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스트림 머니 - 전 세계 부를 쥐고 흔드는 위험한 괴물
사트야지트 다스 지음, 이진원 옮김 / 알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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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척간두(百尺竿頭)라는 말이 있습니다. 다음 국어사전에 따르면 “백 자나 되는 높은 장대 위에 올라섰다는 뜻으로, 더할 수 없이 어렵고 위태로운 지경을 이르는 말.”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지금 세계는 유럽발 경제위기로 그야말로 백척간두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합니다. 세계 어느 나라도 그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을 터라서 주목하고 있습니다만 정작 사태를 만든 당사국들은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유럽발 경제위기는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의 국가들의 지나친 복지정책이 국민들의 눈높이를 끊임없이 끌어올리다 자초한 측면을 꼬집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유럽발 금융위기가 있기 전에도 세계는 2007년 시작된 미국발 프라임모기지 부실파동으로 심각한 위기를 맞아 극단적인 처방으로 겨우 회생국면을 맞고 있는 상황이라서 위기감이 더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당시로서는 생소하다 싶었던 서브프라임사업이란 “불행한 개인들에게 제공되는 믿기 힘들 정도로 낮은 이자의 모기지 대출을 뜻한다. 그리고 결국에는 수천 명에 이르는 사람들을 길거리로 나안게 만든 은행과 모기지 브로커들의 기만적이고 냉소적인 영업관행의 동의어가 바로 서브 프라임(7쪽)”이라고 세계적인 금융 파생상품과 리스크관리 분야의 전문가 사트야지트 다스는 잘라 말하고 있습니다.

 

<익스트림 머니>는 바로 2008년 세계를 뒤흔들었던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파동이 일어나게 된 배경을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시골장터에 나가보면 속칭 야바우라고 하는 돈놓고 돈먹는 게임을 볼 수 있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주사위를 숨긴 종지를 맞추면 건 돈의 몇배를 되받는 게임인데 한눈에 맞출 수 있을 것 같은 주사위 종지 맞추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은 주머니에 든 돈을 모두 털린 다음에서야 알게 된다는 것입니다. 부동산 투자이건 주식투자이건 간에 형태만 달랐지 위험을 안고 하는 머니게임은 현대판 야바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하고 있는 탓에 섯불리 나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자가 인용하고 있는 전설적인 투자자 제시 리버모어의 말을 읽다보니 더욱 새가슴이 되는 것 같습니다. “속이는 방법은 항상 똑같다. 돈을 쉽게 벌 수 있다는 것이다. 투기가 결코 변하지 않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투기가 주는 매력은 똑 같다. 탐욕, 허세 그리고 게으름이 그것이다.(35쪽)” 서브프라임 모기지 때문에 길거리로 나앉은 사람들은 대부분 모기지 브로커의 유혹에 이끌려 평생 소원인 집장만을 쉽게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허망한 꿈을 꾸었고, 다만 운이 나빠 불행한 결과를 초래한 것이라 믿고 싶었던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한계를 잘 알고 이 한계를 능력이상으로 부풀리지 않는 냉정함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책의 제목을 <익스트림 머니>라고 정한 이유를 서문에서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성장, 번영, 부 면에서 새로운 인공적 지위를 창조하는, 돈을 수단으로 하는 놀랍고도 위험한 게임들로 가득 찬 세상에서 살며 일하고 있다. 나는 이런 돈을 ‘익스트림 스포츠’에 빗대어 ‘익스트림 머니’라고 부른다. 과거에 평범한 것들의 가치 평가와 교환을 위해 사용되던 돈이 이제는 돈을 버는 중요한 수단이 되었다.(39쪽)”.이런 제목에 담긴 의미를 제대로 담은 우리말 제목이 있을까 싶습니다.

 

크게 4개로 나뉜 글 가운데 ‘제1부 신뢰’에서는 유통을 매개하는 돈이 생겨난게 된 배경으로부터 돈이 발전해온 과정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제2부 시장근본주의’에서는 시장을 움직이는 이론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살피고, ‘제3부 연금술’에서는 과거 하찮은 쇠붙이를 이용하여 금을 만들어내려는 연금술에 비유하여 파생상품 등과 같이 돈없이 돈을 만들어내는 금융상품이 등장하게 되는 배경을 설명하고 이런 금융상품이 결국은 세계경제를 위기로 몰아넣은 과정을 ‘제4부 금융위기’에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방대한 분야를 아우르면서도 필요한 부분만 추려내는 절차탁마가 돋보일 뿐 아니라 영화, 연극 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용하고 있는 비유로 이해를 돕고 있습니다. 다만 우리에게 아직 소개되지 않은 작품들은 오히려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부작용(?)이 있다고나 할까요?

 

앞서 유럽발 글로벌경제위기를 인용했습니다만, 레이건 미국대통령의 복지국가에 대한 견해는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는 아기와 같다. 한쪽 끝에서는 식욕이 넘쳐나지만 반대쪽 끝에서는 책임을 지지 않는 소화관이다. 복지의 목적은 가능한 한 존재 자체의 필요성을 없애는 것이 되어야 한다.(195쪽)” 짧은 인용문이라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서브프라임모기지 사건에서부터 유럽발 경제위기에 이르기까지를 간단하게 요약하면 수준에 걸맞는 정책운용이 중요하고 필요하면 모두 허리띠를 졸라매고 고통을 나누어 가질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처음 인용했던 백척간두란 말은 百尺竿頭進一步 十方世界現全身(백척간두진일보 시방세현전신; 백척간두에서 걸어나가면 시방세계가 바로 온 몸이다)이란, 중국 선종의 장사경잠(長沙景岑)의 계송에서 나온 말이라고 합니다. 위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더 큰 것을 얻을 수 있다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지난 일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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