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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측과 논박 2 - 과학적 지식의 성장
칼 포퍼 지음, 이한구 옮김 / 민음사 / 2001년 12월
평점 :
칼 포퍼의 추측편을 담은 <추측과 논박1; http://blog.joinsmsn.com/yang412/12845276>에 이은 논박편을 담은 <추측과 논박2>입니다. 추측은 과학철학의 제문제에 대한 포퍼의 견해를 담은 10편의 글을 담고 있으며, 논박은 다른 사람의 이론에 대한 포퍼의 비판적 견해를 담은 10편의 글을 담고 있습니다. 각각의 글들은 독립되어 있지만 순서에 상관없이 읽어도 좋습니다만, 몇 개의 주제들은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같이 읽으면 이해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과학과 형이상학과의 관계, 심신과 언어의 관계, 사회과학, 여론, 유토피아, 역사주의 그리고 휴머니즘 등입니다.
과학 영역에서 의학이 어디에 위치하는가 하는 문제로 헷갈릴 때가 있습니다. 의술로서의 의학은 과학 영역이라 하기 어렵다는 것이 자연과학자들의 의식에 각인되어 있는 듯 합니다만, 학문으로서의 의학은 방법론 등을 고려하였을 때 충분히 과학의 영역에 속한다고 것이 의학을 전공하는 분들의 생각인 것 같습니다. 이점에 대한 포퍼의 생각은 “의학은 기예(art)이고 기술이지만, 그것을 자연과학의 대표로 간주할 수 있다는 결론은 잘 못된 것이다. 왜냐하면 의학은 순수과학이라기보다는 응용과학이기 때문이다. 순수화학에 대해서 말하면, - 순수수학과는 다른 것으로서의 - 자연과학은 지식(scientia)이나 참된 앎(epitēmē)이 아니라는 데 나는 동의한다. 그러나 그 이유는 자연과학이 기술(technē)이기 때문이 아니라, 억축(doxa)의 영역에 속하기-그라시가 제대로 아주 높이 평가하고 있는 신화오ㅘ 마찬가지로- 때문이다. 저 역시 의학은 순수과학이라기 보다는 응용과학의 범주에 두는 견해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최근에 우리 사회에 ‘여론’의 진실성이 화제가 되고 있는 탓인지 ‘여론과 자연주의자의 원칙’이란 제목의 글을 집중하여 읽었습니다. 포퍼는 “민심은 천심(vox populi vox dei)이라는 고전적인 신화가 있다”라고 전제하면서 민주의 소리 신화에는 몇 가지 진리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경계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한정된 정보밖에 얻을 수 없으면서도 많은 서민 대중은 자실들의 정부보다도 현명하고, 그렇지 못하다 하더라도 고매한 뜻에 따른 영감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어떻거나 여론은 매우 큰 힘을 가지고 있어 정부를, 심지어는 비민주적인 정부까지도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자유주의자는 어느 정도의 의혹의 마음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것이라 주장합니다. 익명의 뒤에 숨어 있기 때문에 여론은 무책임한 힘의 형태이므로 자유주의적인 견지에서는 특히 위험하다는 것입니다. 불행하게도 여론은 <조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여론은 강력한 자유주의적인 전통에 의해 지나치지 않도록 조절되지 않으면, 자유에 대한 위험이 된다는 것입니다.
반론편의 첫 번째 글은 형이상학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습니다. 과거에 친구들끼리 하는 이야기의 주제가 너무 지성적이지 않다 싶으면 화제가 너무 형이하학이니 형이상학적으로 이야기하자 농담하던 기억이 있습니다. 다음사전에서 ‘형이상학’의 뜻을 찾아보았습니다. ‘형이상학’은 “① 사물의 본질이나 존재의 근본 원리를 사유(思惟)나 직관(直觀)을 통해 연구하는 학문.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작물의 제목에서 유래한다. ② 초경험적인 것을 대상으로 하는 학문을 형이하 또는 경험적 대상의 학문인 자연 과학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 ③ 헤겔과 마르크스의 철학에서, 비변증법적 사고를 이르는 말”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베이컨 이래로 중요한 철학적 화두임에도 분명하게 정리된 개념은 아직 없으나, “과학은 그것의 관찰적 기초나 또는 귀납적인 방법에 의해 특징지어지는 데 반해, 사이비 과학과 형이상학은 사변적인 방법이나 또는 베이컨이 말했듯이 <마음의 기대>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의해 특징지어진다는 것(24쪽)”이라는 일반적 견해에 포퍼는 동의할 수 없다고 합니다.
형이상학의 사변적 방법이 과학의 기준으로 정의되지 않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 같습니다. ‘형이상학’에 관한 아리스토텔레스 이래의 논의를 포함하여 보다 깊이 따져봐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정도로 줄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