맞지 않는 점이 있는지 포퍼교수는 크게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만, 구미 철학계에서는 오랫동안 뜨거운 아이콘이었던 것 같습니다. 최근에 읽은 <이것은 과학이 아니다; http://blog.joinsmsn.com/yang412/12859333>에서 마시모 피글리우치교수가 포퍼교수의 논리를 비판하는 것을 읽으면서 포퍼교수의 철학적 주장에 대한 평가가 양분되고 있다는 소개에 공감하였습니다. 실제로 포퍼교수님의 책을 읽게 되면 매기교수가 소개하는 포퍼교수에 대한 찬사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과학자들 가운데 “과학철학에 대한 포퍼의 저술들을 읽고 명상하여, 그것을 자신의 과학적 탐구의 기초로 채택하시요”라고 한 존 에클즈라던가, “과학의 방법 이외의 것은 과학에 없으며 포퍼가 말한 것 이외의 다른 과학의 방법은 없다.”고 한 허만 본디 경의 예를 보면 과학계와 철학계에서 포퍼교수의 위치를 짐작케 합니다.

 

포퍼교수는 소크라테스 이전의 철학자들이 세웠던 전통대로 비판을 통해서 지식이 진보한다고 믿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생각에 대한 비판은 반드시 근거를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전개하였을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반박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새로운 논문을 통하거나 혹은 자신의 저서를 개정하는 과정에 추가하여 발표함으로써 공개하고 있습니다. 그의 비판의 대상에서 예외는 없어서 <열린사회와 그 적들>에서는 그리스 철학의 태두라 할 플라톤과 근대 철학의 혁명아 칼 마르크스를 대상으로 하여 그들이 주장하는 논리에 문제점을 날카롭게 비판하였기 때문에 이들을 추종하는 사람들의 반발을 불러온 것이라 생각됩니다.

 

칼 마르크스와 프로이트의 이론의 경우 그 추종자들에 의하여 무엇이든 설명할 수 있다는 확신과 열광을 불러일으켰다고 하는데, 프로이트의 이론은 반증가능성이 전혀 없는데 반하여 마르크스의 이론은 과학적 사회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것처럼 반증할 수 있는 예측이 도출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추종자들이 반증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문제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브라이언 매기교수의 <칼 포퍼>는 그의 삶과 철학을 잘 요약하고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특히 과학과 비과학을 구분하는 기준으로서 ‘반증가능성’의 핵심 내용을 아주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특히 흄의 귀납적 접근에 의한 과학적 사실을 확인하는 절차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 있는데, “논리적 의미에서 경험적인 일반화는 비록 검증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반증할 수는 있다.”는 점을 이해하게 됩니다. 즉, “과학적 법칙은 증명할 수는 없음에도 불구하고 시험될 수는 있다: 과학적 법칙은 그것을 반박하려는 체계적 노력에 의해서 시험될 수 있다(29쪽)”는 것이 포퍼교수의 철학의 묘체라 하겠습니다.

 

과학적 탐구를 통하여 우리는 진리에 한걸음씩 다가설 수 있다는 포퍼교수의 생각에 공감하게 됩니다. 따라서 소크라체스 이전의 철학자 크세노파네스의 생각을 공감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신들도 드러내 보여 주지 않았다 태초부터 모든 것을 우리에게 그러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찾고 또 찾아 사물들에 대해 더 많이 배우고 더 잘 우리는 알 수 있다.(35쪽)”

 

사족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만, “닫힌 용기 안에서는 물이 100℃에 끓지 않음을 발견할 수 있을 것(30쪽)”이란 매기교수의 설명이 적절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은 번역상의 오류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닫혀있는 계에서 물에 가온을 하게 되면 압력이 올라가면서 대기압보다 높아지기 때문에 물은 100℃보다 낮은 온도에서 끓기 시작한다는 것이 옳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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