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의 오해
키이쓰 E. 스타노비치 지음, 신현정 옮김 / 혜안 / 200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 전 심리치료에 관한 내용을 담은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주장에 공감이 가지 않는 점이 남던 기억이 있습니다( http://blog.joinsmsn.com/yang412/12568365). 아마도 저자의 추론 가운데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느낌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심리학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같은 느낌이 반복되면서, 한참동안 몰아치던 심리학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적어지는 데는 까닭이 있겠다 싶었습니다.

 

실험심리학과 인지심리학을 전공한 캐나다 토론토대학의 스타노비치교수가 쓴 <심리학의 오해; How to Think Traight About Psychology-심리학을 올바르게 생각하는 방법-이란 원제목을 잘 요약한 제목이라 감탄하게 됩니다.>를 읽고서는 드디어 심리학, 특히 심리치료에 관한 책들을 읽으면서 깨름직하게 남던 무엇이 가시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심리학’이라는 딱지를 달고 우리에게 심리학을 소개하던 대부분의 책들은 과학적 근거가 미약하거나 아예 없는 주장을 담고 있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며, 그런 저자들이 때로 거창하게 심리학자라는 직함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입니다. 특히 점성술, 심령외과수술, 속독법, 바이오리듬, 역치하 자조 테이프, 영혼탐정 등은 사이비과학이라 불러야 할 것이라 단언하고 있기도 합니다.

 

현대심리학에서 다루는 내용은 엄청난 다양성을 가지고 있지만 심리학이 내놓는 행동에 대한 결론들이 과학적 증거로부터 도출된다는 점 그리고 심리학의 현실적 적용 역시 과학적 방법을 통하여 도출되어 왔고 또한 과학적 방법으로 검증된다는 특성 때문에 신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35쪽). 이런 점에서 일반인의 뇌리에 대단한 심리학자로 각인되어 있는 프로이트 역시 진정한 심리학자라고 할 수 없다는 저자의 주장이 일면 타당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이유는 프로이트가 사용한 연구방법 자체가 현대심리학에서 하고 있는 방법론과 현격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입니다. 현대과학에서 사용하는 실험방법의 큰 틀은 실험군과 대조군을 엄격하게 통제하여 결과를 비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과학적 방법론이 자리잡기 전까지는 경험주의에 근거한 심리학이 대세를 이루고 있어 이에 대하여 비판적으로 고찰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저자는 바로 과학적 증거를 토대로 한 심리학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불충분한 증거 혹은 경험에 바탕한 심리학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해부하여 상식으로서의 심리학이 아니라 과학으로서의 심리학을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특히 주제를 마무리하면서 풀어놓은 설명들을 압축하여 말미에 붙여놓은 ‘요약’만 읽어도 독자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심리학은 활동적이고 건강하다’라는 제목을 둔 첫 번째 장은 “심리학은 하나의 공통적 내용으로는 함께 묶을 수 없는 범위의 주제들을 관장하는 엄청나게 다양한 학문분야다. 심리학을 하나로 통합시켜 주는 것은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과학적 방법들에 있다. 과학적 방법들은 규칙들의 엄격한 집합이 아니다. 오히려 몇 가지 지극히 보편적 원리들로 정의된다.(63쪽)”라는 글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2장에서는 특정 이론과 관련된 새로운 증거를 평가하는 방법은 언제나 데이터가 그 이론을 반증할 가능성을 포함하고 있어야만 하고, 이 원리를 반증가능성 기준이라고 하는데, 칼 포퍼가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적고 있습니다. 요즘 읽고 있는 칼 포퍼의 저서에서 그와 같은 원칙을 느끼고 있어 공감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과학에서의 개념은 일련의 조작에 의해서 정의되는 것이지 단 하나의 행동적 사건이나 과제에 의해서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98쪽)”라는 요약은 최근에 근거중심의학에 의하여 결정되는 사안들이 많다보니, 증례라고 해야 되는 단 하나의 사례를 마치 근거인양 인용하는 상황도 보게 됩니다. 특히 과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분야에서 벌이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인용된 사례를 경험한 이들이 돌팔이 치료법이라고 할 수도 있는 것을 지지하고 나서는 경우 이를 설득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입니다.

 

흔히는 과학분야에서는 특출한 천재에 의하여 획기적 발전이 이루어진다고 믿는 경향이 있지만, 심리학분야의 경우는 행동문제에 대한 경험적 증거를 평가할 때는 ‘획기적 성공’이 아니라 ‘과학적 합의’로, ‘위대한 도약’이 아니라 ‘점진적 종합’의 입장에서 생각하라고 저자는 충고하고 있습니다. <심리학의 오해>를 통하여 심리학이라는 가면에 숨어있던 사이비 심리학을 가려낼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얻은 것은 저자의 집필의도에 참 충실한 독자였구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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