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 - 스완네 집 쪽으로 1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창석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199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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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한번 읽어야 하겠다는 생각은 하지만 막상 읽을 엄두를 내지 못하신 분들이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저 역시 학생 때 이미 독서리스트에는 올려졌지만, 아직까지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유는요? 그저 막연하게 ‘어려울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새끼가 새끼를 친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책읽기도 그런 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주변에서 읽고 추천하는 경우, 혹은 읽은 책에서 느낌이 와서 등의 이유로 읽게 되는 경우 말입니다. 오랫동안 새겨두고 있던 푸르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게 된 것은 당구로 치면 쓰리 쿠션입니다. 박완서 선생님이 <못가본 길이 아름답다; http://blog.joinsmsn.com/yang412/12798700>에서 조나 레러의 <프루스트는 신경과학자였다; http://blog.joinsmsn.com/yang412/12802521>에서 인용한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다시 읽게 되셨다는 말씀에 <프루스트는 신경과학자였다>를 읽게 되고, 그리고 프루스트를 꼭 읽어야 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는 말씀을 드렸으니 말입니다.

 

조나 레러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외부로부터 유입되는 자극이 기억에 저장되는 기전에 주목하였습니다. 그가 인용한 “머나먼 과거로부터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을 때, 사람들이 죽고 사물들이 부서지고 흩어진 후에도 맛과 냄새만이, 연약하지만 끈질기게, 실체가 없으면서도 지속적으로, 충실하게, 오랫동안 남아 떠돈다.(148쪽)”는 부분을 보면 미각과 후각이 인간의 기억에서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을 이 텍스트에서는 “옛 과거에서, 인간의 사망후, 사물의 파멸 후, 아무것도 남지 않을 때에도, 홀로 냄새와 맛만은 보다 연약하게, 그만큼 보다 뿌리 깊게, 무형으로 집요하게, 충실하게, 오랫동안 변함없이 넋처럼 남아 있어...(69쪽)”로 옮기고 있어 손 끝에 잡히는 느낌이 애매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미각에 대한 기억을 논하면서 프루스트가 차와 함께 먹은 마들렌에 대한 제 나름대로의 기억도 있습니다. 큰 아이가 어렸을 적에 집 가까이 있는 제과점에서 만드는 마들렌을 무척이나 좋아해서 자주 사곤했는데, 그 아이가 마들렌을 먹으면 어렸을 적 기억을 떠올릴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마들렌의 한 조각이 부드럽게 되어 가고 있는 차를 한 숟가락 기계적으로 입술로 가져갔다. (…) 한 모금의 차가 입천장에 닿는 순간 나느 소스라쳤다. 나의 몸 안에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을 깨닫고, (…) 어디서 이 힘찬 기쁨이 나에게 올 수 있었는가? (…) 두 모금째를 떠 마신다. 거기에는 첫 모금 속에 있던 것보다 더한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다. 세 모금째는 두 모금째보다 다소 못한 것밖에는 가져다 주지 않는다.(66쪽)” 어떤 생각이 떠오르셨다구요? 그렇습니다. 바로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죠?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1. 스완네집쪽으로, 2. 꽃피는 아가씨들 그늘에, 3. 게르망트쪽, 4. 소돔과 고모라, 5. 갇힌 여인, 6. 사라진 알베르틴, 7. 되찾은 시간 등 모두 일곱 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국일미디어에서는 이를 열한권으로 나누어 펴냈는데, 제1권 스완네 집쪽으로(1)에는 특히 작가와 작품에 대하여 번역하신 분이 정리한 글이 더해져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이 부분을 먼저 읽은 다음에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하시는 편이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싶습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제1권은 스완네집 쪽으로(1)입니다. 어린 시절 콩브레에 있는 고모님 댁에서의 추억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독자의 입장에서도 각오를 해야 할 점은 전체 이야기가 끊어짐없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책읽기에 상당한 인내력이 필요하다는 점일 듯합니다. 아마도 이런 점 때문에 책읽기를 이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있지 싶습니다.

 

프루스트는 화자(話者)의 의식의 흐름에 따라 이야기를 펼치고 있습니다. “오래 전부터 나는 일찍 잠자리에 들어 왔다.”라고 시작한 글은 잠시 후 잠에서 깨어났을 때 때로는 순간 몽롱한 상태로 추억의 영상이 또렷하게 그려지지 않는 상태, 즉 기억에 흔들림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저자는 '잃어버린 시간'이라고 비유하고 있는 자신의 의식의 흐름, 즉 기억을 정리해서 글로 남기려 하고 있는 것입니다. 기억에 관심이 많은 저로서도 주목할 부분이기도 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갑자기 든 생각은 하나의 상황에 대한 설명이 끝나면 이어서 다른 상황으로 넘어가는데 대부분 이를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자연스럽게 넘어가더라는 것입니다. 화자는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 마을에 대하여 아주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마치 데이빗 소로우가 월든 호숫가를 묘사하듯 말입니다. “우리 앞에 한련꽃을 가장자리에 두른 오솔길이 햇볕을 가득히 받으며 성관 쪽으로 가파르게 뻗어 있었다. 이와 반대로, 오른쪽 정원은 편편한 지면으로 펼쳐지고 있었다. 둘레의 높다란 수목들의 그림자에 그늘지어, 스완의 선대가 파놓은 샘물이 어렴풋이 보였다. 그러나 인간에 의해서 가장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것도, 역시 자연을 바탕삼아 가공되어 있는 것이다.(195쪽).

 

“내가 독서하는 동안, 안에서 밖으로, 진리의 발견 쪽으로 부단한 운동을 행하고 있는 이 중심적인 신뢰감 다음에, 뒤이어 오는 것은 감동, 내가 참여하고 있는 행동이 내게 주는 여러 감동이었다. 왜냐하면 그런 날의 오후는 일생에 흔히 경험하는 것보다 더 많은 극적 사건으로 가득차 있었기 때문이다. 그 사건들은 내가 읽고 있는 책 안에 갑자기 나타나곤 하였다.(122쪽)”라고 적은 부분에서 독자를 위한 프루스트의 배려를 읽었다는 말씀을 끝으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읽기에 첫발을 뗀 느낌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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