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저문 이후 밀리언셀러 클럽 126
스티븐 킹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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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의 작품은 소설보다는 <미저리>, <쇼생크 탈출>, <그린 마일> 등의 영화로 먼저 만나본 것 같습니다. 영화를 보면서도 오싹한 느낌, 혹은 분명 비현실적인 설정이지만 혹시 주위에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저도 모르게 주변을 찬찬히 살펴보게 되는 느낌같은 것을 느낀 경험이 있습니다.

 

<해가 저문 이후>는 그의 소설로는 처음 읽게 되었습니다. ‘윌라’로부터 ‘아주 비좁은 곳’까지 모두 열 세편의 소설을 묶은 단편집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단편집의 말미에 붙여 놓은 ‘선셋노트’입니다. 부록이라는 이름의 후기로 붙인 이 글은 불필요할 뿐 아니라 의뭉스럽기까지 하다고 수군거리는 사람이 있다는 고백까지 친절(?)하게 덧붙이고 있습니다. 물론 저는 책을 열세편의 단편을 모두 읽고 나서야 발견했으니 저자의 뜻대로 그야말로 후기를 읽은 셈이 되었습니다만, 작품들에 대한 저자 나름대로의 작품해설 혹은 요약본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열 세편의 작품들 특히, 첫 작품 ‘윌라’로부터 ‘헬스자전거’, ‘그들이 남겨놓은 것’, ‘N', '지옥에서 온 고양이’, ‘<뉴욕타임스> 특별 구독 이벤트’, ‘아야나’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을 개괄해보면 초현실적이거나 한걸음 더 나아가 환상적이라고 하겠습니다. 특히 죽은 사람들이 거리를 어슬렁거린다는 이야기는 비라도 내릴 듯 구름이 낮게 깔린 저녁 무렵이면 공연히 소름이 돋을 것만 같습니다. 그리고 ‘진저브래드 걸’과 ‘아주 비좁은 곳’은 읽으면서도 스멀스멀 등줄기를 훑고 지나가는 불쾌한 느낌 때문에 보던 책을 덮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얼마 전에 참가했던 김용택시인님의 글쓰기 교실에서도 글쓰기는 과연 타고나는 부분과 훈련에 의한 부분의 비중에 관한 질문을 드렸습니다. 시인께서는 1%의 재능과 99%의 훈련이 잘 어울어져야 좋은 작품을 낼 수 있다는 말씀을 주셨습니다만, 스티븐 킹의 경우를 보면 소년 시절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했으며, 십대 초반에 쓴 소설이 잡지에 실렸다는 것을 보면, 역시 재능이 중요한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관심을 끌었던 작품은 ‘N’이었습니다. 정신과 의사인 오빠가 자살로 결론이 난 죽음 이후에 그의 유품에서 나온 N이라고 하는 회계사이자 아마추어 사진작가의 강박증에 관한 진료기록을 발견한 여동생이 역시 정신과의사인 오빠의 친구에게 검토해줄 것을 부탁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오빠는 고향이 같은 환자의 강박증을 치료하면서 환자가 오빠도 잘 아는 고향의 벌판에서 발견한 묘한 현상 - 아마도 강박증 때문에 인식하게 되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에 이끌려 몇 차례나 그곳을 방문한 끝에 그곳에서 죽은 채 발견되고, 오빠 역시 그 장소를 찾았다가 자살을 하게 될 뿐 만 아니라 오빠 친구에게 진료기록의 검토를 부탁했던 여동생마저도 같은 장소부근에서 자살을 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되는 미묘한 분위기의 이야기입니다. 사실 큰 아이가 정신과에 관심이 있다는 이야기를 할 때 내심 걱정했던 점이 바로 치료하고 있는 환자의 증상에 이끌려 들어가는 정신과의사가 있다는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지옥에서 온 고양이’에서는 적어도 세 사람의 죽음과 관련이 있다고 하는 고양이를 살처분해줄 것을 의뢰받은 사람이 고양이와 함께 죽음의 현장으로 향하던 중에 고양이의 공격을 받아 죽음을 맞게 된다는 선뜻한 전개가 저의 고양이 공포증을 부채질하게 되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아무래도 저는 호러물에 대한 역치가 낮은 탓인지 쉽게 빠져들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가 하면 소설에 등장하는 소품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경향도 눈에 뜨이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벙어리’에 나오는 성 크리스토퍼의 목걸이와 같은 것 말입니다.

 

정리를 해보면 나름대로의 일정한 패턴이라고 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다른 작가들의 작품에서는 만나기 쉽지 않은 주제나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독특하다 하겠습니다. 특히 제목 <해가 저문 이후>에서 느낄 수 있는 것처럼 해가 저물고 밤이 시작되려는 시간은 공연히 스산한 느낌이 절로 드는 시간대라로 할 수 있는데, 시간적 배경을 해진 이후로 설정한 작품을 읽을 때는 소름이 미리 돋는 듯한 느낌도 있습니다. 결국 인간의 나약한 면 때문에 생기는 심리적 갈등 때문에 벌어지는 사건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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