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전달자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20
로이스 로리 지음, 장은수 옮김 / 비룡소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1970년대 하반기에 국내에 번역 소개되어 커다란 울림을 주었던 동화로, 독일작가 미하엘 엔데의 <모모>가 있습니다. 가수 김만준씨는 이 동화에서 얻은 느낌으로 <모모>라는 노래를 만들어 젊은층의 애창가요가 되기도 했습니다. 김만준씨는 환상가 모모 앞에 있는 생이 행복한 이유가 “인간은 사랑 없이 살수 없단 것을 모모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고 노래하였습니다. <모모>는 인간으로부터 빼앗은 시간으로 피워내는 꽃잎으로 만든 시가를 피워 생명을 유지하는 회색인간의 음모를 무너뜨리고 인간의 행복을 지켜내는 행복한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비슷한 시기에 작품활동을 한 미국 작가 로이스 로리가 1993년에 발표한 <The Giver>는 2007년에 <기억전달자>라는 제목으로 우리에게 소개되었습니다. <모모>보다 30년 정도 늦게 발표되었습니다만, <모모>에서는 실패했던 완벽하게 통제된 세계, 심지어는 색깔마저도 무채색으로 통일되어 있는 세계가 된다면 그 곳에 사는 사람의 삶을 생각해보는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기억전달자>가 사는 세계는 모든 것이 통제되는 사회입니다. 출생까지도 산모역을 담당한 여성들이 계획된 숫자만큼 출산하여 결혼한 남녀의 가정에 배정하여 키우도록 하며, 아이들은 열두살이 되는 해 생일에 평생 맡아야 할 직업을 배정받아 수행하다가 역할을 다하면 ‘임무해제’되는 것입니다. 이야기의 끝에 가서야 드러나는 ‘임무해제’란 약물을 주입하여 생을 마감하는 절차입니다. 따라서 이 마을에서 거주하는 사람의 숫자는 항상 일정한 숫자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인구를 통제하는 이유는 기후마저도 통제하여 필요한 식량마저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인구의 증가에 따른 사회적 갈등을 사전에 막으려는 의도가 있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들은 이야기의 뒷부분에 가서야 독자들만 알게 되는 이 마을의 비밀이기도 합니다.

 

이렇듯 통제된 이 마을에 매우 특별한 임무를 수행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기억보유자’입니다. 기억보유자는 이 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시원(始原)으로부터 내려오는 모든 사람들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는 열두살이 되는 생일에 원로들의 오랜 관찰 끝에 선정되어 선대 기억보유자로부토 기억을 전달받은 다음 마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관찰하여 기억으로 갈무리하였다가 다음 기억보유자에게 전달하는 ‘거억전달자’의 역할을 마치면 임무가 해제되는 것입니다.

 

사실 기억보유자와 기억전달자는 인류의 역사를 통해서 이미 볼 수 있는 직업이기도 합니다. 문자가 없던 과거에는 기억이 특별한 사람들이 마을의 역사를 기억하여 후대에 전하였습니다. 최근의 뇌과학은 기억이 완전하지 못하다는 것을 밝혀내고 있습니다만, 과거에는 기억보유자의 기억을 신뢰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기억보유자의 기억은 완전한 것이라 믿고 있는 이 마을에서는 기억전달자가 새로 선정된 기억보유자에게 신체적 접촉을 통하여 기억을 전하게 되면 자신의 기억이 희미해진다는 설정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마을에는 방대한 분량의 책이 기억보유자의 집에 축적되어있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기억보유자 넘겨받은 기억에 더하여 책읽기와 마을 사람들과의 접촉을 통하여 모든 사람들의 기억을 자신의 기억으로 모아들여야 하는 임무를 수행하는데, 이렇게 쌓인 기억들을 바탕으로 마을운영에 자문이 필요한 경우 원로들에게 자문을 하는 역할도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사계도 없고 그저 온실처럼 통제된 ‘늘 같은 상태’에서 사는 삶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요? 사람들은 개인의 특성없이 - 열 두 살이 될 때까지의 성장과정을 관찰하여 파악되는 특성에 따라서 직업이 결정되는 것을 개성이라고 보아준다면 모르겠지만 - 마치 기계의 한 부품처럼 사는 삶을 과연 행복한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 마을에서도 간혹 독특한 개성을 가진 개체가 태어나고 성장하지만, 이 마을의 특성에 맞출 수 없게 되면 임무해제되어 사라지는 운명을 따르게 된다는 아는 사람만 아는 비밀을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이 마을에 새로이 기억보유자의 임무를 맡게 된 조너스는 어떤 기억보유자로 역할을 하게 되었을까요? 새로운 기억보유자는 “친구들이 아무 활력도 없는 생활에 아주 만족한다는 사실에 종종 이해할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 그리고 친구들을 전혀 변화시킬 수 없는 자신에게 무척이나 화가 났다.”고 느꼈으니 그가 할 일이 기대되지 않습니까?

 

이 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기본적 가족구조는 부모와 아이들 2대로만 구성되어 있다고 알고 있는 조너스가 기억전달자로부터 건네받은 기억 가운데 3대가 같이 하는 시간에 대한 기억이 있습니다. 기억전달자는 가장 아끼는 기억이라고 하고, 이 시간의 느낌이 바로 ‘사랑’이라는 점을 깨닫게 해줍니다. 즉 이 마을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사랑이라는 느낌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기억을 전해받던 조너스가 집에서 위탁받아 키워온 가브리엘이라는 아이가 결국 임무해제될 예정이라는 사실을 알고서 기억보유자로서의 역할에서 일탈하기로 결심하게 되는데 그 결과는 어떻게 나타날 지 궁금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